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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이재명 지사, 1심 완전 무죄로 명예 회복..대선가도 파란불 켜지나? [일상톡톡 플러스]

일산백송 2019. 5. 16. 20:24

세계일보

'오뚝이' 이재명 지사, 1심 완전 무죄로 명예 회복..대선가도 파란불 켜지나?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입력 2019.05.16. 19:37

 

16일 직권남용·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무죄선고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앞날에 먹구름이 걷혔습니다.

물론 아직 항소심과 상고심 판단이 남아 있지만, 1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고 훼손된 명예를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은 물론 잠재적 대권 주자로서 정치적 입지도 다져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소년공 출신 인권변호사라는 입지전적인 인생 스토리로 성남시장을 거쳐 경기지사 자리에 오른 이 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밀어닥친 위기의 파도를 '오뚝이'처럼 넘긴 셈입니다.

이 지사는 이날 선고 직후 지지자들에게 "지금까지 먼 길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서로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원한다"며 마치 작심하듯 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큰길'은 '대권가도'라고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잠룡의 용틀임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입니다.

이어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명심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는데요.

◆이재명 "서로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원한다"…'큰길'은 어디?

지난해 6월 바른미래당 측 고발로 시작된 이번 사건에서 이 지사는 기존 '싸움닭'에 이미지를 뛰어넘어 법률가로서 집요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을 입증하기도 하듯 정면돌파를 무기로 내세워 위기를 기회로 반전한 그의 전투력이 이번에도 그 효력을 입증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그간 정치 여정에서 수차례 갈등과 위기를 겪었으나, 이번 사건은 그 결과가 가져올 파장에서 무게감이 달랐다는 분석입니다.

20회 공판, 55명의 증인이 나선 '법정 혈투' 1라운드에서 심판인 법원은 국가공권력인 검찰이 아닌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이 최종심까지 가서 확정되면 '경기지사는 대선주자의 무덤'이라는 징크스에서 벗어나, 이 지사는 대권가도에 설 수 있는 정치적 동기와 입지를 동시에 얻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지사=대선주자 무덤? 이재명은 달랐다"

지금까지 높은 인지도 속에 경기도에 터를 잡은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등 4명의 걸출한 전직 경기지사는 임기 말에 순탄치 않은 대권가도를 달리다가 낙마했는데요.

이인제 전 지사가 15대 대통령선거 본선에 진출했으나 '경선불복·신당 창당'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 정치적 정당성마저 타격을 입었으며, 나머지 3명은 예선 격인 경선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대권이라는 큰 산은 유독 경기지사에게만 정상을 보여주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구축한 정치적 토대마저 허물어버렸는데요.

이 지사 역시 경기지사 당선 이전인 성남시장 재임 당시인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적지 않은 정치적 후유증을 겪었습니다.

그 당시 후유증이 지금도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는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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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의식한 듯 이 지사는 지난해 7월 취임 때부터 '경기지사 무덤론'을 경계하며 '실무적 행정가'로 자처해왔습니다.

그는 당시 취임 인터뷰에서 "(전직 경기지사들은) 정치인들이었다. 저는 실무적 행정가다. 경기도는 서울시 등 광역시와 다르게 시군 중심이고 도지사 중심이 아니다. '무덤' 이런 표현을 안 했으면 한다. 도민이 서글프다. 밟고 지나가는 돌멩이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취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여기는 (경기도지사들의) 무덤이 아닌 진짜 삶의 터전으로, 일터로 생각하고 총력을 다해서 도민들에게서 '정말 잘했다', '여기서 일 그만두기 아깝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명, '실무 행정가' '일하는 정치인' 이미지 다져나갈 듯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그는 '실무 행정가'로 역량을 입증할 기회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갖춘 대권주자로서 '일하는 정치인'으로의 이미지를 다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취임을 전후해 각종 의혹에 휩싸이고 정치적 논쟁과 검경 수사가 이어지면서 일꾼으로서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인데요.

이를 방증하듯 그는 지난달 25일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기소 이후 재판으로 경기도정에 몰입하지 못한 것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습니다.

일단 일할 기회를 얻은 이 지사는 선고 직후 도민들을 향해 "저를 믿고 기다려주셨는데 도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큰 성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호소를 재판부가 받아들였는지를 떠나, 그가 어렵게 거머쥔 반전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정당인으로서, 이 지사는 민주당 평당원이되 당원으로서의 의무만 갖고 권리는 행사하지 않는 사실상의 당원권 정지 상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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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이 지사는 민주당 당무위원, 중앙위원, 대의원과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 등의 당직을 맡고 있었으나 지난해 12월 기소되면서 관련 당직을 일괄 사퇴하는 것으로 정리한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이번 1심 무죄 선고가 당원권 회복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이재명 1심 '전부' 무죄, 법조계 갑론을박…다양한 해석 나와

이 지사에 대한 법원의 1심 선고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서로 다른 시각과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검찰이 기소한 총 4가지 혐의에 대해 일부 유·무죄가 아닌, 모두 무죄라는 다소 예상 밖 결과가 나온 데 따른 것입니다.

지사직 유지·상실의 갈림길에 서 있던 이 지사가 '완전 무죄'라는 판결을 받아낸 데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예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당사자격인 검찰측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판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돼 엄히 처벌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 범위에 들어오면 아예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 혐의는 고의범이 아닐 경우 처벌이 매우 어려운 범죄"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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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무죄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는 게 중론인데요. 직권남용은 과거 유죄 판결이 난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판결을 내린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검찰 측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인데, 이를 법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대반전 드라마, '전면 무죄' 판결 내린 최창훈 판사는 누구?

한편 이 지사 완전 무죄 판단을 내린 최창훈 부장판사(50·29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검찰이 이 지사를 4가지 혐의로 기소한 뒤 결심공판에서 '친형 강제입원'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중형을, 허위사실공표 등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벌금 600만원을 각각 구형했는데요.

이를 모두 배척, 전면 무죄를 선고하는 대반전 드라마가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최 판사는 1969년 전남 해남 출신으로, 1987년 광주 인성고를 거쳐 1996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대학 졸업 이듬해인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39회)하고,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29기)한 뒤 광주지법 판사로 법원에 첫발을 들였는데요.

이어 광주고법, 광주가정법원 등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으며, 2015년에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장을 역임하고, 현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부장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최 판사는 광주지법 해남지원장 재직 시절 친부살해 혐의로 15년 넘게 복역한 무기수 김신혜 씨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렸는데요.

당시 최 판사는 이례적으로 직접 법정에 나와 김씨에 대해 재심 개시 이유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촛불 정국'이던 2016년 12월 광주시청과 5개 구청 청사에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어 옥외광고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노조원들에게 지난해 초 선고유예 판결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