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주항공, 바퀴도 안 내리고 착륙 시도
곽래건 기자 입력 2021. 09. 18. 13:00 수정 2021. 09. 18. 13:51
제주항공 항공기가 2019년 8월 도쿄 나리타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Lachlan Gatland
저비용 항공사(LCC)인 제주항공에서 조종사들이 착륙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착륙해 내부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14일 제주항공 7C133편이 서울 김포공항에서 승객 138명을 태우고 출발해 오후 8시 30~40분쯤 제주공항 07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했다. 하지만 착륙을 위해 보조날개(플랩·flap)를 펴고, 착륙용 바퀴를 내리는 조작이 늦어졌다. 이로 인해 조종석에서 보조 날개가 충분히 펼쳐지지 않은 채 너무 낮은 고도까지 내려왔다는 ‘투 로우 플랩(too low flaps)’, 지면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터레인, 터레인(terrain, terrain)’ 경고음까지 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착륙용 바퀴가 내려가 있지 않다는 경고도 울렸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뒤늦은 조작 때문에 착륙 직전인 550피트(167m) 높이에서도 기체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착륙을 취소하고 다시 고도를 높이는 ‘복행(復行·Go-around)’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당시 부기장도 ‘복행하자’고 기장에게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장은 그대로 착륙을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착륙했기 때문에, 국토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항공안전장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선 ‘사고만 안 났을 뿐, 조종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여러 차례 했고, 안전을 위한 절차를 대놓고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종사들이 단순히 조작을 늦게 한 것이 아니라 ‘착륙 전 체크리스트’ 절차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 내부 규정으로도 항공기가 1000피트 높이까지 내려가기 전에 조종사들은 보조날개와 착륙용 바퀴 등이 제대로 위치해 있는지를 최종 확인해야 하는데, 보조날개가 착륙에 적당한 30도 각도까지 펼쳐진 것은 지상 630피트(192m) 높이였고, 착륙용 바퀴가 내려온 것은 727피트(221m) 높이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장은 복행할 경우 비행시간이 길어져 김포공항이 아닌 인천공항으로 가야 할 것을 우려해 착륙을 강행했다고 한다. 해당 항공기는 제주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고 다시 이륙해 같은 날 밤 10시 30분까지 김포공항으로 돌아가기로 돼 있었다. 김포공항은 소음 등의 문제로 11시가 넘어가면 착륙을 할 수 없고, 비행기들은 대신 인천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제주항공은 이 비행과 관련해 해당 기장에게 1개월, 부기장에게 2주의 비행 금지 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담당자는 “해당 항공사 조종사들의 훈련 상태 등에 대해 감독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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