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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최강욱 주장 '조목조목' 논박한 1심 판사

일산백송 2021. 1. 31. 23:34

조국 아들 허위 인턴확인서..최강욱 주장 '조목조목' 논박한 1심 판사

전현진 기자 입력 2021. 01. 31. 19:21 수정 2021. 01. 31. 21:15 

[경향신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인턴 경력확인서를 허위로 써준 혐의로 지난 28일 열린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인 집행유예를 받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재판을 마치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떠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28일 국회의원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씨가‘2017년 1월10일부터 같은 해 10월11일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 최 대표가 속한 법무법인 청맥에서 인턴 활동을 했다는 최 대표의 확인서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선고 후 “판사는 (조씨가 한) 사무실에서의 활동 사실을 인정하고도 유죄로 판단했다”며 “재판부의 인식과 판단에 매우 유감”이라고 반응했다. 판결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인턴 활동기간 16시간…매주인가, 총누적인가

최 대표의 주장을 살펴보면 조씨가 한 인턴 활동은 체험형 인턴이었다.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채용 연계형 인턴과 다르다는 의미다. 조씨가 1주일에 1~2차례 자신의 사무실로 와 업무를 곁에서 보고 배우며 자신이 지시하는 간단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인턴 활동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주로 저녁 6시 이후나 주말 2~4시간’정도 이뤄졌으며 누적 활동시간이 2017년 10월11일까지 총 16시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2017년 1월10일부터 같은 해 10월11일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동안’이라는 기간에 대한 의미를 판단했다. 정 판사는 9개월 동안 매주 2회 인턴활동의 총 누적합계를 16시간이라고 한다면 “매회 활동시간의 평균이 약 12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 판사는 “법무법인 사무실을 포함한 어느 기관에서든 단지 12분 동안 머무르며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 대표 변호인은 재판 과정 중 “(조씨가) 한 번 오면 인턴을 수행하는 시간이 2~4시간인 바 인턴 수행한 횟수를 계산하면 약 4~8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정 판사는 “이는 (인턴) 확인서의 다른 부분(9개월 동안 매주 2회)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결국 ‘총 16시간’을 9개월 동안의 누적 활동시간으로 본다면 확인서의 다른 부분과 조화롭게 해설될 수 없다”고 했다.

정 판사는 “완화된 의미의 인턴이더라도 정기적으로 출석해 상당한 시간 근무하는 것이 통상적인 모습인 점, 일반근로자의 1일 근로시간은 통상 8시간인 점, 더군다나 입시에서 경력으로 내세울 목적으로 제출되는 점 등에 비추어 ‘총 16시간’이 증명하는 것은 매주의 누적활동시간이라고 봄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이 판단을 풀어보면, 최 대표 주장대로 인턴 활동 시간을 계산할 경우 실제 활동이 불가능한 ‘1회 평균 12분’이 나오기 때문에, 인턴확인서가 의미하는 ‘매주 2회 총 16시간’은 곧 ‘1주당 16시간’ 즉 ‘매회 8시간’ 의미로 작성됐다는 것이다. 대학원 입시에 필요한 경력으로 삼기에도 후자가 더 자연스럽다는 해석이다. “1주일에 2번 정도 사무실에 가 한 번 가면 2~4시간 가량 활동했다”고 한 조씨의 검찰 진술과 차이는 있지만, 그나마 매주 활동 시간으로 해석해야 자연스럽다는 판단이다.

최 대표와 함께 근무하는 남모 변호사는 재판에서 “2017년 초순경 다른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인 저녁 7~8시 정도에 조씨로 생각되는 사람을 2번 본 적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일주일에 4일 야근, 주말 이틀 중 하루는 근무하는 남 변호사가 정기적으로 인턴 활동을 했다는 조씨를 겨우 2번 본 적 있다고 말한 점에 주목했다. 그가 본 인물이 조씨가 맞다고 해도 실제 인턴 활동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최 대표가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보낸 문자메세지도 조씨가 실제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판단 근거가 됐다. 최 대표는 2017년 5월12일 정 전 교수에게 문자를 보내 “오랜만에 조씨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인턴 확인서에 따르면, 당시 5개월째 매주 꾸준히 근무해 왔을 텐데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 판사는 “‘2017년 1월10일부터 2017년 10월11일 사이에 저녁 6시 이후 또는 휴일 시간에 피고인의 사무실에 몇 차례 들러 영문 번역이나 그 밖의 불상의 업무를 수행했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 판사는 이런 활동 사실이 인턴 확인서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9개월 동안 정기적인 업무수행 자체가 없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 앞. 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준 혐의로 기소된 열린 첫 공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인턴확인서 중요서류인가 아닌가

최 대표는 이 인턴확인서가 고려대·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 입학지원시 필수 제출 서류가 아니라며, 업무방해를 초래할 정도의 의미가 있는 서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도 이 인턴확인서가 대학원 필수제출 서류가 아니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이 확인서는 필수제출 서류가 아닐 뿐 조씨의 입학지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서류였다. 조씨는 두 대학원의 필수제출서류인 대학원 입학지원서의 경력란에 최 대표의 법무법인에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는 취지로 기재했다. 또 연세대 대학원 필수제출서류인 ‘학업 및 연구계획서’에도 인턴 근무 중이라는 내용을 기재했다. 연구계획서에는 인턴 경력을 언급하며 인권과 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석사 과정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이 있었고, 고려대 대학원 자기소개서에는 인턴 근무 경력을 언급하며 입법·정책 등에 대해 배우고자 노력하겠다는 언급도 등장했다.

결국 이 인턴확인서는 대학원 입학의 필수제출서류는 아니었지만 필수제출서류에 기재된 내용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됐다는 뜻이다. 정 판사는 “이 사건 입시는 필수자격을 갖추기만 하면 합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을 종합하여 당락이 결정된다”며 “특히 경합하는 지원자들 사이에 학업 성적이나 영어 점수에 대한 평가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이러한 인턴 경력 등이 있는 지원자와 없는 지원자 사이에 당락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음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받아들여지지 않은 공소권 남용 주장

1심 재판 과정에서 최 대표는 검찰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공소권을 남용해 자신에 대한 표적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자신을 검찰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수사해 선별기소했다는 주장이다. 정 판사는 “구체적인 주장의 내용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군법무관, 변호사로서 오랜 기간 법률사무에 종사해왔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피의자 소환을 요구받지 못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정 판사는 2019년 11월19일 서면 진술서를 제출한 이후 수사단계에서 3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받았지만 불응했다는 점 등을 들어 최 대표가 피의자조사를 받지 못해 유리한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 밝혔다.

최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뛰어 넘어 해당 수사팀에 ‘무조건 인사발표하기 전에 오늘 기소하라’는 지시를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정 판사는 검사는 단독관청으로서 자신의 책임 아래 단독으로 공소를 제기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공소 제기 과정에서상급자 지휘를 따르지 않거나 내부 결제 절차가 준수하지 않는 것이 공소 제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봤다. 정 판사는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를 직접 지휘했더라도 검찰청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이 수차례 소환장을 받고도 출석하지 않은 점, 그 밖에 기소 시점까지 수집된 증거의 입증정도 등에 비추어 검찰총장의 지휘로 피고인에게 어떠한 실질적 불이익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정 판사는 정 전 교수에게 입학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제공해 허위가 인정된 이들이 더 있는데 유독 자신만 기소됐다며 선별적 기소를 주장한 것에 대해선 검사의 소추재량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공소시효의 완성, 허위서류의 용도에 대한 인식이 다르고, 적법한 기소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더라도 범행 후의 정황 등 기소 제기 여부에 대한 고려항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유리한 양형요소가 없다”

정 판사는 인턴활동 확인서가 최 대표와 조 전 장관의 특수 관계에 따라 발급된 것으로 판단했다. 정 판사는 “(인턴 확인서는) 아무 지원자나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니고, 피고인(최 대표)과 같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과 단순한 친분관계를 넘어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발급받을 수 없는 서류”라며 “이 사건의 피해자는 대학원 입학담당자들이지만, 궁극적으로 입시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이고 우리사회에서 학벌이 사회적 지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는 점에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범죄”라고 했다.

법원의 판결은 일반적으로 사실 관계를 확정하고 각 주장에 대해 살핀 뒤 혐의 사실에 대한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선고형을 결정하는 양형 판단을 한다. 정 판사는 최 대표에 대해 전과가 없고, 인턴 확인서가 입시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논문 허위 작성’ 등 다른 성과물을 조작하는 것보다 제한적이며, 확인서를 발급해 준 뒤 이득을 취한 것이 없다는 것을 유리한 점이라고 봤다.

그러나 정 판사는 최 대표에 대해 “이런 유형의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행위자의 진지한 반성은 범죄예방의 측면에서도 양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피고인에게는 이러한 유리한 양형요소가 없다”고 했다. 반성하지 않는 최 대표의 태도를 양형에 참조했다는 뜻이다 .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