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유총, 유치원법 막으려 한국당 의원 ‘쪼개기 후원’ 정황
등록 :2018-12-06 04:59수정 :2018-12-06 08:17
비대위, 이달 초 법안심사 직전
영남 분회 원장들에게 입금요청 문자
20만~100만원 개별 할당까지
해당 의원 “후원 늘었지만 불법 몰라”
“분회별 기부명단 보고된 듯” 증언
다른 의원에게도 입법로비 가능성
한유총이 사립유치원 원장들과 공유한 국회의원 후원을 독려하는 카톡 메시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가 사립유치원 비리 파문과 ‘유치원 3법’ 개정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사립유치원 원장들에게 문자를 보내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불법적인 ‘쪼개기 후원’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5일 <한겨레>가 입수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면,
지난달 말 한유총이 영남 지역의 한 산하 분회 소속 유치원들에 이아무개 자유한국당 의원 후원계좌로
20만~100만원씩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했다.
문자메시지에는 “원장님, 총연(한유총) 비대위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 10시까지 (후원금 입금을)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이들은 유치원 규모에 따라 ㄱ유치원 20만원, ㄴ유치원 30만원, ㄷ유치원 100만원 등
구체적인 유치원 이름과 후원금까지 책정했다.
이어 해당 사립유치원장들에게 ‘이○○ 국회의원, ○○은행 계좌번호’로 해당 금액을 입금하도록 요구했다.
ㄱ유치원 원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유총 지역분회) 카톡방에 한유총 비대위 명의로 우리 유치원 이름과 후원금 액수를 정해서
올려놓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일방적으로 내라고 한 것이어서 우리는 후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유치원장은
“한유총 비대위가 자유한국당 특정 의원에게 1천만원가량을 후원하도록 유치원별 할당액을 정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실제 후원이 이뤄져 한유총 상부로 기부자 명단이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다른 지역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지역 분회별로 기부금 명단을 취합해 상부로 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된 지역 외에도 한유총이 다른 의원들에게 후원금 보내기를 독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메시지에는 “후원 현황을 회장 개인톡으로 지금이라도 보내주시면 취합하겠습니다”라며
이름, 주민등록번호, 직업, 주소, 휴대전화 번호, 후원금 입금 일자 등을 보내도록 적혀 있다.
입법로비 등 특정한 목적으로 한 정치인 후원에 여러 개인을 동원하는 이른바
‘쪼개기 후원’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업무·고용 그 밖의 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기부를 알선할 수 없다”(33조)고 정하고 있다.
특정 이익단체가 구성원들을 동원해 정치 후원금을 크게 불리는 행위를 못 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정치자금법이 기업이나 단체의 기부금을 금지한데다 개인 최대 기부액을 500만원으로 제한하자, 더 큰 돈을 정치인에게 내기 위해 불법적인 ‘쪼개기 후원’이 동원된 사례가 많다.
실제 ‘후원 메시지’를 보낸 시점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낸 ‘유치원 3법’의 병합심사를 위해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열린 지난 3일 직전이었다.
현재 사립유치원 회계는 설립자 돈과 학부모·정부 돈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분담금 일부가 이들의 쪼개기 후원금으로 이용됐을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의원실 관계자는 “12월 초께 후원금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한유총 같은 단체가 특정한 목적으로 후원을 했다면 연락이 왔을 텐데 그런 일이 없었고,
있다 해도 불법성이 있는 돈은 무조건 돌려준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유총은 내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참여하는 카톡에서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특정해 후원도 독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치원 3법안 통과 못 하게 후원금을 보내주세요”라는 공지와 함께 자유한국당 교육위 위원인
김한표, 전희경, 곽상도 의원을 비롯한 6명 의원의 후원 계좌가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10월께부터 법안 심사에 공정성을 기하고 오해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유치원 관련 후원은 확인되는 대로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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