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세상 이야기

50대 정규직 임금근로자, 20대 첫 추월..'세대간 일자리 갈등'

일산백송 2014. 10. 9. 16:18

50대 정규직 임금근로자, 20대 첫 추월..'세대간 일자리 갈등'
50대 정규직, 20대 정규직보다 8만명 많아 "임금피크제 활성화 등 인사관리체계 개편돼야"
조선비즈 | 세종 | 입력 2014.10.09 15:27 | 수정 2014.10.09 16:07

경남 창원의 한 중공업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30년간 일해온 고명재(54·가명)씨는
아직 2~3년 더 일할 계획이다.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 많아 회사에서도 젊은 근로자보다 경험 많은 중년 근로자를 선호하는 눈치라
최대한 오래 회사를 지킬 생각이다.
그런데 고씨는 몇 년째 취직을 준비하는 큰아들(28)과 딸(26)을 보면
가끔 아이들의 일자리를 자신과 같은 아버지가 빼앗고 있는 게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0~59세 정규직 임금근로자 수는 236만9000명으로
20~29세 정규직 임금근로자(229만명)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중장년 취업 박람회./이진한 기자

고씨의 아들딸은 비록 명문대 출신은 아니더라도 대학생활을 착실히 마치고 남들 못지않은
영어 점수와 필요한 몇몇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둘 다 중견기업에도 취업하지 못하고 백수 생활을 하고 있다.
안쓰러운 마음에 자주 용돈을 주며 기를 살려주려고 하지만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자식들이 딱하기만 하다.
고씨는 "고령화로 정년 연장이 이어지면 젊은이들이 취업하기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며
"아버지세대와 아들딸 세대가 일자리 전쟁을 벌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고씨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 정년 연장 등으로 50대 고용이 늘어나며
20대 고용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50~59세 정규직 임금근로자 수는 236만9000명으로
20~29세 정규직 임금근로자(229만명)보다 8만명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정규직 수가 20대 정규직 수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는 8월 기준 50~59세 정규직 근로자 수가 218만8000명으로
20~29세 정규직 근로자 수 227만8000명보다 적었다.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고용률을 보면
50대 고용률은 70% 수준으로 50%대인 20대 고용률보다 늘 높은 수준이었다.
20대는 대학생이나 군입대가 많은 특수성 때문에 고용률이 낮다.
뿐만 아니라 50대는 생계형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이 다른 연령보다 많아 고용률이 높다.

하지만 질 높은 일자리로 꼽히는 정규직 임금근로자 중 50대가 20대를 추월했다는 것은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령화로 50대 인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대 청년들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이 아닌
15~29세 청년층 446만5000명 중 57만명(5월 기준)은 취업 경험이 한 번도 없었다.
전체 청년층 중 12.8%가 학업을 마치고 한 번도 직장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인데
이 비율은 조사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고치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일자리의 세대 갈등이 이뤄지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도 말하지만,
정년 연장 등으로 근로자 한 사람이 기업에 머무는 시간이 과거보다 길어지며
그만큼 기업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호성 한국 경총 상무는 "정년연장 등으로 기업의 비용부담이 증가해 청년 신규고용을 대체할 수 있다"며 "60세 정년 연착륙과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활성화와 임금·인사관리 체계 개편 등이
이뤄져야 하고, 노조도 시대 변화에 맞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