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잡은 저승사자는 빈민가 '할렘의 아들'
'역대 미 대통령 첫 기소' 앨빈 브래그
민주당 소속, 첫 흑인 맨해튼 검사장
과거부터 트럼프 비리 정조준 '악연'
앨빈 브래그 미국 뉴욕시 맨해튼지검장.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현직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장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관계 입막음'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소된 가운데, 이를 관철한 검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라 해도, 미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역대 대통령 첫 형사 기소'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첫 흑인 맨해튼 검사장인 앨빈 브래그(49)다. 과거 '트럼프재단' 관련 수사로도 일찌감치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연'을 맺은 그는 현재 공화당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기도 하다.
브래그 검사장은 2021년 11월 민주당 소속으로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사상 첫 흑인 맨해튼지검장에 당선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 핵심 인사들이 이번 기소를 두고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는 맹비난을 쏟아내는 것도 브래그 검사장이 민주당 인물이라는 이유가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법적 싸움을 벌인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자선 재단인 '트럼프 파운데이션' 관련 민사소송을 지휘한 게 시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공금 유용 혐의로 2019년 11월 법원으로부터 "200만 달러를 재단에 납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인의 비리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지난해 '트럼프의 회계사'로 불렸던 최측근 앨런 와이셀버그 전 트럼프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탈세 혐의로 기소해 유죄를 이끌어낸 게 대표적이다.
브래그 검사장은 1973년 뉴욕 빈민가 할렘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냈다. 할렘은 뉴욕의 최대 흑인 거주지이자 우범 지역으로 통했던 곳이다.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을 '할렘의 아들'이라고 소개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뉴욕 남부연방지검에서 검사로 임용된 이후, 공공부패 사건을 주로 수사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4년 백인 경찰관한테 목이 졸려 사망한 흑인 청년 에릭 가너의 유족을 변호하는 등 인권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소 브래그 검사장에 대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냈다. 앞서 그는 기소를 앞둔 상태에서 브래그 검사장을 비롯한 맨해튼지검 수사팀을 겨냥해 "미국을 증오하는 타락한 사이코패스" "워싱턴 명령을 받는 역(逆)인종차별주의자" 등과 같이 정제되지 않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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