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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故 박원순 비서 대화 공개에 여성단체 "왜곡·짜깁기 유포"

일산백송 2022. 10. 21. 15:41

"사랑해요" 故 박원순 비서 대화 공개에 여성단체 "왜곡·짜깁기 유포"

김경호입력 2022. 10. 21. 07:39수정 2022. 10. 21. 10:48
 
박원순 유족 측 변호사, 텔레그램 대화 일부 공개에 2차 대책 마련 권고
"피해자 공격, 모욕 행위가 확산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
2020년 7월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당시 박원순 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 대화방의 초대 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변호를 맡았던 정철승 변호사가 박 전 시장과 비서가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텔레그램 대화 일부를 공개해 논란이 된 데 대해, 여성단체들이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에 대한 더 이상의 공격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재련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등의 입장문을 올렸다.

입장문에서 여성단체들은 “가해자의 행위를 멈추기 위해서, 더 심한 성폭력을 막기 위해서 가해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가해자를 달래는 행위는 절대적 위계가 작동하는 위력 성폭력 피해의 맥락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피해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삭제한 채 성폭력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철승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정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시장의 치명적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텔레그램 대화 포렌식 복구 내역’이라고 적힌 사진 파일을 올린 바 있다.

해당 사진 파일에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의혹 피해자로 알려진 A씨가 지난 2020년 2월 ‘사랑해요’,‘꿈에서는 돼요’ 등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정 변호사는 해당 대화 내용이 이미 관련 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고 주장했다.

여성단체들은 ‘사랑해요’라는 표현에 대해 “정치인 박원순의 활동에서 지지자와 캠페인 차원에서 통용되던 표현”이라고 밝혔다.

또 ‘꿈에서 만나요’에 대해선 “직장의 수장인 박 전 서울시장의 연락이 밤늦게 이뤄지는 것이 반복됐던 시점에서 피해자가 이를 중단하고 회피하고자 할 때 마치 어린아이 달래듯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7월 10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 연합뉴스
 
이들은 “이미 결정이 이루어진 사안을 부정하고,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중 획득한 피해자 자료를 피해자 공격을 위해 왜곡, 짜깁기 유포하고 있는 상황이 참담하다”며 “피해자 공격, 모욕 행위가 확산될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인권위는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행한 성적 언동은 인권위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된다고”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피해자 보호 방안 및 2차 피해 대책을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박 전 시장 아내 강난희씨는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인권위 측은 강씨가 인권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사건의 원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고, 강씨 측은 인권위 자료의 결정이 부당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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