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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이러다 변리사 자동 취득도 없어지나" 우려

일산백송 2017. 12. 9. 08:32

조선일보

변호사들 "이러다 변리사 자동 취득도 없어지나" 우려

윤형준 기자 입력 2017.12.09. 03:05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

선진화법으로 법사위 건너뛰고 국회의장이 곧장 본회의 상정

세무사법 개정안 내년 1월 시행.. 내년 변호사 합격자부터 적용

자동으로 주어지는 전문자격 이제 변리사 하나만 남아

노무·법무·행정사 등은 아예 변호사 영역 일부 내놓으라 요구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무사법 개정안은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47명에 찬성 215명, 반대 9표, 기권 23표로 가결됐다. 겉으로 보면 90%에 가까운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한 '무쟁점 법안'이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 직전까지 변호사업계와 일부 변호사 출신 의원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반대표를 던진 9명 중 7명이 율사 출신 야당 의원들이었다.

 

세무사법 개정안은 16대 국회였던 지난 2003년부터 19대 국회까지 매번 발의됐지만 법사위 관문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율사 출신이 많은 법사위가 변호사 업계 눈치를 보느라 15년간 이 법안을 방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17명 중 12명이 율사 출신이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법사위 의원들은 본회의 상정에 반대했지만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상정에 동의했다"고 했다.

 

김현(오른쪽)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변협 간부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에서‘세무사법 개정안’본회의 상정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법이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있던 대한세무사회 관계자들이 악수를 나누는 등 자축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이덕훈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김현(오른쪽)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변협 간부들이 8일 오후 국회 앞에서‘세무사법 개정안’본회의 상정에 반대하며 삭발식을 한 후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사진). 이 법이 이날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있던 대한세무사회 관계자들이 악수를 나누는 등 자축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이덕훈 기자

세무사법은 1961년 제정 당시 변호사와 계리사(현 공인회계사), 상법·재정학 석·박사 학위자 등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도록 했다. 이후 몇 차례 법 개정을 거쳐 자동 자격 취득 직업군은 변호사만 남았고, 2003년부터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은 주면서 세무사 등록은 할 수 없도록 제한시켰다. 이 개정안은 현재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 자격 조항이 폐지된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헌재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세무사법이 개정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시행돼 내년 변호사 시험 합격자부터 적용된다.

 

실제 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변호사들이 세법 관련 대리 업무는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법 개정을 시작으로 점차 변호사들의 업무 영역이 전문 직군에게 빼앗길까봐 우려하는 것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 수가 갈수록 많아지고 업무 영역이 겹치는 전문 직군들이 늘어나다 보니 서로 영역 다툼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이날 세무사법 개정은 변호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고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며,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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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법 개정에 따라 이제 변호사가 되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전문 자격은 변리사 하나만 남았다. 그러나 변리사법도 이미 2015년 법 개정을 통해 의무적으로 실무 연수를 받아야 자격증을 주도록 까다로워졌다. 이 역시 변리사협회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세무사 자격에 이어 변리사 자격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노무사와 법무사, 행정사, 공인중개사 등은 아예 변호사의 영역을 일부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행정 등 해당 법령과 관련된 사건 소송 대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소송 대리는 엄연한 변호사의 고유한 법적 권한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국 변호사 2만4000명은 이 법이 폐기되는 그날까지 무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