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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주도 '도로 비대위' 결론낸 與.."당 망했다" "대통령 책임"

일산백송 2022. 8. 28. 19:07

권성동 주도 '도로 비대위' 결론낸 與.."당 망했다" "대통령 책임"

정주원입력 2022.08.28. 17:39
 
집안 싸움 점입가경 국민의힘
법원 결정에 사실상 불복
비대위원 8명 직 유지하고
이준석 추가 징계도 예고
유승민, 尹향해 날선 비판
"당도 대통령도 망하는 길"
윤상현·김태호 權사퇴 주장
윤핵관도 해법두고 분화조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에 대한 후속 조치로 비상대책위원회 재추진,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등의 방침을 밝히자 당이 또다시 분열됐다. 의원총회에서도 이 대표 책임론에 대한 입장 차와 현 지도부인 권성동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 등이 분출됐으나 이번에도 친윤그룹 주도하에 비대위 재추진이 결의됐기 때문이다. 내홍이 극심해지면서 '윤핵관' 그룹 내에서까지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이 지난 27일 법원 결정 하루 만에 의총을 소집해 내린 결론은 네 가지다. △법원에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 진행 △당헌당규 정비 후 새 비대위 구성 △이 대표 '막말' 추가 징계 △권 원내대표 거취는 사태 수습 후 결정 등이다.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은 28일 취재진과 만나 "월요일 비대위원들 회의에서 직무대행 역할을 누가 할지, 당헌 개정안을 어떻게 만들지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선 법원 결정이 주 위원장 직무만 일시정지시킨 것이라 비대위는 위원장 공백 상태로 유지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모든 사안은 본안 판결을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법원 결정문엔 '비상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비대위 출범이 정당 민주주의 정신 등을 훼손했다는 점도 명시됐지만, 당은 정치적 결정이었던 만큼 절차를 손봐 다시 비대위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의총에선 '전당대회를 열어 아예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자' '이전 최고위로 돌아가자' 등의 주장도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 위원장이 선임한 비대위원 8명은 직을 유지하며,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사태 수습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파크 중앙광장에서 열린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을 찾은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당 내부에선 '법치주의'를 강조해온 집권 세력이 오히려 법원 결정과 민심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비유하자면 설렁탕을 주문했다가 취소했는데 '공기밥과 깍두기까지 취소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라면서 "법원 결정 취지를 몰각시키는 해석"이라고 했다. 3선 하태경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 당 망했다"고 토로하고 "당이 법원과 싸우려 하고 이제 국민과 싸우려 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도 당내 친윤계와 비친윤계의 입장은 극명히 갈린다. 결의문에 담긴 '이준석 탓'과 이 대표 추가 징계 요구는 박수영 의원 등 친윤계가 의총에서 내놓은 제안이 반영된 것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결자해지하라는 취지의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비대위 탄생의 원인은 대통령의 '내부 총질, 체리 따봉' 문자 때문이었다"며 "본인의 문자로 이 난리가 났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며 배후에서 당을 컨트롤하는 것은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처신"이라고 꼬집었다. 또 유 전 의원은 "2024년 총선 공천을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마음대로 할 거라고 예상하니 권력이 시키는 대로 바보짓을 한다. 당도, 대통령도, 나라도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권 원내대표 거취를 둘러싼 찬반 양론도 극한 대립 중이다. 5선 조경태 의원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냐"며 "현재의 지도부가 그대로 있는 한 무능적 공백 상태와 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만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김태호 의원 등도 일제히 권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일단 현 상황을 수습해야 할 구심점으로 권 원내대표 외엔 대안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박 수석대변인은 "당에 대한 충정에서 하시는 말씀이란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실적인 방안도 제시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우선은 당이 안정화되는 게 급선무"라고 거듭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선 윤핵관 그룹 내에서도 이견이 감지됐다.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윤한홍 의원은 전날 의총에서 "연판장을 주도했던 의원들도 나와서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지난달 말 배현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직후 박수영 의원 주도로 연판장을 돌렸던 소위 '신핵관 그룹'을 겨냥한 말이었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 징계에는 찬성하지만 권 원내대표 대행 체제에서 무리한 비대위 전환이 사태만 더 악화시켰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해석됐다.

사태가 갈수록 꼬여가면서 해법을 둘러싸고 권 원내대표와 가까운 윤 의원과,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박 의원 등 사이에 작지 않은 '벽'이 생겨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당사자인 이 대표는 언론 공개 인터뷰 등을 삼가고 경북 칠곡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의총이 열리기 전인 27일 오전 페이스북에 성묘 사진과 함께 "오랜 세월 집안이 터전을 잡고 살아왔던 칠곡에 머무르면서 책을 쓰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후 의총 결의 등에 대해선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대표의 법률대리인단은 당 비대위가 존속하기로 한 데 대해 추가로 비대위원들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방침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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