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신천지 1777명 격리치료 거부.. 당국 "기부금 거절-구상권 검토"
by. 대구=명민준 기자
입력 2020.03.07. 03:01수정 2020.03.07. 03:37
[코로나19 확산 비상]정부-대구시 "방역 협조가 먼저"
신천지 대구교회 앞 방역 6일 오후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건물 앞에서 남구 공무원들과 자율방재단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이다. 대구=뉴스1
“신천지예수교(신천지) 교인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하겠습니다. 다수 교인이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거부하고 진단 검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방역 대책에 커다란 혼란과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측에 강하게 경고했다. 대구시는 전날 신천지가 대구에 기부한 100억 원을 거부했다. 권 시장은 “지금 신천지가 해야 할 일은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대구시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신천지 교인 1777명 격리 치료 거부
권 시장은 방역 대책에 비협조적인 신천지 교인들의 구체적인 행태를 공개했다. 대구시는 코로나19 경증 환자를 충남 천안시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우정공무원교육원)에 입소시키기로 했다. 입소 의사를 묻는 전화에 “나는 1인실 아니면 안 가겠다”, “집에 있는 것이 좋다”고 답하는 환자 대다수가 신천지 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권 시장은 “많은 국민이 두려워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데 (불편을 이유로) 2인실에 못 들어가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5일 기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대구 지역의 신천지 교인이 1777명이다. 권 시장은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게도 “정부의 간곡한 호소보다 이 총회장의 지침을 더 잘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총회장에게 경고이기도 하고 간절한 호소이기도 한 말씀을 한다. (교인들에게) 조금 불편하더라도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해 달라고 하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신천지 교인도 다수다.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받고도 ‘검사 안 받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권 시장은 “신천지 교인은 고위험군이라 자가 격리 기간인 14일이 지났더라도 반드시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을 때 자가 격리를 해제하는 것이 추가 지역사회 감염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선 간부 10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추가 감염도 우려된다. 대구교회 관계자는 “다대오지파장을 비롯해 총무 강사 등 간부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대오지파장은 대구경북권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로 이 총회장을 대신해 설교를 하기도 한다. ○ 정부와 대구시, 구상권 청구와 기부 거부로 압박
신천지는 6일 대구시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기부금을 반환하자 새로운 기부처 찾기에 나섰다. 모금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도의적 법적으로 민감한 상황 등을 고려해 신천지 측과 협의 끝에 반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 신천지는 모금회 중앙회와 대구 모금회에 각각 20억과 100억 원을 계좌이체 방식으로 기부했다.
신천지는 모금회가 거부하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를 타진했다. 구호협회 관계자는 “12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계속 연락이 왔지만 대구와 국민 정서를 감안해 받을 수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입장문을 내고 “이른 시일 내에 기부처를 찾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대한적십자사,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신천지에 대한 구상권 청구 검토 의사를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전파와 관련해) 명백한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신천지 측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당연히 정부로서는 구상권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상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며 “역학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이 밝혀지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구특교·송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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