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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야기

'초등생 살해' 두 소녀, 법정 최고형 받고도 무덤덤했다

일산백송 2017. 9. 23. 07:18

조선일보

'초등생 살해' 두 소녀, 법정 최고형 받고도 무덤덤했다

인천/최재용 기자 입력 2017.09.23. 03:10 수정 2017.09.23. 06:57

 

[1심서 20년刑·무기징역.. 검찰 구형과 이례적 동일한 중형]

30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도 심신 미약 주장 등 모두 불인정

너무 잔혹.. 일반 형벌로는 안돼

피해자 측 2심·대법원까지 같은 판결 유지되길 바란다

박○○, 무기징역에 처한다. 김○○, 징역 20년에 처한다.

 

22일 오후 2시 40분쯤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 인천 8세 여자 초등생 살인 사건의 범인 박모(1998년생)양과 김모(17)양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미성년자에 대해선 법정 최고형이었다. 두 사람은 또 출소 뒤 30년 동안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두 10대는 이런 중형(重刑)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김양은 단발머리를 뒤로 넘긴 채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재판부가 피고인은 다중인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기분에 따른 대처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을 땐 손을 문지르며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박양은 앞만 바라보며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쥐고 움직이지 않고 똑바로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한 번도 마주 보지 않았으며, 선고 후엔 직원의 손에 이끌려 조용히 재판정을 나갔다.

 

‘인천 초등생 유괴살인사건’의 피고 박모(왼쪽)양과 김모양이 22일 오후 인천지법 대법정에서 1심 선고를 받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들은 중형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김성규 기자이미지 크게 보기

‘인천 초등생 유괴살인사건’의 피고 박모(왼쪽)양과 김모양이 22일 오후 인천지법 대법정에서 1심 선고를 받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이들은 중형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별다른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김성규 기자

여고 중퇴생인 김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아파트 옥상 물탱크 근처에 시신을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수생인 박양은 살인을 공모하고, 김양에게서 시신 일부를 넣은 종이봉투를 건네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박양은 당초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재판 과정에서 처음부터 김양과 함께 살인을 계획한 혐의가 드러나 살인죄로 기소 내용이 바뀌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박양에게 무기징역, 김양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제15 형사부(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는 이날 여자 청소년이 아동을 유괴해 살해하고 사체 훼손까지 해 사회 전체에 충격과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며 검찰 구형과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양에 대해 피고가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피해자를 참혹하게 살해하고 사체 일부를 박양에게 건넨 과정을 보면 인간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었나 의문이 든다면서 지금까지 책임을 축소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잘못을 반성하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행의 잔혹성과 동기 등을 고려할 때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마땅하지만 만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특례법에 따라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양은 현재 만 17세로 소년법(만 19세 미만)의 적용을 받는다. 소년범의 경우 성인과 달리 처벌을 감경해 주는 규정이 있다. 살인 등 강력 범죄 처벌 규정을 담은 특정강력범죄법엔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18세 미만인 소년범에 대해선 사형·무기징역으로 처벌할 범죄를 저질러도 최고 징역 20년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박양은 만 18세가 넘어 감경 대상이 아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는 김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양이 범행을 매우 치밀하게 준비한 점, 학교에서나 일상생활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점, 정신감정서상에도 전반적인 지적 능력이 '평균 상' 수준으로 나타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양은 범행 당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스마트폰으로 '남양주 아파트 밀실 살인 사건' '밀실 트릭' '부산 시신 없는 살인 사건' '도축' 등을 검색했다. 피해 아동이 다니던 학교의 하교 시간도 미리 알아봤다.

 

재판부는 박양에 대해선 이번 범죄에서 피고의 지배·장악력을 보면 단순 공모 이상이며, 소년에게서 볼 수 있는 미숙함과 탈선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가 직접 살해하지 않았다고 해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기간을 정하지 않고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반성하고 속죄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양이 실제 살인 행위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범행의 잔혹성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엄중하게 판결한 것이다.

 

지난 7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가해자가 죄에 맞는 벌을 받기를 원한다고 했던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날 재판정에 오지 않았다. 피해자 측 법률대변인 김지미 변호사는 재판이 끝난 뒤 예상보다 형량이 높게 나왔다. 특히 박양의 경우 무기징역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재판이 대법원까지 갈 것 같은데, 같은 판결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어른들도 이런 중형이 선고되면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쓰러지거나 오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 피고인들은 아이들이라 하기에는 너무 무덤덤한 반응을 보여서 놀랐다고 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재판 결과를 통보받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피고인들이 이제라도 죄책감을 가지고 속죄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변호사에게 전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