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사건 이야기

정영학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컨소시엄 무산 막아준 대가로 들어"(종합)

일산백송 2022. 4. 27. 21:35

정영학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컨소시엄 무산 막아준 대가로 들어"(종합)

온다예 기자 입력 2022. 04. 27. 18:49
"화천대유 전무, '50억 지급에 문제 있다며 사인 안했다고 해"
"김만배 '50억 클럽'에 어떤 명목으로 지급할지 논의도"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받는 정영학 회계사가 4월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등 공판에 출석한 뒤 휴정으로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를 주도한 정영학 회계사가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등 50억원은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준 대가라고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뇌물)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 전 의원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의 2회 공판을 열고 정 회계사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정 회계사는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에 당시 화천대유 양모 전무가 반대하자 김씨가 양 전무를 달래며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정 회계사는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무산된 것 자체를 막아줘서 병채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했구나 라고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양 전무는 절대로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병채씨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자기는 사인을 안했다고 했다"라고 부연했다.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빠졌다면 화천대유가 주간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포기했을 것인지를 묻는 검찰 질문에는 "네, 포기해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김만배씨의 지시로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 곽 전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사업개요를 설명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사업계획서 완성본도 아니고 개요 정도만 들고 찾아간 것이 뜬금 없는데, 그 경위가 무엇인지"를 묻자 "김만배씨가 가서 간단히 설명하고 오라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왜 설명하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 재차 묻자 "외부 사정은 잘 모른다"면서도 "그때는 잠도 못자고 일할 때라 김씨 지시 아니면 갈 시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전 의원이) 청와대에서도 근무했었고 회계사인 제가 평생 못볼 높은 분으로 알아 긴장도 많이 했다"며 "준비한 자료도 따로 신경 많이 썼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회계사와 2020년 4월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녹음파일 내용을 거론하며 "김씨가 전관변호사 이름을 거론하며 '사람들이 욕심이 많다.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병채 통해서 돈을 달라고 한다'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나느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네"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어떤 돈을 달라고 했다는 건지 재차 묻자 "약속한 돈을 달라고 했다 정도로만 알고 있다. 어떤 약속인지는 저한테 김씨가 직접 이야기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정 회계사의 녹음파일 내용을 중심으로 추궁하자 곽 전 의원 변호인 측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대화 내용을 갖고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녹음파일 증거조사가 이뤄지기 전인 만큼 검찰이 증인에게 기억환기 목적 이상으로 녹음파일 내용을 제시하고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검찰은 30분간 휴정을 요청하고 질문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자료사진) 2022.2.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날 재판에선 이른바 '50억 클럽' 이야기도 나왔다.

정 회계사는 2020년 3월 김씨와의 대화에서 "김씨가 대장동 수익 중 일부인 420억원에 대한 용도가 따로 있다고 했다. 고위법조인 6명한테 50억원씩 주고 시의원한테 한 20억원 주고 100억원은 누구 주고 해서 420억원 용도가 따로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그 6명이 '50억 클럽'이라고 불리는 분들과 일치하냐고 묻자 정 회계사는 "네"라고 답했다. 정 회계사는 김씨가 용도만 정해져 있다고만 했을 뿐 왜 한명 한명 지급해야 하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50억원을 어떤 명목으로 지급할지 김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논의를 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곽 전 의원이 50억원을 받을 경우 현역 의원신분이라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문료 명목도 안되니까 아이들을 통해서 주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병채는 막내인데 50억원을 어떻게 주냐고 걱정한 것이 기억 나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초기인 2015년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지난해 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실수령액 약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경법상알선수재·특가법상 뇌물)를 받는다.

또 20대 총선 전후인 2016년 3~4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곽 전 의원은 "5000만원은 정상적인 변호인 수임료"라며 혐의를 부인해 왔으나 이날 정 회계사는 "변호인으로서 비용지급 관련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당시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수원지검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남 변호사는 박영수 전 특검을 변호사로 선임한 상태였고 본인은 다른 로펌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정 회계사는 김만배씨와의 대화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한 이유도 설명했다. 해당 파일은 2019~2020년 김씨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지목된다.

그는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수도 있다고 느꼈다"며 "온갖 상황이 저때문에 발생했다는 것 같아 두려움을 많이 느꼈고 스트레스를 버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대장동 사업 관련 로비 폭로를 막는 대가로 준 90억원을 김씨가 자신에게 부담시켰다면서 "김만배씨 주변에 정치인과 고위법조인 등 높은 분들이 많아서 두려웠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는 이 사건과 별도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관련 배임죄로 기소돼 김씨와 남욱 변호사 등과 함께 같은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 재판의 다음 기일인 5월4일 정 회계사를 다시 소환해 이날 끝마치지 못한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hahaha8288@news1.kr

Copyright ⓒ 뉴스1코리아 www.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