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중국 이야기

中 여성의 '잃어버린 13년'..억울한 옥살이 끝에 자유 찾아

일산백송 2015. 12. 22. 20:44

中 여성의 '잃어버린 13년'..억울한 옥살이 끝에 자유 찾아
연합뉴스 | 입력 2015.12.22. 18:48

어린이집 독극물 사건 범인으로 몰려 17세부터 옥살이
어머니는 딸 석방 못 보고 올해 초 세상 떠나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독극물 투약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3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해 온 중국 여성이 재심을 통해
결국 자유의 몸이 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2002년 2월 윈난(雲南)성 차오자(巧家)현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모로 일했던
첸런펑(錢仁風·30) 씨다.

22일 신경보(新京報) 등에 따르면
첸 씨는 21일 윈난성 고급인민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문을 전달받아 석방됐다.



첸 씨의 억울한 사연은 그가 17살의 꽃다운 소녀이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보모로 일하던 어린이집에서
쥐약이 섞인 음식물을 먹은 2살짜리 여자어린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쥐약을 탄 범인으로 몰려 그해 9월 1심에서 위험물 투기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으나 2심에서 기각돼 형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첸 씨가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첸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감옥에서도 수차례 법원과 검찰에 재심과 재조사를 요청했다.

오랜 노력 끝에 지난 5월 윈난성 검찰원이 재조사에 착수한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재조사 결과 당시 채택된 증거물의 효력이 불충분한데다
자백이 담긴 진술서의 서명이 곳곳에서 조작된 사실이 발견됐다.
또 고문과 구타 등 가혹행위를 통해 자백이 강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드러났다.

윈난성 고등법원은 21일 다시 진행한 선고공판에서 첸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곧바로 석방했다.
사건을 맡은 양주(楊柱) 변호사는 법원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아직 진범이 잡히지 않았다"며 철저한 추가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양 변호사는 "당시 조사를 맡은 경찰관들이 유력한 용의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가 말한 용의자들은 어린이집 원장에게 구애하다 거절당한 남성 2명을 의미한다.
이들은 앙심을 품고 원장의 집에 침입해 도둑질을 하다가 붙잡혀 복역했고 출소 후
수차례 방화까지 했다고 한다.

양 변호사는 "이들 중 1명의 아버지가 현지 정부 부국장이었기 때문에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첸 씨는 그토록 바랐던 자유의 몸이 됐지만 17세의 꽃다운 소녀에서 어느덧 삼십줄에 접어들어 버렸다.
더 안타까운 것은 딸이 자유를 찾은 모습을 못 보고
어머니가 올해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것이다.

첸 씨는
"평생의 가장 큰 회한은 어머니께 단 하루도 효도해 드리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첸 씨의 억울함이 늦게나마 해소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잃어버린 세월은 어디에서 보상받느냐"며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또 억울한 사람을 양산한 사법 시스템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중국에서는 오심사형 사건들의 전말이 잇따라 드러나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커진 바 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사법제도 개혁을 추진하면서 '억울한 사건, 허위조작 사건,
오심 사건'에 대한 재조사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jsa@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