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로 쓰이는 허브 500가지,차로 마시고 향기 맡고.. 난치병에 효과 기대
신현종의 癌, 통합기능의학에 빠지다 ⑧
헬스조선 | 글 신현종 | 입력 2015.02.15 10:02
야생동물은 질병으로 죽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생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야생동물은 먹어도 되는 풀과 먹지 말아야 할 풀을 본능적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몸에 이상이 생기면 평소에 먹지 않는 풀을 찾아 먹고 회복한다고 한다.
↑ [헬스조선]허브농장
미국의 어느 수의사가 오래전 천연 약제를 개발했다.
그는 아버지가 키우던 말의 다리에 종양이 생기자 말을 야산에 버려뒀다.
그런데 이 말이 한동안 어떤 풀을 계속 뜯어 먹은 뒤 다리가 다 나았다.
그 풀은 뿌리를 자르면 피 같은 액체가 나오는 양귀비꽃(Blood Root)이었다.
수의사는 양귀비꽃과 몇 가지 식물을 혼합해 연고제를 만들었는데,
이 약은 지금도 미주지역에서 피부암 환자 치료제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허브, 인류문명의 시작부터 약으로 쓰여
잎사귀, 꽃, 줄기, 씨, 열매, 껍질, 뿌리 등 허브(식물)의 일부분을 약물로 사용하는 것을 '허브 세러피(Herb Therapy,생약요법)'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파이토세라피(Phytotherapy)'라고 부르기도 한다.
허브는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약으로 쓰였고, 오랫동안 축적된 허브 지식은 각 문화권에서 특유의 전통의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원래 영어로 약(藥)을 뜻하는 '드러그(Drug)'는 '말리다'를 뜻하는 네덜란드의 고어 'Drogge'에서 유래했다. 즉, 나무나 풀을 말려서 약으로 쓰던 관습에서 나온 용어다.
↑ [헬스조선]사진=조은선 / 사진제공=다이너퓨처 클래스
지구상에는 50여만 가지의 식물이 있는데, 이 중에서 약 5000가지가 약물로 사용된다.
약물로 쓰이는 식물을 뜻하는 허브는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생리활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허브에서 분리한 활성물질로 만든 처방약이 100여 가지에 달하는데, 대부분 민간요법에서 찾아낸 것이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지금도 암, 에이즈, 당뇨병 같은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미지의 허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세계 권위 있는 의학저널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통합기능의학(암 보완대체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논문이 실리기 시작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런 요법을 인정하지 않던 저널이었다. 난치성 질환에 대한 다양한 의학적 접근이 필요함을 주류 의학계에서 인정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허브세러피도 그중 하나라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허브를 활용하는 방법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른데, 크게 한의학과 인도의 아유르베다, 그리고 서양의학으로 나뉜다. 이는 지역·문화적 차이일 뿐이고, 허브에 대한 궁극적인 기대효과는 같다. 미국보다 유럽에서 허브를 다양하게 사용한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허브를 의사가 처방하며, 독일에서는 의과대학에서 허브의 효능과 사용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 [헬스조선]허브
허브의 독특한 약리작용 가운데 특히 의미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는 우리 몸이 외부 스트레스에 무너지지 않도록 저항력이나 적응력을 높여 주는 것이다.
이는 생존의 기본 능력과 관련돼 있다.
둘째는 체질 개선,
즉 신체의 정상적 기능을 점진적으로 회복시키고 활력을 증진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작용이다.
이 두 가지 효과를 얻기 위해 허브를 이용하는 방법은
① 약초를 통째로 먹는 것,
② 차로 우려 마시는 것(티 세러피, Tea Therapy),
③ 캡슐·정제 또는 분말·과립 형태로 섭취,
④ 추출액으로 섭취,
⑤ 정유(에센셜 오일)의 향기(아로마)를 코로 흡입하는 것,
⑥ 연고로 사용하는 것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집에서도 개인적으로 취할 수 있는 티 세러피와 아로마 세러피를 소개한다.
"세계적 의학 저널, 허브세러피 효과 30년 만에 인정
프랑스ㆍ영국은 의사가 허브처방"
※티 세러피
허브티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커피포트 등을 이용해서 차를 우려내는 것이다.
말린 허브 한 숟가락 분량을 끓는 물에 10분 정도 우려 마시면 된다.
둘째는 한약처럼 달여 마시는 것이다. 뿌리나 껍질은 가능한 한 잘게 부순 뒤 냄비에 넣고 10분 이상 끓인다. 생허브로 끓일 때는, 말린 허브의 3배를 넣는다.
허브의 종류와 약리 효과
1.캐모마일(Chamomile)
상쾌한 향이 있어 차와 음료수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식후 소화를 돕고 진정작용과 소염작용이 있다.
구강이나 생식기 부위에 린스로 사용하면 세균의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2.고추(Cayenne)
매우 유용한 전신자극제다. 매운맛은 심장을 자극해 혈액순환, 소화기능,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특히 말초혈관의 혈행 개선 효과가 있어 손발이 찬 사람이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크게 유용하다. 대장에 가스가 찬 소화불량 증세에도 효과 있으며, 요통이나 류머티즘으로 인한 통증억제에도 도움이 된다.
3.에키네시아(Echinacea)
보라색의 원추형 꽃으로 원래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약초다. 독일인 과학자가 독일로 종자를 수입하여 연구를 진행한 이후 오히려 지금은 유럽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감기와 독감예방에 많이 쓰고 있고, 상처치유 및 소염효과 그리고 면역력 증진 효과로 잘 알려져 있다.
4.체스베리(Chasteberry)
딸기 종류의 열매로, 최근 들어 여성의 호르몬 불균형 치료에 대한 임상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뇌하수체에 작용하여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균형을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불순,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등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질환에 효과가 있다. 특히 안면홍조 같은 폐경 후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섬유종이나 자궁내막증 치료에 유효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0대의 여드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단, 임신 중이거나 피임약 복용 중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5.피버퓨(Feverfew)
'네덜란드 국화'라고도 하며,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쓰이던 약초다. 주로 젊은 여성의 월경 조절에 사용 됐다. 나중에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는 게 발견돼 '열(Fever)을 줄인다(Few)'라는 뜻의 이름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 최근에는 편두통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 [헬스조선]체스베리
6.골든실(Goldenseal)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약초다.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토닉효과와 항균작용이 있다.
식욕을 돋워 주고 소화효소의 분비를 도와 준다. 위궤양이나 장염 등의 소화기 질환에 특히 유용하다.
7.산사나무(Hawthorn)
동양과 유럽에서 오랫동안 민간요법으로 사용되고 있는 생약이다. 주로 심장 기능을 향상시키는 강심제 역할을 한다. 연구를 통하여 강심작용뿐 아니라 진정, 혈압강하 작용이 확인돼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는 디곡신같은 기존 약과 병행해 사용하는 예가 늘고 있다.
8.홉(Hops)
맥주 발효에 사용되는 홉은 신경진정 효과와 수면유도 효과가 있어 불안증과 불면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9.쐐기풀(Nettle)
해독·면역조절 작용, 림프구 생산 촉진작용 등이 확인돼 류마티스관절염, 알레르기성비염, 소아습진에 사용된다. 암의 재발이나 전이 방지를 위해 평소 차로 마시면 좋다.
10.발레리안(Valerian)
쥐오줌풀 속의 약초인데 진정제로 사용돼 왔다. 독일에서는 신경쇠약으로 인한 불면증치료제로 약국에서 판매한다. 다른 수면제에서 흔히 생기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특별한 이유 없이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암환자에게 권할 수 있는 안전하고 좋은 허브이다.
11.망종화(St. John's Wort)
속명은 하이페리쿰이며, 중국이 원산지다. 24절기 중 망종에 핀다고 해 망종화라고 한다. 소염진통 효과와 신경안정 효과가 있다. 신경통, 불안증, 우울증 등 신경정신과 질환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12.세나(Senna)
콩과에 속하는 생약인데, 고대 아랍 전통의학의 유물이다. 세나는 완화작용이 있어 변비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장기간 사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아로마 세러피
아로마 세러피(Aroma Therapy, 향기요법)는 허브의 정유(에센셜 오일·Essential Oil)가 갖고 있는 약리효과를 이용하는 요법이다. 이집트, 이탈리아, 인도, 중국 등에서 오래전부터 질병 치료나 건강 유지를 위해 유용하게 사용돼 왔다.
에센셜 오일은 식물의 다양한 부위에서 증류나 냉각압축 과정을 통해 추출했기 때문에 향이 강하고, 휘발성과 인화성이 강한 물질이다. 아로마 세러피는 단순한 '냄새 효과'로 잘못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에센셜 오일은 그 자체가 독특한 약리학적 성질을 갖고 있고, 그 성분의 분자가 아주 작기 때문에 인체 조직 속으로 쉽게 침투할 수 있어 치유효과가 높다. 실제로 냄새를 못 맡는 사람에게도 보통 사람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냄새가 향기 분자의 형태로 코 점막에 도달하면, 말초신경에서 전기신호로 바뀐 뒤 우리의 감정을 통제하는 변연계로 들어간다. 변연계는 심장의 박동, 혈압, 호흡, 기억, 스트레스 조절, 호르몬 균형 등을 연계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아로마 세러피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효과를 가장 빠르게 일으키는 유효한 약물 전달 수단이다.
아로마 세러피에는 ① 살포기(디퓨저)로 흡입하는 법, ② 피부에 바르는 법, ③ 먹는 법 등이 있으며, 각 개인의 환경이나 기대 목적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한국은 아로마 강국인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지만 아로마 세러피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대학, 전문시술 병원이 있다. 아로마 전문 관리센터도 여러 곳 있다.
또 허브 전용 농장이 있어 국내산 아로마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병원 치료 중인 환자들이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로마 세러피를 몇 가지 소개한다. 각 오일의 구체적인 사용 방법은 제조사와 순도에 따라 다르다.
정신 안정·진정 효과
항암 치료 중인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오일로는 라벤더(Lavender), 로만 캐모마일(Roman Chamomile), 베르가모트(Bergamot)가 있다.
항암보조 효과
현재까지는 항암 효과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오일은 긍정적인 실험 연구 결과를 얻었다. 로즈마리(Rosemary), 티 트리(Tea Tree), 제라늄(Geranium), 샌달우드(Sandalwood)가 그것이다.
면역증진 효과
면역을 증진시켜 간접적으로 암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허브로는 주니퍼(Juniper), 레몬(Lemon), 페퍼민트(Peppermint)가 있다.
신현종
제네신 의학연구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대표를 지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약물유전체학과 분자종양학 기반의 항암 맞춤의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암을 통합기능의학차원에서 예방하자는 생명과학인의 연구모임을 이끌고 있다.
↑ [헬스조선]홉
2014년도 월간헬스조선 신현종박사 Column List
7월호미슬토요법
8월호자연치유력의 회복 '해독요법'
9월호커피관장 디톡스 '거슨요법'
10월호고용량 '비타민C 요법' 다양한 효능 밝혀졌지만...암치료 유용성 논란
11월호미래의 '암치료'는 개인별 항암 맞춤의학
12월호腸내 미생물로 암치료하는 시대 온다
2015년도 월간헬스조선 신현종박사 Column List
1월호대사율·면역력 높이는 효소 암 치료 효과는 제한적
2월호 약물로 쓰이는 허브 500가지,차로 마시고 향기 맡고… 난치병에 효과 기대
↑ [헬스조선]망종화
↑ [헬스조선](사진제공=다이너퓨처 클래스)
↑ [헬스조선]신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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