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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진, 전현희 겨냥해 국립국어원장에 "'질척거리다'가 외설적 의미냐?"

일산백송 2022. 10. 20. 16:39

배현진, 전현희 겨냥해 국립국어원장에 "'질척거리다'가 외설적 의미냐?"

김수연입력 2022. 10. 20. 09:30수정 2022. 10. 20. 13:20
 
전현희, '질척거린다'는 표현에 "성적 수치심 느껴"
배현진 "멀쩡한 우리말 외설적으로 매도해 국어'탑'압 하지 말길"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허위자료 제출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장소원 국립국어원장에게 ‘질척거린다’는 표현이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느냐고 질의했다.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질척거린다’고 한 발언을 재소환한 것이다.

배현진 의원은 이날 국회 문체위 국감에서 장소원 원장을 향해 “‘질척거리다’는 표현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전현희 위원장의 발언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질척거리다’는 말에 외설적 의미가 있느냐”고 물었다.

장소원 원장은 “(그런 뜻은)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배 의원은 지난 14일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한 누리꾼이 올린 문의 글을 인용했다.

이 누리꾼은 “‘질척거리다’, ‘봇물 터지다’라는 표현에 국어사전에 등재된 일반적인 의미 외에 외설적인 의미, 또는 뉘앙스(느낌)가 포함돼 있나”며 “그렇지 않다면 이 말을 들은 사람이 외설적인 의미로 오해할 만큼 위의 표현이 본래와 다른 의미로 널리 사용됐던 문화적 맥락이 존재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지난 18일 답변 글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토대로 답변을 드린다”며 “사전 뜻풀이 이외의 정보나 뉘앙스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질척거리다’와 봇물, 터지다의 사전적 의미를 소개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질척거리다는 ‘진흙이나 반죽 따위가 물기가 매우 많아 차지고 진 느낌이 들다’이며, 봇물은 ‘보에 괸 물, 또는 거기서 흘러내리는 물’, 터지다는 ‘코피, 봇물 따위가 갑자기 쏟아지다’이다.

이와 관련해 배 의원은 장 원장에게 “젊은 분들이 많이 가는 커뮤니티에서 ‘질척거리다’, ‘봇물 터지다’의 어원이 여성의 신체를 가리키거나 여성의 신체를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므로 이것은 성희롱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배 의원의 이 말에 장 원장은 고개를 저어 보였다.

그러자 배 의원이 “전혀 그렇지 않죠?”, “있을 수 없는 일이죠?”라고 재차 묻자 장 원장은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 듣는 말”이라며 “질척거리다는 ‘질다’라는 형용사에서 나온 것으로 안다. 습기가 많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배 의원은 “질척거린다는 단어 어디에도 성 인지 감수성을 건드릴 의도가 없었다”며 “그렇다면 받아들이는 분의 감수성에 뭔가 저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밖엔 생각이 안 든다”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국감 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질척거리다가 성인지 감수성에 문제 있는 말이라고 하기에 국립국어원과 심도 깊게 알아봤다”며 “멀쩡한 우리말을 엉뚱하게 혹은 외설적으로 매도해서 국어‘탑’압 하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국어‘탑’압은 최근 민주당이 정치‘탑’압이라는 오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한 것을 비꼰 것이다.

앞서 전 위원장은 윤 의원의 ‘질척거리다’ 발언에 대해 “성적 수치심을 느낀다”고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사전을 인용해 “‘질척거리다’라는 말은 이미 헤어진 연인관계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는 모습을 의미하는 거로 쓰이는 표현”이라며 “과연 전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동료 의원이 쓸 수 있는 표현인지,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만 네이버 오픈 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과는 달리 네티즌 누구나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다.

같은 당의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제가 봐도 문제가 있는 표현으로 보인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이에 윤 의원은 “‘깔끔하다’의 반대말로 사용했다”며 “전혀 성적인 의미가 아니었지만, 위원장께서 만일 그 부분에 대해 저에게 문제 삼으신다면 오해 소지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유감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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