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단독]김광석 장모 "사위, 식기 깨는 등 불안 증세" vs 친형은 "사망前 우울증 앓은 적 없다" 반박
입력 2017.09.25. 03:01
장모 "내 딸은 광석이 죽음과 무관"
경찰 "김씨 사망 공소시효 지나.. 딸 죽음의혹 수사때 살펴볼 여지"
[동아일보]
가수 고 김광석 씨(사진)의 부인 서모 씨(52)가 딸 김서연 양의 사망(당시 16세) 사실을 숨긴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1996년 김 씨가 숨진 경위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 사망 당시 경찰은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김 씨가 집에서 자살한 것”이라고 결론지었지만 “타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던 김 씨의 유족과 지인 등이 다시 타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하지만 김 씨의 장모인 주모 씨(84)는 22일 서울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사위인 광석이의 죽음은 자살”이라며 “딸(서 씨)은 광석이의 죽음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주 씨는 김 씨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집 3층 계단 난간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던 1996년 1월 6일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날 새벽 2, 3시경 딸이 전화를 걸어 ‘엄마!’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불안한 마음에 택시를 잡아타고 딸 부부 집으로 황급히 갔다. 도착해보니 광석이와 딸은 안 보였다. 손녀(서연 양)가 혼자 잠들어 있었고 딸 부부 집 바로 옆에 살던 아들(서 씨 오빠)의 동거녀가 와 있었다. 딸이 아들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오빠!’라고 울부짖자 아들이 불이 난 줄 알고 속옷 차림으로 급히 뛰어갔는데 광석이가 목을 매 숨져 있었다고 했다.”
주 씨는 김 씨가 숨지기 전 심리적으로 불안한 증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광석이가 죽기 몇 달 전부터 밤마다 부엌에 있던 식기를 자주 깨뜨려 가정부가 아침마다 치우느라 곤욕을 치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서연 양도 서 씨와 백화점에 가면 그릇을 고르는 서 씨에게 “어차피 아빠가 다 깰 건데 뭐 하러 사느냐”고 말했다고 주 씨는 전했다. 또 김 씨가 숨지기 바로 전날 처가로 전화를 걸어 “장모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는데 산책 중이라 통화를 못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씨의 형 김광복 씨와 변호인은 동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광복 씨는 “광석이가 사망 전 우울증을 앓은 적이 없고 우울증 약을 복용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평소 작은 것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던 광석이가 유서를 남기지 않은 점은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사망 전날 장모에게 전화해 이혼 결심을 통보하려 했다는 게 당시 매니저의 증언”이라고 말했다. 또 김 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반가량 걸린 점에 의혹을 제기했다.
서연 양 사망 경위와 서 씨가 이를 숨긴 의혹에 대한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기로 했다. 앞서 김광복 씨 등이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서 씨를 검찰에 고발하자 검찰은 사건을 서울 중부경찰서에 내려보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수사 인력이 많은 광역수사대가 맡도록 했다.
김 씨의 사망 경위 수사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설사 타살이라고 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안 된다”며 “서연 양이 숨진 경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참고로 살펴볼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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