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플러스] "준비하느라 집안 기둥 뽑힌다"…日 요란한 '성인식'
안현모 기자 입력 : 2016.01.19 08:35
일본에서는 지난주 월요일이 성인의 날이었습니다.
아예 국가 공휴일로 정해져 있어서 이제 스무 살이 되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다 함께 한데 모여서
어른으로서의 새 출발을 다짐하는 날인데요, 해마다 요란하게 기념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성년의 날을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남녀 할 것 없이 전통 의상 장만해야지, 또 예쁘게 치장해야지,
평생 한 번뿐인 이날을 위해 돈도 아낌없이 쓰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성인의 날을 지내고 나면 집안 기둥이 뽑힌다는 농담마저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성인이 된다는 건 관혼상제 중 관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교 문화권의 공통적인 예인데,
왜 유독 일본에서만 이렇게 거창하게 보내는 걸까요? 최선호 특파원의 취재파일 보시죠.
현재와 같은 국가적 규모의 성인의 날은 그 뿌리가 1946년 사이타마현의 청년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패전 일본의 당대 최고 과제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었고
그런 의미에서 무기력과 허탈감에 빠진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축제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패전 국가의 의지를 담아 시작된 게 청년제였는데,
이 청년제가 점차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 현재에 이른 겁니다.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절도와 조화, 일체감, 그리고 누구나 제 몫을 다하는 것을 중시하는 일본이 청년들로 하여금
성인에 걸맞는 책임감을 갖고 자기 삶에 성실히 임하라는 취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은 공식적인 자리를 싫어하기 마련이죠.
다 큰 청년들을 강당이든 광장이든 한 곳에 억지로 불러 모으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일본 청년들은 성인의 날을 자발적으로 치른다는 이야기인데요,
바로 이 묘한 자발성은 마치 개인이 감히 no라고 할 수 없는 구석구석 강제돼 있는 규율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집단의식을 강화시켜주는 집단 의례라고나 할까요?
한마디로 성인의 날의 동력은 내재화된 규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행사장에서 난동을 부려 경찰에 끌려가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뚜렷한 목적 없는 기괴한 일탈과 소동도 끊이질 않는데요,
이에 대해 최 기자는 어쩌면 일본 사회 특유의 강요 아닌 강요,
혼자 벗어나면 큰일 날 것 같은 불안감과 더불어 이에 대한 막연한 저항감이 공존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 [월드리포트] 규범과 일탈의 공존…日, 요란한 '성인의 날'
출처 :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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