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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성추행' 고발자 홍선주 "죄진 자는 죗값 받아야"

일산백송 2018. 2. 21. 19:25

노컷뉴스

[단독] '이윤택 성추행' 고발자 홍선주 "죄진 자는 죗값 받아야"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입력 2018.02.21. 18:33

 

[노컷 인터뷰] 11년 동안 연희단거리패에 있었던 홍선주 씨

이윤택 연출가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을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이 자리에서 강압적인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이윤택 연출가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추행 사실을 사과했다. 그러나 그는 이 자리에서 강압적인 성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11년 동안 연희단거리패에 소속돼 있던 배우 홍선주 씨가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과 내부의 폐쇄적인 분위기에 대해 밝혔다. 홍선주 씨가 실명으로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윤택 연출이 극단 내에서 '왕', '신'과 같았다는 이미 알려진 사실 외에도, 연희단거리패의 김소희 대표가 제보자를 색출하려고 했다는 점, 연희단거리패의 오동식 상임연출이 쓴 '이윤택 사과 기자회견 연출'에 대한 입장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홍선주 씨는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2000년부터 마지막으로 극단을 나온 2011년까지 너무나도 많은 친구들의 아픔을 봐 왔다. 도와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인터뷰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홍선주 씨가 실명으로 '연극계 미투 운동'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선주 씨는 이날 오전 올라온 연희단거리패의 오동식 씨가 쓴 글을 보고 이름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윤택 연출의 기자회견이 '리허설'까지 마친 연출이었다는 것을 두고 "선생님(이윤택)은 보이는 것에 대해 준비를 했을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홍선주 씨는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전 대표가 JTBC 익명 인터뷰 이후 취재기자에게 제보자를 알려달라고 하는 등 '색출' 움직임이 있었다고도 폭로했다.

 

홍선주 씨는 "이런 폭로들이 많이 나오면서 연희단거리패 출신들을 모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까 봐 걱정스럽다"면서 "집단의 특성상 정말 무서워서 가만히 있었거나, 용기 내어 얘기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이윤택 연출에게는 "선생님을 저를 배우로 태어나게 해 주신 연극적 아버지라고 믿었다. 그 사랑이 너무 커서 제가 받은 피해를 제가 감수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면서도 "남은 생이라도 좀 제대로 된 마음으로 사셨으면 한다. 진짜 아버지를 고발하는 것처럼 제 마음도 편치 않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홍선주 씨와의 일문일답 전문.

 

▶ 이윤택 연출의 성폭력과 관련된 폭로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익명으로 언론사에 자신이 보고 겪은 것을 제보했는데, 언론에 나서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언젠가는 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2000년부터 마지막으로 극단을 나온 2011년까지 너무나도 많은 친구들의 아픔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와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 오늘(21일) 오전 연희단거리패 소속 오동식 씨가 '나의 스승을 고발한다'며 이윤택 연출의 사과 기자회견이 변호사 자문과 리허설까지 거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점을 밝혔다. 이 글을 보았나.

 

그게 제 이름을 밝히게 된 계기다.

 

연희단거리패 상임연출 오동식 씨가 2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19일 열린 기자회견이 '연출'됐다는 것이 요지다. (사진=오동식 페이스북 캡처)이미지 크게 보기

 

연희단거리패 상임연출 오동식 씨가 2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 19일 열린 기자회견이 '연출'됐다는 것이 요지다. (사진=오동식 페이스북 캡처)

▶ 오동식 씨가 그런 폭로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봤나.

놀라진 않았다. 마음도 약하고 겁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용기를 많이 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힘들어 할 것 같다.

 

▶ 오동식 씨의 글이 이름을 밝히게 된 계기라고 말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줄 수 있는지.

 

(글에 나온) ㅈㅇㄱ 선배가 마지막까지 그렇게 이윤택 선생님에 동조하고… 그런 태도일 줄은 생각을 못 했다. 제가 너무 그 선배를 믿었나 보다. 또 그 선배가 와이프가 세상 떠난 지 1년도 안 돼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고 새집을 구하러 다녔다는 게, 개인적인 부분일 수 있지만 놀라웠다. 그 하늘나라 가신 선배를 제가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나 보다. 근래에 저를 만났을 때도 (ㅈㅇㄱ 선배는) 떠난 선배에 대해 그리워하고 그분에 대해 얘기하며 추억을 나눴는데, 그 남자 선배가 그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 김지현 씨의 글과 본인이 쓴 글에 나오는 '윤주 선배'가 하늘나라로 떠난 선배인가. ㅈㅇㄱ라는 분과는 부부 사이였나.

 

네.

 

▶ 본인도 "윤주 선배님. 저, 지현이와 뜻을 함께하겠습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습니다. 나중에 선배님 만나면 지현이랑 같이 무릎 꿇겠습니다"라고 썼고, 김지현 씨의 글에도 "하늘에 계신 윤주 선배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만나서 무릎 꿇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부분이 있다. 어떤 얘기인지 들려줄 수 있나.

 

故 이윤주 선배님은 저와 김지현이라는 친구의 사수였다. 그분의 오른팔, 왼팔이 저와 김지현이었다. 왜 죄송하냐 하면, 그분이 연희단거리패를 어떻게든 지키려고 하셨기 때문이다. 지금 진짜 연희단거리패를 지키는 방법은, 그 극단을 거쳐 간 친구들과 남아있는 친구들을 지키는 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윤주 선배님은 '그런 것까지 얘기했어야 했니'라고 얘기하셨을 것 같아서… 선배님은 돌아가시기 전전날까지 일하시다 암으로 돌아가셨다. 연희단거리패를 목숨처럼 지키려고 하셨다.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고 늘 말씀하셨고.

 

▶ 이윤택 연출의 기자회견이 '연출'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기자회견 풀 영상을 봤다. 저는 2000년에 들어가서 2011년에 (연희단거리패를) 나왔다. 선생님을 11년 동안 뵈었다. 기자회견 한다는 얘기 들었을 때부터 측근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다. 스튜디오 의자 배치는 이렇게 하고, 기자들은 어떻게 앉을 거니까… 리허설이나 이런 준비들을 할 거라고. 선생님을 그래도 좀 안다고 생각하고, 항상 그런 모습들을 봐 왔기 때문이다. 리허설이나 보이는 것에 대해 준비를 했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 자연스럽게.

 

이윤택 연출가 (사진=박종민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이윤택 연출가 (사진=박종민 기자)

▶ 이윤택 연출이 극단은 물론이고 연극계 내에서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수년간 반복될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반응도 많다. 구조적 한계인가.

일반인 분들은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하고 생각하실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은 굉장히 폐쇄적인 곳이었다. 이윤택 선생님 한 명을 두고 나머지가 그 밑에서 거의 상하 주종 관계이다 보니까, 그리고 선생님 기분에 따라 모든 극단의 일과 결정이 정해졌다. 왕이기도 하고 신이기도 하고 누군가는 독재자라고도 표현했다. 선생님은 자주 그런 말을 하셨다. '연극은 민주주의가 없다. 공산주의여야 한다'고.

 

어린 단원도 많았고 맹목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단체의 분위기가 강했다. 반항하거나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거나 '그건 싫습니다'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아예 선배들 때부터 이어져 왔다. 또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초년생 때부터 연극을 처음 하게 된 분들이 많아서 '아, 연극은 다 이런가 보다', '연극계는 다 이런가 보다' 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자기가 처음 만난 연극이란 세상은 '다 이렇게 해야 되나 보다'라고 생각했을 거라는 거다. 이윤택 선생님은 유명하고 실력도 있고 작품도 잘 만들어 상도 받고 인정을 받으니까. '아, 이런 방식으로 연극을 해야 제대로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동시에 '이분한테 찍히면 내 연극생활은 끝이다' 이런 것도 있었다. 실제로 '너희는 내가 없으면 연극을 못 한다. 너희가 (극단) 나와가지고 뭘 하겠냐. 나가 봐라. 더 힘들다' 등의 말씀을 하셨다. 연극 무대 하나 서는 것도 힘들다고 하니까, 다들 나가면 힘든가 보다 하는 두려움이 있었고 그래서 머물게 됐던 것 같다.

 

제가 있을 때만 해도 연희단거리패를 나와서 연극도 잘하고 극단도 활발하게 운영하는 선배들이 없었다. 그래서 정말 (연극을) 못하는구나,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 '너희는 내가 없으면 연극을 못 한다'는 말은 이윤택 연출의 협박성 발언이었나. 아니면 실제로 그런 권력을 갖고 있었나.

 

그런 사례를 저희한테 말씀하신 적도 있다. 극단 나간 어떤 친구가 오디션을 봤는데 그 연출이 내가 아는 누구여서 물어보는 전화가 왔다고. '걔는 쓰지 마~' 이런 식으로 이윤택 선생님이 얘기해서 작품 출연 못한 얘기를 하셨다. 심지어 저는 그 안에서 만난 동기와 결혼했는데 (극단을) 나올 때 선생님께 뺨을 두세 차례 맞고 나오기도 했다.

 

▶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데. 연희단거리패에 한 번 들어가면 아예 나갈 수 없는 건가.

 

나가면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는 너희들이 나가는 게 싫다'고 하셨다. 안에서 만나 결혼까지 했고 결혼하면서 평생 살겠다고 하는데 왜 나가냐는 식이었다. 괘씸해서 때리시는 거라 생각했다. (맞으면) 많이 화가 나셨구나 정도다. 여자 선배들은 선생님을 잘 모시지 않는다고 뺨을 맞는 경우도 있었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과 관련해 실명 폭로한 배우 홍선주 씨 (사진=홍선주 씨 제공)이미지 크게 보기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과 관련해 실명 폭로한 배우 홍선주 씨 (사진=홍선주 씨 제공)

▶ 그런 폭력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던 건가.

폭력이 일상화되진 안핬지만 폭력이 없지는 않았다. 매일 때리고 그러진 않으셨지만 기분이 많이 안 좋으시면 밥상을 엎고, 주먹이나 마이크로 선배님 배를 가격한다든지 다 던진다든지… 나이 드신 선생님들하고는 주먹다짐으로 싸우기도 하셨다. 그런 일들은 그냥 다 보고 상 엎으시면 치우고 그랬다. 정말 화가 나서 그러시는구나 했다.

 

▶ 익명 인터뷰 이후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가 본인을 찾으려고 했다던데. (* 당시 홍선주 씨는 이윤택 연출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여자 단원들에게 폭언하고 면박을 주었고 △안마 요구를 거부한 단원들은 역할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이 존재했고 △극단 내 성폭행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으며 △안마 요구를 옆에서 거드는 여자 선배들이 더 미웠다고 말한 바 있다.)

 

저와 연락했던 JTBC 기자님에게 연락이 왔다. (김 대표가) '오해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그 제보자가 누군지 알고 싶다'고 했다고. 만약 (김 대표가 자기가 한 일을) 계속 부인한다면 제 이름을 밝힐 용의는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시 기자님에게 연락이 와서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넘어갔다고 하더라.

 

▶ 오늘은 SNS에 그동안 전화 인터뷰, 영상 인터뷰를 한 것도, 다른 피해자들을 언론과 연결해 준 것도 본인이라고 밝히는 글을 쓰기도 했는데. 글을 올린 후 혹시 연희단거리패 쪽에서 연락을 받은 게 있나.

 

김지현 씨 등 피해 받은 친구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다. (이윤택 연출의) 기자회견 전부터 계속 그 친구들과는 연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특별할 건 없었지만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극단이 해체되면서) 후배들이 갑자기 나가게 되고, 사실 돌아갈 곳이 없는 친구들도 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아직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방황하는 친구들이 있다.

 

▶ 연극계에서 특히 '미투 운동'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라는지.

 

지금 이런 폭로들이 많이 나오면서 연희단거리패 출신 여자 단원들을 싸잡아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까봐, 남자 단원들은 모른 척한 비겁한 인간이라고 매도될까봐 그게 가장 염려스럽다.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연희단거리패 출신 단원들은 '내가 피해자이지만 가해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으로 모두 힘들어 한다.

 

그 집단의 특성상 정말 무서워서 말을 못했거나, 용기를 내서 얘기했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그랬던 게 있다. 그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죄를 지은 자는 정말 죗값을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정말 잘못했다고 솔직하게 밝혔으면 한다.

 

김소희 대표님 같은 경우는 '자기는 그러지 않았다'(이윤택 연출 안마 시중을 들라고)거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얘기하기 전에, '네가 안마하러 들어갔으면 좋겠다' 등 누군가에게 무심코 했던 발언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자기부터 살려고 하지 말고.

 

▶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나.

 

정말 피해자가 용기 내서 제보하는 것이다. 김지현 씨 같은 경우는 정말 말하기 힘든 낙태 이야기까지 했다. 그것만 (보도)하면 되지, 이게 누군지 찾아 신상을 공개하려고 한다. 기자들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 친구는 결혼해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가족들까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스스로 밝히기 전에는 찾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심한 것 찾지 마시고, 더 자극적인 기사 이런 것보다는 진실에 귀 기울이는 '진짜 보도'를 해 주셨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이윤택 연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마음도… (한숨) 제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다. 사실 선생님을 저를 배우로 태어나게 해 주신 연극적 아버지라고 믿었다. 제2의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그 사랑이 너무 커서 제가 받은 피해도 제가 감수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도 제 아버지를 고발하는 마음이다. 말하면서도 '너 당해 봐라'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다. 진짜 아버지가… 정말 남은 생이라도 좀 제대로 된 마음으로 사셨으면 한다. 복수라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진짜 아버지를 고발하는 것처럼 제 마음도 정말 편치 않고 많이 아프다는 것, 서로 다 아프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앞으로 정말 잘 살아주셨으면 좋겠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