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과 서울대 교수도 울고 갈 전병욱의 위세
교회는 범죄를 숨겨 주는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다
데스크 승인 2014.12.21 21:25:14 구교형 (ku6699) 기자
1. 성추행으로 구속된 강석진 교수가 울고 갈 전병욱 목사
요즘 들어 우리 사회 내 성폭력 관련 기사들이 부쩍 눈에 뜨인다.
그중에서도 저명한 수학자인 서울대 강석진 교수의 성추행 사건이 단연 압권이다.
10년 전쯤부터 여학생들에게 개인적 만남을 요구하고 민감한 신체 접촉을 시도하는 등의 혐의가 확인돼
강 교수 스스로 사표를 냈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검찰도 성범죄 혐의로는
서울대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교수를 구속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런 소식 들으며 학계가 참 부러웠다.
사실 이번에 구속된 강석진 교수는 일찍부터 명성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명문가 집안에 태어나서 국내외 유수한 상들을 휩쓸고 수학을 대중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이해시키는
대중서도 많이 쓰고, 이번에 사건이 불거진 8월에도 세계수학자대회에 초청 강연자로 선정될 만큼
널리 인정받는 학자였다.
이 정도 경력과 이력, 명성이라면 우리 사회 '갑의 지위'에 숨어 얼마든지 연명할 수 있을 텐데도,
아직 범죄 사실의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는 구속되었다.
그뿐인가?
현 집권 여당의 상임고문인 박희태 씨도 6선 국회의원에, 국회의장까지 역임한 정치 거물이며 원로이지만
최근 골프장 캐디의 몸을 만진 혐의로 꼼짝없이 검찰청을 드나들며 사법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신세다.
그런 서울대 교수나 전 국회의장이 한없이 부러워할 사람이 바로 전병욱 목사일 것이다.
전병욱 목사 사건이 외부에 알려진 것은 2010년 봄 무렵이지만,
사실 전 목사의 성범죄는 삼일교회 부임 초부터 10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2006년에는 결혼식 주례를 청하러 온 예비 신부의 엉덩이와 가슴을 주무르며 짙은 성적 농담을 했다.
2009년에는 자기 교회 집무실에서 변태적 성적 행위를 강요하였다.
선교 주일예배 시간 사이에도 그는 여성 청년을 불러 추행을 했고,
당시 삼일교회 최고의 자부심이라던 선교 여행 중에도 그는 어김없이 성추행을 일삼았다.
10년여에 걸쳐 수십 명에 달하는 여성에게 반복적이고, 습관적으로 행한 성추행과 성적 발언들이
이미 확인될 만큼 확인되었다.
그러나 강석진 교수와는 다르게 전병욱 목사는 구속은커녕 사법과 교단 안에서
그 어떤 실제적 제재도 받지 않았다.
전병욱 목사에게 피해를 당한 자매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던 2010년 12월 삼일교회는 전 목사가
떠나는 대가로 주택 구입비 10억 원, 퇴직금 1억 1000만 원, 개척 금지에 따른 생계비 1억 3000만 원,
성 중독 치료비 1억 원 등, 모두 13억 4500만 원 지급해 주었고,
'2년간 수도권 개척 금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전 목사는 제대로 된 사건의 인정과 사죄, 성 중독에 대한 치료 등
어떤 책임 있는 행동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모든 책임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2년이 채 안 된
2012년 8월, "대학가 어두움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비전을 공언하며
또 다시 청년들의 중심지인 서울 신촌 지역에 교회를 시작하여
2년 만에 1000여 명에 달하는 교인 수를 자랑하고 있다.
2. 예수를 처형한 빌라도도 울고 갈 예장합동 총회와 평양노회
전병욱 씨는 한국교회 최대 교회 수와 교인 수를 자랑하는
자칭 장자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목사다.
그러나 동 교단은 사건이 불거진 지 4년이 흐르는 동안 책임 있는 조사나 권징은 커녕
공식적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이제 이 사건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큼 대표적인 한국교회의 추문꺼리가 되었고,
이에 부담을 느낀 전병욱 씨 소속 평양노회는 지난 10월 정기노회에서 이를 뒤늦었지만
정식 재판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하고, 이미 4차례에 걸쳐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그 결론은 여전히 사실관계를 확정하기 어려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스스로 결의한
임시노회 처리마저 뒤집을 조짐이다.
그러나 스스로 주장하듯이 정말 전 목사가 무죄하다면 2010년 사과와 사임은 왜 한 것인가?
성추행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것을 증언했던 자매들과 확산했던 사람들 모두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형사 처벌되었을 것이다.
10년 동안 진행된 성범죄의 증언과 증거들은 지난 4년 동안 넘칠 정도로 제시되었고
이번에도 재판국 조사에 성실히 협조했는데도 평양노회는 얼마나 더 조사해야 결론을 낼 수 있다는 말인가? 평양노회는 곧 있을 노회 분립을 기화로 전병욱 씨가 다른 노회로 갈아타면 골치 아픈 문제에서
슬그머니 발을 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마치 시비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지기 싫어, 손을 씻으며 예수의 처형에 대한
책임을 유대인들에게만 전가하며 "너희가 당하라"고 했던 빌라도 총독의 변명(마 27:24~26)과 같다.
개 교회의 명줄을 쥐고 있는 노회나 총회는 처음부터 목사판이다. 요즘은 시대도 많이 변해 개 교회들에서는 제법 목사와 교인 대표라는 장로가 균형을 갖고 역할과 책임을 행사하는 것 같지만,
상위 기구라고 하는 노회나, 총회에 가면 달라져 장로는 형식적으로 숫자만 맞춰 놓은 것일 뿐 목사들의 안방이다. 더구나 전병욱 씨처럼 유명세까지 있는 중견 목사에게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편들어 줄 교단 안팎 유력자들과 동기 동창들로 넘쳐 난다.
이번에도 태산처럼 큰 사건에 비해 가랑잎 정도도 안 되는 절차 문제를 제기하며,
전병욱 씨 주변에서 그에게 유리한 법률적 조언을 하며 사태를 꼬이게 하는 데 한몫 단단히 한 소위
'교회법 전문가'들도 있음을 목격하고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빌어 자숙을 권한다.
3. 교회는 범죄의 치외법권 지대일 수 없다
논란도 많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및 인권 의식은 많이 개선되었다.
불과 10~20년 전이었다면 앞서 예를 들었던 서울대 교수나 전 국회의장 사건도 오히려 피해자들만
매장당하고 말았을 일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 사회 성폭력의 사각지대는 군대와 종교계만 남은 게 아닐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젠 군대마저 변하고 있다.
거듭된 군대 내 성범죄 사건들로 인해 대책이 마련되고 있고, 최근 해군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자주 발생하는 여군에 대한 성추행을 막기 위해 '회식지킴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할 의지가 없으니,
성 평등 의식이나 근본적 대책 같은 것은 기대하기도 힘들다.
교회 내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기득권자나 가해자들이 내세우는 논리가 교회(종교)의 특수성이다.
그러나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다.
정삼지, 김홍도 목사 사건에서 보듯이 범죄에 관한 한 교회는 결코 치외법권 지대가 아니다.
어떤 그리스도인이 교회 안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는 하나님 앞에서 분명 회개해야 할 것이지만,
회개했다고 해도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은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재정 횡령, 교회 건물 건축 비리, 사기, 폭행 등이 적지 않게 일어나지만
종교계의 특수성을 내세워 법적 판단을 가리기 일쑤다.
그럴 때 내세우는 성경적 근거가 바로 '교회 내 성도들 사이의 다툼을 교회가 판단하지 못하고
세상 앞에 고발하는 어리석음'을 꾸짖은 바울 사도의 말이다. (고전 6:1~11)
그러나 전후 문맥을 다 살펴보면 그것은 형사적 범죄에 대한 권고가 아니라,
민사적 다툼에 대한 것임이 충분히 느껴진다.
더구나 그 말은 변명하는 자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굳이 세상 법정에 가지 않아도 거룩한 교회가
실제로 사회보다 더 영적 권위와 도덕성이 있기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울 자신도 이 말씀 바로 앞장에서는 음행을 공공연히 행한 것을 알면서도
쉬쉬 덮어 버렸던 고린도교회를 강하게 질책하며 음행자를 내쫓으라고 명령하였던 것이다. (고전 5장)
그러므로 사실 전병욱은 면직 대상 이전에 구속 대상이다.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전병욱 목사와 근본적으로 다른 인격은 없고,
공적 절차에 따라 진심으로 회개한 자를 계속 정죄할 수 없다.
미국의 유명한 고든 맥도널드 목사도 자신의 간음죄를 스스로 고백하고 담임목사직을 물러난 뒤
그에 상응하는 치료를 받은 후 모두의 축복 속에 다시 목회 직에 복귀했듯이,
전병욱 씨도 참된 회개와 자숙, 치료를 거쳐 합당하게 재기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전병욱 씨는 지난 4년 동안 그 어느 하나에도 충실하지 않았고, 변명과 책임 전가,
적반하장의 언동으로 일관해 왔다.
"너희는 자유가 있으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는 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벧전 2:16)."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으로서 나는 지금도 전병욱 사건보다 더 엄청난 사건을 듣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개인을 처벌하는 것 이상으로 기독교 성폭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이제는 정말 마련될 때임을 절감한다.
그러나 그러한 재발 방지와 근본 대책을 위해서도 전병욱 씨는 우선 면직되어야 한다.
구조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회 내 전병욱들은 계속될 것이고, 한국교회는 전병욱들과 함께 망할 것이다.
구교형 / 찾는이광명교회 목사·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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