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변호사·중개사 협업 .. '99만원 부동산 중개료' 2라운드
김기환 입력 2017.12.22. 01:00 수정 2017.12.22. 06:20
2심서 유죄 판결 공승배 변호사
중개법인 출범시켜 서비스 재개
"소비자에게 누가 이익 되는지 경쟁"
중개사협회 "기존 형태와 안 달라져
법 테두리 벗어나 중개하려는 꼼수"
공승배 변호사(左), 황기현 중개사협회장(右).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법원 판결에선 졌지만 ‘99만원 중개 서비스’는 이어가겠습니다.”
공승배(46)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옛 트러스트부동산) 대표의 얘기다. 그는 중개법인 ‘트러스트부동산중개’를 공식 출범하고 앞으로 이 법인이 부동산 중개 업무를 전담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무등록 중개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따른 조치다.
공 대표는 지난해 1월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수수료 최대 99만원’을 내걸고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9년 사법연수원을 마친 변호사다. 법무법인 광장·화우에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가 중개업에, 그것도 수수료를 낮춰 뛰어들자 공인중개사 업계가 술렁였다. 공 대표가 지난해 4월 첫 부동산 거래 계약을 성사시키자 공인중개사협회는 “공인중개사가 아닌데 중개 행위를 했다”며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공 대표를 고발했다. 법원은 “변호사로서 중개 수수료가 아니라 법률자문 수수료를 받았다”는 공 대표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공 변호사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공 변호사가 단순 법률 자문이 아니라 부동산 중개 업무를 해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공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하는 대신 부동산 중개법인을 출범시켜 변호사·공인중개사가 협업하는 구조로 중개 서비스를 이어가기로 했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업 직접 진출은 좌절됐지만 ‘백기’를 들기보다 노선을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구체적으로 중개 업무는 공인중개사가 일하는 중개법인인 트러스트부동산중개, 법률 자문은 공 대표를 중심으로 한 트러스트 법률사무소가 맡기로 했다. 트러스트부동산중개 대표는 사수경(37) 공인중개사다. 소비자 입장에서 바뀐 건 없다. 중개수수료를 ‘최대 99만원’ 받는 건당 정액제를 그대로 가져가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9억원 미만 주택을 매매할 때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4~0.6%, 9억원 이상은 0.9%다.
하지만 트러스트는 매매가 3억원 이상이면 최대 99만원, 미만이면 최대 45만원으로 수수료 한도를 정했다.
매매가 10억원 짜리 아파트를 일반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할 경우 수수료가 최대 900만원이지만 트러스트는 99만원이다.
공 대표는 “99만원의 보수에는 중개수수료와 변호사의 법률 자문비가 모두 포함됐다. 법적 논란을 마무리 짓고 소비자에게 누가 더 이익이 되는지를 놓고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 측은 “대표만 바뀌었을 뿐 기존 중개 형태와 달라진 게 없다. 현행법 테두리에서 벗어나 중개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꼼수’로 보인다”며 반발했다. 거래 성사를 전제로 법률 자문을 받는다면 사실상 중개 수수료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다만 추가 소송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5721만원으로 올 들어 5065만원(5.6%) 올랐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복비’로 불리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도 서민 경제에 주름살을 지우는 요인 중 하나였다. 그러자 ‘공짜’ ‘반값’ 복비를 앞세운 부동산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소액 전·월세 시장을 주로 공략한 ‘집토스’ ‘우리방’ 같은 업체는 수수료를 집주인에게만 받는다. ‘부동산 다이어트’는 매물 금액과 상관없이 중개 수수료를 매매가격의 0.3%로 고정했다. 강남권에선 ‘바니조아’가 법정 중개 수수료의 절반만 받는 가맹 중개업소를 모집 중이다. 이재윤 집토스 대표는 “기존 부동산 중개 시장은 수수료 부담이 크고 직거래는 사기 피해 우려가 있다. 중간에서 길을 찾는 식의 O2O 서비스, 기업형 중개 서비스가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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