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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욕설은 왜곡, 박지현이 선거 망쳐"…내가 개딸이다 [단독 인터뷰]

일산백송 2022. 6. 9. 11:01

"이재명 욕설은 왜곡, 박지현이 선거 망쳐"…내가 개딸이다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2.06.09 05:00

업데이트 2022.06.09 07:58

누군가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이재명 의원)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폭력적이고 심각한 정치 문화를 만드는 것”(홍영표 의원)이라고 말한다. 3ㆍ9 대선 후 더불어민주당을 덮친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 현상’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개딸은 대선 후 이재명 의원을 지지한 2030 여성을 일컫는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이들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처리 국면과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 등 변곡점마다 민주당에 영향력을 끼쳤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ㆍ친문(친문재인) 간 ‘룰 전쟁’을 벌이는 것도 결국 개딸의 당내 영향력 확대 여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그런데 정작, 당내에선 “개딸이 대체 누구냐”는 말이 많다. 기원은 어디인지, 어떻게 조직된 건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뭔지를 아무도 모른다. 제1야당을 뒤흔드는 개딸은 누구일까. 중앙일보는 활발히 활동 중인 개딸 3명과 지난 7~8일 전화ㆍ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각각 A씨(31ㆍ프리랜서), B씨(26ㆍ대학생), C씨(37ㆍ영어강사)로 호칭한다.

언제부터 왜 개딸이 됐나.  
“대선 며칠 전(3월 2일) 변영주 영화감독이 이 의원을 지지하는 걸 보고, ‘내가 아는 변영주는 저럴 리 없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봤다. 그랬더니 이 의원의 ‘형수 욕설’ㆍ‘행복이(성남시장 시절 키운 반려견) 파양’ 논란이 상당히 왜곡돼 퍼졌단 걸 알게 됐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기에 이 의원이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한 것도 결정타가 됐다. 결국 변영주 8, 박지현 2의 영향으로 개딸이 됐다.”(A)
“성남시장 시절 시정을 보고, 이 의원이 대통령이 돼 부패 기득권 세력을 척결하길 기대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배했다. 이전까지 커뮤니티 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대선 후 권리당원으로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B)
“오래전부터 이재명 의원을 지지했다. 경기도 계곡 불법 상점 철거와 같이 소통을 통해 사안을 해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C)

지난 3월 중순 이재명 의원과 개딸들이 주고받은 메시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주 활동 공간과 활동 내용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인 여성시대ㆍ재명이네 마을ㆍ이재명 갤러리에서 활동한다.”(A)
“재명이네 마을에 가입했다. 또 이재명 지지자 카카오톡 방에 들어가 정치를 공부하고 주변 지인들을 ‘밭갈이’하고 있다. 정치 유튜버들과도 소통하는 편이다.”(B)
“이전에는 이재명 갤러리에서 활동하다 재명이네 마을로 옮겼다. 지금은 딱히 활동하는 공간은 없다.”(C)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지 온라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개딸은 박 전 위원장을 응원했는데, 어느 순간 돌아섰다.
“지방선거 기간 박 전 위원장이 이낙연 전 대표 측의 말을 많이 대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선거에선 하나로 가야 하는데, 그런 모습들이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A)
“지지 철회는 개혁파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지속적인 ‘내부 총질’로 인한 것이다.”(B)
“처음 문제를 느낀 건 ‘검수완박’이라는 단어였다. 나이만 어렸지, 지지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 정상화’, ‘검찰 선진화’로 대체하자는 운동을 진행 중이었다. 그러다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걸 보고, ‘이 사람은 민주당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응원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C)
박 전 위원장의 최 의원 성희롱 의혹 조사 추진이 왜 문제였나.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거였다. 양쪽 말이 다르지 않았나. 커뮤니티에서 본 바로는 최 의원은 ‘짤짤이’라고 하는데, 왜 확인되지 않은 거로 괜한 논란을 만드나. 결과적으로 박지현 전 위원장의 그런 말들이 지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A)
“민주당이 뭉쳐야 할 시기에 계속 사과를 요구해 당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을 했다.”(B)
“당시 최강욱·김남국 의원 모두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사실관계는 뒤로하고, 자기 생각과 판단만이 옳다는 듯이 밀고 나가는 모습에서 엄청난 거부감이 느껴졌다.”(C)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개딸은 페미니스트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는데.
“아무래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A)
“연관이 없다. 현재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은 자신이 불리할 때 성추행당했다고 미투 운동하는 사람을 페미니스트로 간주하는 것 같다. 민주당은 페미니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만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B)
“개딸들이 문제 삼고 있는 페미니스트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개딸과 페미니스트는 무관하다.”(C)
검찰개혁을 요구해왔는데, 실제로 통과가 됐다. 개딸이 기여했다고 보나.
“검찰은 그동안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다. 우선적으로 개혁이 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다. 통과 과정에서 개딸의 영향력이 미쳤다고 본다. 효능감을 느꼈다.”(A)
“개딸이 기여했다. (저도) 검찰 정상화를 위해 많은 집회에 참석했고 비대위원들에게 문자 총공(총공격)을 보냈다.”(B)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을 꾸준히 지켜봤는데, 이번 검찰개혁 과정에서 개딸의 활동은 이전 민주당 지지자들과 확연히 달랐다. 그런 점이 개혁을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C)

지난달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처리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자 총공’은 어떻게 이뤄지나.
“누가 지시를 내린다기보다 같이 의논하면서 그렇게 되는 거다.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동의가 된 상태로 진행된다.”(A)
“의원들의 번호를 단톡방에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문자를 보낸다.”(B)
“포지티브한 언어로 의원들에게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마지막 창구다. 민주당에 크고 작은 결정사항들이 있기 전에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노력의 일환이다.”(C)
‘문자 총공’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런 걱정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A)
“개딸의 움직임은 결국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B)
“포지티브하게 진행하자는 취지와 달리 다소 격한 표현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다. 올바른 지지자의 자세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죽하면 이러한 방법까지 쓰겠나. 그런 점도 고려해 달라.”(C)

지난달 6일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전략공천이 확정된 직후 당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받은 문자(왼쪽)와 지방선거 패배 후인 지난 2일 받은 문자. 전직 비대위원 제공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개딸은 극소수 아닌가
“그렇다. 이번에 (낮은 투표율에) 많이 실망을 했다. ‘우리가 진짜 더 열심히 해야 하는구나’ 생각한다.”(A)
“대선 후 20만명이 민주당에 입당했다. 그중 2030개딸이 절반 이상이기 때문에, 민주당에선 극소수는 아니라 생각한다.”(B)
“전체 2030 유권자 중 지극히 적은 숫자일 수 있다. 다만 민주당 당사 앞 집회나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의원들을 설득하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상징성을 보아주었으면 한다.”(C)
8월 전당대회에서 개딸이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나
“우리를 소외시키지 않고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하고 반영을 해줬으면 좋겠다.”(A)
“권리 당원의 투표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이 의원을 당 대표로 만들고 진정한 민주당 개혁을 이룰 수 있다.”(B)
“이번에도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콘서트처럼 즐거운 문화로 기존과 다르게 접근할 것이다. 매우 기대된다.”(C)
개딸을 규정한다면.
“나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2030 여성중) 이번 지방선거에 (민주당에) 투표한 그만큼이 아닐까.”(A)
“민주당을 지속해서 예의 주시하며 정치에 관심을 갖고, 주변 정치 무관심층에 투표 독려와 밭갈이를 하는 정치 주체자다.”(B)
“개혁을 원하는 2030 여성 지지자다.”(C)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