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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재개발조합 '보상금 500억'?.. 사뭇 다른 온도차

일산백송 2022. 8. 29. 10:25

사랑제일교회-재개발조합 '보상금 500억'?.. 사뭇 다른 온도차

지유석입력 2022.08.29. 10:00
 
전광훈 목사 측은 기정사실화 - 조합 "합의안은 문건일 뿐".. 9월 6일 조합 총회가 분수령

[지유석 기자]

 

  사랑제일교회 들머리에 들어선 망루.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을 두고 수년 간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교회는 명도소송에서 1, 2, 3심 모두 패했지만, 화염병 등으로 완강히 저항했다.

ⓒ 지유석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을 계기로 오랫동안 대립해왔던 사랑제일교회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아래 재개발조합)이 '보상금 500억 원'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여론을 달궜다. 큰 얼개는 재개발조합이 사랑제일교회에 500억 원을 보상금 명목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취재 결과, '500억 원'이라는 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조합이 9월 6일 열릴 예정인 '장위10구역 조합원 임시총회'(아래 총회)에서 이 사안을 결정할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먼저, 이 사안은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목사가 지난 7월 주일예배 설교시간에 합의문 일부를 공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지난 8월 중순, JTBC는 '교회건물을 비우는 즉시 조합이 300억 원을 먼저 지급하고, 보상금과 별도로 교회를 지을 땅도 제공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전광훈 목사가 창간하고 전 목사의 딸 전아무개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자유일보>는 지난 18일 보도를 통해 사랑제일교회와 재개발조합간 아래와 같은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첫째 : 장위 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사랑 제일교회와 정비사업 추진과정 중 서로 다른 입장차이로 인하여 사랑제일교회에 본의 아니게 누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둘째 : 장위 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사랑 제일교회 건물과 대지가 수용위원회에서 저 평가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수차례 명도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사랑제일교회 측과 교인분들에게 인적,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힌 점과 사랑제일교회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립니다. 

▲셋째 :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사랑제일교회의 요구를 반영하여 서울시가 고시한 10-2 부지를 대토로 제공하고, (도로부지 제외) 건축비, 임시 예배처소 비용, 위 인적 물질적 정신적 피해비용, 그 외 교회건축에 따른 일체의 협의보상비용으로 금 50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넷째 : 장위 10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은 향후 지역민으로서 사랑 제일교회와 상호 상생과 협력의 깊은 연대감으로 지역발전과 화합 도모에 함께 최선을 다하도록 그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다섯째 : 사랑제일교회도 재개발조합과의 의도치 않게 서울시종교시설처리방안에 대한 법적분쟁 및 해석으로 인하여 사업지연을 한 것에 대해서 유감을 표합니다. 

이 합의내용이 사실이라면, 재개발조합은 보상금 500억 원과 대체부지를 제공하고, 또 교회에 '누'를 끼친 데 대해 사과를 해야 한다. "합의안 3항에 따라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 교회 A장로는 지난 23일 기자에게 '대체부지 비용이 400억 원'이라는 언급도 했다. 

그러나 재개발조합의 입장은 사랑제일교회의 입장과 사뭇 온도차가 있다. 지난 24일 취재에 응한 재개발조합 측 관계자는 "합의안은 문건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오는 9월 6일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표결을 통해 합의한 승인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 표결 전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A 장로도 "조합장과 대의원 모두 합의를 받아들였다. 9월 6일 있을 조합 총회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교회 문 앞에 멈춘 '법 질서'
 
 
  전광훈 목사가 창간하고 전 목사의 딸이 운영하는 <자유일보>는 조합과 교회간 합의문 내용을 공개했다. 이 신문은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는 논조로 보도했다.
ⓒ 자유일보 화면 갈무리

재개발조합 총회가 남아 있지만, 만약 총회가 합의안을 가결하면 재개발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통상적으로 재개발을 둘러싼 조합-세입자간 갈등 국면이 발생하면 세입자가 불리했었다. 사랑제일교회도 마찬가지였다. 교회 측은 명도소송에서 모두 패했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최종적으로 재개발조합의 손을 들어줬고, 재개발조합은 대법 판결 직후 총회를 열어 '제척'하기로 결정했다. 즉, 사랑제일교회만 빼고 개발한다는 말이다. 당시 장아무개 재개발조합장은 기자에게 '교회 측이 재개발을 방해한다'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랑제일교회는 건재한 상태다. 여섯 차례 명도집행이 있었지만, 신도들은 교회에 망루를 세우고 화염병 등으로 완강히 저항했다. 결국 명도집행을 이뤄지지 않았다. 

제척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강경한 입장이었던 재개발조합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교회 신도들의 극렬한 저항과 이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 구역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는 "교회 측이 공사를 방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교회의 공사 방해를 막으려면 또다시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A장로는 "적어도 우리(사랑제일교회)를 막으려면 용역이 매일 3000명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재개발 공사 기간을 3년으로 본다면 조합이 용역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조합에게 보상금 500억 원 등을 받을 수 있는지는 오는 9월 6일 있을 조합원 총회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일단 사랑제일교회 측은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자유일보>는 지난 18일 기사에서 전광훈 목사 측 법률대리인의 언급을 인용해 조합과 교회 측의 공동입장문이 오는 9월 6일 총회 이후 공식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개발조합은 결이 다른 대답을 내놨다. "만약 총회가 합의를 부결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총회에서) 부결되면 (올해) 1월 결정대로 사랑제일교회를 제외하고 개발을 진행할 것(제척)"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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