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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야기

킁킁~ 癌입니다 상상초월 후각왕 개코

일산백송 2015. 8. 22. 12:47

[Why] 킁킁~ 癌입니다 상상초월 후각왕 개코
조선일보 | 장일현 기자 | 입력 2015.08.22. 03:04

[혹시 아시나요?] 

英서 전립선암 찾아내 소변냄새로 93% 정확도.. 

폐·유방·난소암에도 활용 

변이때 '휘발성화합물' 그 냄새를 구별하는 것 

인간 후각의 10만배 후각수용체 2억5000만개.. 

뇌는 인간 10분의 1인데, 후각 망울은 3배나 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특수 훈련을 받은 개가 전립선암을 진단하도록 하는 시험이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의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시험은 밀턴 케인스 대학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인데 결과가 '신뢰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명될 경우 

일선 병원에도 이 진단법이 도입될 전망이다.

개는 인간보다 최대 10만배 뛰어난 후각(嗅覺)을 갖고 있다. 

개의 암 진단은 이 '탁월한 능력'을 활용해 이뤄진다. 

개를 훈련해 사람 소변 냄새를 맡았을 때 전립선암 환자의 소변을 발견하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영국에서의 실험에 동원된 개는 '의료진단견(Medical Detection Dogs)'이라는 자선단체 소속으로, 

이 단체가 실시한 초기 연구에서 93%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한다.

개가 냄새를 통해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그동안 외신에서 몇 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이번 영국 사례는 이 방법이 실제 암 환자 진단에 사용될 가능성을 열었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犬公, "암 진단 내게 맡겨"

지난 4월 이탈리아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에 

"개를 활용해 전립선암 환자를 진단하는 실험을 한 결과 90%의 이상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립선암 환자 360명, 암이 없는 정상인 540명 등 총 900명의 소변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험에는 세 살짜리 독일산 셰퍼드 암캐 두 마리가 투입됐다. 

이 중 한 마리는 전립선암 환자를 100% 구별했으며, 나머지 한 마리도 98.6%의 정확도를 보였다.

암을 진단할 때는 이처럼 암 환자를 정확히 짚어내는 '민감도'와 함께 암이 없는 사람을 정상인으로 식별하는 '특이도'도 중요하다. 암이 없는데도 암 환자로 인식한다면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두 셰퍼드는 이런 특이도에서도 오류 확률이 각각 1.3%, 3.6%에 불과했다.

개를 활용한 암 진단은 전립선암 이외에 

폐암과 피부암, 방광암, 유방암, 난소암 등에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독일 쉴러회에 병원의 토르스텐 발레스 박사는 

"개에게 사람의 날숨 냄새를 맡게 해 폐암 환자를 찾아내는 실험이 71%의 정확도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실험은 폐암 환자 60명,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 50명, 정상인 110명의 날숨 샘플을 대상으로 했다. 

개에게 5개 샘플을 냄새 맡게 하고 폐암 환자의 날숨을 알아채면 그 앞에 앉도록 했다. 

실험에는 호주산 셰퍼드와 래브라도 4마리가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2011년 초 대장암 진단에 개를 동원한 사례가 있다. 

실험에서 개는 대장암 환자의 날숨 냄새를 맡았을 땐 36명의 암 환자 중 33명을 식별했고, 

대변을 맡았을 때는 38명 중 37명의 암 환자를 구별해냈다.

과학자들은 개가 암 환자를 식별할 수 있는 건 암이 특별한 물질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암이 생기면 인간의 대사(代謝) 과정이 변형되는데 이때 발생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냄새를 

개가 구별한다는 것이다. 이 물질은 피에 섞여 돌아다니다 소변이나 날숨 등을 통해 배출된다. 

현재 과학·의료 수준에서는 이 VOCs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지 못한 상태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암 때문에 발생한 물질을 '종양표지자'라고 하는데 

아직 확실한 종양표지자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만든 암 진단법의 한계

인간이 암 진단에 개를 동원하게 된 것은 기존 암 진단법이 '충분히' 믿을 만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은 혈액검사를 통해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를 확인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된다. 

이 수치가 3ng/㎖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하고 조직검사를 한다. 

손환철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이 수치가 3~10ng/㎖인 사람이 실제 전립선암 환자로 밝혀지는 확률은 20~25%, 10ng/㎖ 초과는 40%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낮다고 할 순 없지만 만족할만한 수준도 아닌 것이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혈액검사에서 전립선암이 의심된 사람 중 3분의 2는 실제 암이 발생하지 않고, 

반대로 전립선암에 걸린 사람의 20%는 정상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영국 가디언지(紙)는 "PSA 검사는 암 환자를 가려낼 정도로 충분히 믿을 만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매년 4만명의 전립선암 환자가 발생한다. 영국 남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대장암도 조기 검진이 쉽지 않다. 

일본 연구진은 "대장암 검진에 사용되는 '대변 잠혈 검사'가 

초기 단계의 암을 발견한 경우는 10번 중 1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병하 연세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는 

"개를 이용한 진단법이 실용화된다면 암 진단에 새 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도 나온다. 

개가 냄새를 맡는 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것이 단 하나의 냄새인지 아니면 여러 화학 물질이 섞인 것에서 나오는 것인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손환철 교수는 "살아 있는 동물은 매일 컨디션이 달라지는 등 검진의 일관성과 정확성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너무 많다. 또 개를 훈련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실제 상용화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개는 코로 세상을 인식한다" 



개의 후각 능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영국 '의료진단견' 공동 설립자 클레어 게스트 박사는 

"개는 '1조당 몇 개' 정도 비율로 섞인 물질을 냄새로 탐지할 수 있다"며 

"이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2개를 합친 곳에 떨어진 피 한 방울을 감지해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냄새를 맡는 과정은 콧속에 있는 일종의 센서인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잡아내면서 시작된다. 

냄새 분자가 이 수용체와 결합하면 전기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된다. 

이 수용체가 인간은 600만개인데 개는 2억5000만개에 달한다. 

이 수용체가 퍼져 있는 상피의 전체 면적도 193.6㎠로 사람(6.5㎠)의 30배나 된다.

뇌의 냄새 정보 처리 능력도 탁월하다. 

개의 뇌 크기는 사람의 10분의 1에 불과한데도 냄새를 처리하는 후각 망울은 사람보다 3배나 크다. 

초대형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를 갖고 있는 셈이다.

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빈 공간, 즉 비강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비강이 넓으면 공기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곳에서 공기가 따뜻하게 데워져 

냄새 분자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개의 코는 좌우로 찢어져 있는데 이 부분은 날숨 전용 통로로 사용돼 들이마시는 공기와 섞이지 않게 한다. 

또 개의 콧속에는 얇은 막이 있어 들숨의 12%는 후각 영역(위쪽)으로 가도록 하고 

나머지는 폐로(아래쪽) 들어가도록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의료진단견' 관계자는 "모든 포유류는 촉각·청각·미각·시각·후각 등 5개 감각을 갖고 있다. 

인간 대부분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할 때 주로 시각을 이용하지만, 개는 주로 후각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신남식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를 두고 "개는 코로 세상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냄새가 세상을 바꾼다

지난 2013년 초 전 세계 80개국 2만5000여명의 미래학자가 모인 세계미래학회는 '2013~2025년 미래 예측 20'을 발표했다. 이 중 13번째가 바로 '호흡만으로 질병 진단'이었다. 당시 미국 뉴욕 주립 스토니브룩대 등이 사람의 날숨에서 질병이 생성한 특이 물질을 탐지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 등이 알려졌다.

호흡으로 질병을 진단한다는 것은 개가 냄새를 통해 암 환자를 식별해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인간이 장비를 개발하느냐, 개를 동원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박태현 교수는 

환자의 날숨에서 특정한 질병이 발생시키는 냄새 분자를 포착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사람의 후각과 관련된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후각 수용체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연구가 성공하면 날숨만으로 폐암 등 각종 암과 질병을 알아내는 장비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은 식품의 신선도 파악과 독극물·폭발물·악취 등 탐지, 

각종 재난·재해 영역에서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개의 유전자를 이용하지 않는 건 연구 목적이 센서 개발과 함께 

인간의 코 기능 재현에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감 중에서 시각·청각·촉각 등의 물리적 감각은 그 기능을 재현하는 장비가 이미 개발됐다. 

카메라·녹음기·태블릿PC 등이다. 하지만 후각·미각 등 화학적 감각은 아직 재현이 안 된 상태다. 


지난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리처드 액설·린다 벅 박사는 1990년대 초 

'인간은 후각을 담당하는 1000여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으며 1만개 정도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이 중 기능을 발휘하는 유전자는 388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퇴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 교수는 "개 등 냄새를 잘 맡는 동물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유전자와 후각 수용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후각만 제대로 구현해도 세상이 깜짝 놀랄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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