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자 소년법 적용? 개정·폐지 논란 활활 [일상톡톡 플러스]
김현주 입력 2018.11.20. 06:03
인천에서 동급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뒤 추락해 숨진 중학생의 패딩점퍼를 가해 학생 중 1명이 입고 법원에 출석해 빈축을 사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해당 점퍼를 압수해 유족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의 전자담배를 빼앗고 집단 폭행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 공동공갈·공동상해죄도 추가 적용했다.
인천 연수경찰서는 상해치사 등 혐의로 구속한 중학생 4명 중 A(14)군이 입고 있던 피해자 B(14·사망)군의 패딩점퍼를 압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경찰은 "A군이 입고 있던 피해자 점퍼를 압수해 보관하고 있다"며 "압수물 환부 절차에 따라 조만간 유족에게 돌려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A군은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이달 11일 저녁부터 B군의 패딩점퍼를 입고 있던 사실이 드러났다.
A군은 경찰에 "집 앞에서 B군과 서로 점퍼를 바꿔 입었다"며 "강제로 빼앗아 입은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와 함께 범행에 가담한 다른 중학생들도 경찰 조사에서 같은 진술을 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실제 A군과 B군이 점퍼를 바꿔 입었는지, 강제성은 없었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경찰 "'인천 중학생 추락사' 가해자 공동공갈·공동상해죄 추가 적용"
A군이 강제로 B군 점퍼를 빼앗아 입은 사실이 확인되면 절도죄나 강도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
A군이 피해자의 패딩점퍼를 입은 사실은 B군의 러시아 국적 어머니가 인터넷 게시판에 "저 패딩도 내 아들의 것"이라는 글을 러시아어로 남기면서 알려졌고, 이후 경찰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경찰은 "패딩점퍼 소유주를 확인하기 위해 한 차례 더 피해자의 어머니를 조사했다"며 "피해자 어머니는 가해자가 입고 있던 점퍼가 자신의 아들 것이라고 진술했다. 가해자에게 관련 법률을 적용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피의자들이 B군의 전자담배를 빼앗고 집단 폭행한 사실도 파악했으며, 이들에게 공동공갈 및 공동상해죄도 추가로 적용했다.
경찰은 "피의자 중 2명이 주고 받은 SNS 메시지를 토대로 B군을 폭행하기로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과거부터 피해자를 지속해서 폭행했는지는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A군 등 남녀 중학생 4명은 지난 13일 오후 5시20분경 인천시 연수구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B군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군은 1시간20여분 뒤인 당일 오후 6시40분경 이들의 폭행을 피하려다가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앞서 A군 등은 사건 당일 오전 2시경 PC방에 있던 B군을 인천시 연수구 한 공원으로 끌고 가 폭행하고 14만원 상당의 전자담배를 빼앗았다. A군의 아버지와 관련해 B군이 욕설을 했다는 게 집단 폭행한 이유였다.
B군은 공원에서 달아났다가 "전자담배를 돌려주겠다"는 말에 당일 오후 가해자들을 다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잔혹한 10대 범죄 증가, 소년법 개정·폐지 여론 다시 확산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과 관련해 폭력을 저지른 10대 4명이 경찰에 구속된 가운데, 잔혹한 10대 범죄에 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해 학생은 모두 10대로, 소년법 적용을 받아 일반 성인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을 공산이 크다.
그러자 소년법 개정은 물론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초등학생을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사건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 서울과 부산 등에서 발생한 집단폭행과 성폭행 사건까지 10대들의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모두 3차례에 걸쳐 소년법 개정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답변을 내어도 관련 청원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원인들은 "인천 중학생 폭행 가해자 4명 전원 엄중 처벌 요구한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를 보면서 과연 소년법은 누구를 위한 소년법인지 모르겠다. 인천 상해치사 가해자들 살인죄로 처벌 바란다", "가해자들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릴 것을 청원한다" 등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일부에서는 법 이외에 재교육 시스템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게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라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아동들이 형사처벌을 받아 재범률이 낮아지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사법공백'을 교육 등 다양한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 없이 무조건 처벌로 메우려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법 폐지? 법조계 '글쎄'
소년법을 실제 폐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유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게 UN(유엔) 아동권리협약과의 충돌이다. UN 아동권리협약 제37조는 "만18세 미만의 아동에게 사형과 종신형을 선고해선 안 되고, 이들을 18세 이상의 범죄자와 동일한 교정시설에 수용해서도 안 된다"고 명시한다.
UN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의 모든 권리를 담은 국제적인 약속으로, 1989년 11월20일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196개국이 가입한 상태다.
만약 소년법이 폐지될 경우 만 14세부터 18세까지의 소년에게 사형 및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되지만, 이는 협약에 전적으로 위배된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한민국이 지금껏 비준한 각종 인권조약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소년법 폐지는 법 질서상 혼란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처럼 소년법 개정 관련한 논의가 혼선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강간·폭력 등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소년범은 계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간 범죄소년 검거인원은 39만8917명으로, 일 평균 218명 이상의 소년범이 검거됐다.
특히 전체적으로 소년범은 5년간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강간과 폭력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간은 2015년 1830명이 검거된 이후 3년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1933명이 검거됐다. 폭력은 2014년 2만82명의 소년범이 검거된 이후 지난해 2만1996명이 검거돼 4년 연속 검거인원이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소년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지만,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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