"세월호 때 세월이 약…제 입 찢고 싶다" 이태원 유족 오열
“세월호 유가족의 손을 잡고 힘내시라고, 세월이 약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제 입을 찢고 싶다. 위로 말고 끝까지 분노해달라.”
“매일 밤 우리 아이 유골함을 끌어안고 잔다. 아이를 편안하게 보내주기엔 아직 전 아무 것도 모른다.”
1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간담회 참석차 국회를 찾은 유가족들의 말이다. 이들은 참사 발생 한 달이 넘었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정부 당국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목놓아 흐느꼈다.
참사 희생자인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 조미은씨는 “45일이라는 짧은 기간, 대통령실 경호처도 제외된 국정조사가 합의됐다고 해 송구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국회가 진정 진상규명의 의지가 있는가라는 걱정에 잠 못이뤘다”며 “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왔다.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의 잘못을 철저히 규명해달라”고 호소했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울부짖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유가족은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도 했다. “왜 영정사진과 위패도 없는 합동분향소를 만들었나” “왜 유가족끼리 만나지 못하게 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및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국정조사 예비조사 실시,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자료 제공, 국정조사 회의 전 유가족 발언 기회 보장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과정에 있어 유가족과 미리 협의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가칭 ‘10ㆍ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준비모임’의 공식 면담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 격화로 국조특위가 공전하면서 국민의힘은 간담회에 불참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 앞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도 미리 파면하라고 요구한다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주호영 원내대표)”며 국조 보이콧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우상호 위원장은 “유가족을 만나는 자리만큼은 정쟁과 무관하게 참석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점에서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으면서 장관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쟁이 더욱더 격화되는 문제는 국회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우상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진도 팽목항에서 숙식을 하며 사태 수습에 앞장섰고, 다 끝난 후 약속대로 사퇴했다. 주무장관의 태도와 관련해 교훈이 되는 사례”라며 이 장관을 향해 “지금 당장 물러날 수 없다면 국조가 끝나고 나서 사퇴하겠다는 약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책임 있는 수사와 국정조사도 그(이 장관)의 파면에서 시작된다(박홍근 원내대표)”며 2일 본회의를 열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수적 열세인 국민의힘은 본회의 개최권한을 가진 김진표 국회의장을 압박하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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