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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숨막혀" 보복여행객 몰려온 괌 일본호텔 내부 모습

일산백송 2022. 9. 18. 15:14

"한국은 숨막혀" 보복여행객 몰려온 괌 일본호텔 내부 모습

강예신입력 2022.09.18. 10:06
 
호텔 닛코 괌 수영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예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했다. 간편한 입국 절차와 안정적인 항공 스케줄 영향일까. 한국에서 4시간 남짓 비행으로 하와이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지난 8월 말~9월 초 방문한 괌은 여전히 한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한국인 못지않게 많던 일본인이 싹 사라지고, 비자 발급이 어려운 중국인도 없어 그들의 자리까지 한국인이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괌정부관광청이 발표한 집계가 입증한다. 괌에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 수는 올해 초부터 차츰 늘어 지난 6월 1만 명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동월보다 약 94배에 달했다. 과장 좀 보태 ‘한국보다 더 한국 같다’며 제주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일행 중 한 명이 “비싼 돈 주고 국내여행 할 바에, 조금 더 보태서 괌 가는 게 낫지 않냐”고 말하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코로나19 이전 괌을 여행할 때 많은 이들이 노후한 호텔이 많은 걸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지난 2015년 두짓타니 호텔이 들어서면서 괌에서도 호텔 현대화 움직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럭셔리 고객 맞이에 시동을 건 건 지난 2020년 7월부터였다. 프리미어 호텔 그룹이 투몬 비치와 건 비치 사이에 ‘궁극의 럭셔리’, ‘괌 최초 6성급 호텔’을 표방한 ‘더 츠바키 타워’를 오픈하면서 괌 최고가 호텔로 등극했다. 지난 6~8월 객실 가동률이 평균 70%에 달했으며, 그중 한국인 투숙객 비중은 월평균 40~50% 수준이었다. 국내 여행객의 ‘보복 여행’, ‘보상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진 듯 하다. 일본을 연상시키는 친절한 서비스,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온 로컬 푸드가 일본 여행 재개를 기다리는 한국인 관광객 심리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괌 최초 6성급 신상호텔, 더 츠바키 타워
더 츠바키 타워 전경.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더 츠바키 타워 로비 라운지.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팬데믹 와중에 오픈해 아직 충분한 후기가 없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더 츠바키 타워를 찾아가봤다. 다소 심플한 외관만 보고 6성급 초럭셔리 호텔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긴 이르다.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폭포를 연상시키는 분수가 눈에 들어온다. 실제로 분수는 괌의 폭포를, 수반은 괌의 산호를 이미지화했다고 한다. 괌의 자연을 축소해 놓은 듯한 로비를 지나면 로비 라운지와 로비 바가 보인다. 괌 여느 호텔보다 다양한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는 ‘가다오 바’가 눈길을 끌었다.

​객실- 룸컨디션 최상. 기본룸도 충분히 좋다.
더 츠바키 타워 카멜리아룸 객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가장 궁금하면서도 중요했던 객실 컨디션. 일반실인 카멜리아룸도 충분히 좋았다. 카멜리아 클럽룸 카테고리 이상부터 이용 가능한 클럽라운지에 큰 흥미가 없다면 굳이 룸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더 츠바키 타워는 가족 고객보다는 커플, 허니무너를 타깃으로 하는 만큼 로맨틱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침대 타입은 킹 베드 1개 혹은 퀸 베드 2개로 구성되는데, 퀸 베드 2개를 배치한 객실이 더 많다고 한다. 퀸 베드 하나에 성인 두 명이 누워도 공간이 충분하다. 더 츠바키 타워 관계자는 “객실 내 시설 중 화장실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기본 룸도 변기와 세면대 2개, 욕조가 모두 분리돼 있는 넓은 규모와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췄다. 어메니티는 스페인 네츄라 비세를 제공하며, 스위트룸은 딥디크 어메니티와 조리 슬리퍼까지 제공한다. 괌에선 110V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던 고전압 기기 일부는 객실에서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

객실 발코니. 투몬 비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모든 객실에는 ‘야외의 거실’이라고 불릴 정도로 큰 발코니가 있다. 투몬 만의 이국적인 풍광을 프라이빗 공간에서 만끽할 수 있다. 네 가지 콘셉트의 발코니 아침 서비스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눈앞에 펼쳐진 괌 바다를 감상하며 발코니 조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영장- 분위기 맛집. 규모는 아쉽다.
인피티니풀과 풀사이드 바 '누누 바'.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1층 풀장은 메인 풀인 인피니티 풀과 키즈풀로 이루어져 있다. 인피니티 풀의 규모가 생각만큼 크진 않았다. 하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풀바, ‘누누바’다. 물속 워터 체어에 몸을 뉘인 채 바닷바람과 함께 즐기는 칵테일 한 잔. 게다가 밤에는 분수쇼와 스타 더스트 나이트 풀 조명을 받아 낭만적인 분위기가 배가된다. 아무래도 커플 고객이 주 타깃이다 보니, 키즈 풀이나 놀이 시설보다는 성인들을 위한 ‘인생샷’ 인피니티 풀, 칵테일 바를 더 내세우는 듯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이라면, 바로 옆 닛코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더 츠바키 타워 투숙객은 닛코 호텔 수영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저녁 인피니티 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분수쇼.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매일 저녁 7시 30분, 9시, 10시 30분 총 3번 음악과 함께 분수쇼를 감상할 수 있다. 대략 15분 정도 진행한다. 아주 화려하거나 특별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이벤트가 되니 시간에 맞춰 메인 풀을 방문해보자.

다이닝- 일식은 대부분 맛있는 편. 조식 우동은 강추.
올데이 다이닝 뷔페 스타일 레스토랑 까사 오세아노.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더 츠바키 타워에 머물며 가장 많이 방문한 레스토랑은 로비 옆 올데이 다이닝 레스토랑 까사 오세아노. 뷔페 스타일 레스토랑으로, 롱 오픈 키친에서 갓 만들어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직원들이 유쾌하고 친절해 음식을 받으면서 종종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가장 인기가 많은 코너는 일식인데, 조식에 나오는 우동은 한국인 고객의 최애 메뉴다. 김치 토핑을 얹어 먹으면 한국에서 먹던 시원한 국물 안 부럽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이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데, 음식 종류가 가장 다양하고 분위기가 활기찬 저녁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조식은 한국인 고객을 사로잡을 만한 특별 메뉴 몇 가지가 추가되면 더 좋을 것 같다.

리나라 클럽라운지 해피 아워.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26층 리나라 클럽라운지. 카멜리아 클럽룸 이상 카테고리 객실을 예약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곳이다. 드링크, 다이닝, 라이브러리 세 가지 다른 콘셉트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어 좌석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14시부터 16시까지는 애프터눈티를, 17시부터 20시까지는 해피아워를 즐겼다. 인증 사진을 부르는 디저트와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보기에만 예쁜 게 아니라 맛도 좋다. 거기에 통창을 통해 펼쳐진 비현실적인 바다를, 일몰을 감상하니 여기가 지상낙원이 아닐까 싶다. 앞에서도, 옆에서도, 뒤에서도 한국어가 들려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이밖에도 이탈리안 레스토랑 밀라노 그릴, 재즈와 어쿠스틱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메인 바 라 칸티나, 남태평양 바다를 내려다보며 환상적인 웨딩이 열리는 아웃도어 채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치 있는 서비스에 높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와 구매력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가격대는 높은 편이다. 코로나19로 아껴둔 여행 경비를 괌에서 호화로운 휴가를 보내는 데 기꺼이 쓰겠다면, 더 츠바키 타워는 그럴싸한 선택지다.

​뷰맛집 가성비 호텔, 호텔 닛코 괌
호텔 닛코 괌 전경 및 로비.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하지만 상당수의 여행객은 여행 일정 내내 초럭셔리 호텔에서만 머물긴 부담스러울 터. 비교적 저렴하지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가 충분한 더 츠바키 타워의 형제 호텔 ‘닛코’도 리스트에 올려보자. 30년 전 파이 파이 비치와 건 비치 바로 앞 최고의 위치를 선점해 전객실 ‘오션뷰’를 능가하는 ‘오션프론트’를 갖춘 가성비 호텔. 뻥 뚫린 로비에서부터 시원한 바람과 바다 냄새, 기막힌 풍경이 오감을 자극한다. 코로나19로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다방면으로 브랜드 재정비 기간을 거쳤다고 한다. 핵심은 MZ세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모바일 앱 서비스다. 디지털 체크인 및 체크아웃, 모바일 키, 호텔 도착 전 사전 요청, 레스토랑 예약 등을 모두 앱에서 진행할 수 있다.

객실- 세월이 느껴지는 시설, 그러나 츠바키 능가하는 뷰
호텔 닛코 괌 오션프론트 프리미어 객실.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호텔 닛코 괌 오션프론트 프리미어 룸. 30년이란 세월을 속일 순 없어도,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관리된 듯했다. 다만 곳곳에서 느껴지는 노화의 흔적은 감출 수 없었다. 특히 화장실이 가장 아쉬웠다. 일반 객실엔 록시땅 어매니티가 제공되고, 프리미어 이상부터는 괌에서 유일하게 영국 황실이 사용했던 고급 향수로 유명한 앳킨슨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괌 호텔 최초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허스키(Huskee) 텀블러를 전객실에 비치해 기념품으로 증정하는 점도 독특하다. 이 텀블러를 들고 로비 파운틴 카페를 방문할 경우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호텔 닛코 괌 객실 테라스 뷰.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객실 시설에서 다소 감점을 당했지만 비장의 무기, 오션프론트 테라스가 남아 있다. 가운데 객실은 건 비치나 투몬 비치, 양대 비치 모두를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닛코의 아름다운 수영장, 야자수가 ‘괌스러움’을 보태준다. 괌에서 가장 좋은 뷰를 일찌감치 차지한 호텔이 아닐까 싶다. 일출·일몰 시간대에는 테라스에서 ‘인생샷’ 하나쯤 건지는 건 식은 죽 먹기.

수영장- 스릴만점 슬라이드와 비치를 한번에!
두 개의 패밀리 풀과 키즈풀로 이뤄진 수영장.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괌에서 가장 긴 미끄럼틀이 있기로 유명한 닛코 호텔 수영장은 두 개의 가족풀과 키즈풀 하나가 있다. 아이 동반 가족 여행객에게 천국이 따로 없다. 미끄럼틀은 성인이 타도 스릴 넘치고 재밌다. 미끄럼틀 타러 올라가는 길이 울퉁불퉁하고 종종 도마뱀을 만날 수 있으니 아쿠아슈즈를 착용하는 걸 추천한다. 매주 화, 금요일 오전 7시엔 풀사이드 모닝 요가도 진행한다고 한다. 더 츠바키 호텔 이용객은 닛코 호텔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닛코 호텔 이용객은 츠바키 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으니 참고하자.

​다이닝- 의외로 일식보단 중식이 취향 저격
호텔 닛코 괌 중식당 토리.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호텔 닛코 괌 중식당 토리. /사진= 강예신 여행+ 기자

조식은 메인 뷔페 레스토랑 마젤란에서 먹을 수 있다. 종류가 단출하고 무난한 편이었다. 특색있는 메뉴는 안보이지만, 익숙하고 실패할 확률이 적은 음식들로 구성돼 있다. 더 츠바키 타워 레스토랑과는 달리 일식보다는 중식 레스토랑이 더욱 만족스러웠다. 일식당 샤브샤브의 경우 한국에서 즐겨 먹던 것에 비해 육수가 다소 싱거운 편이라 낯설었다. 반면 중식당 ‘토리’는 북경오리, 딤섬 등 다채롭고 맛있는 요리들은 물론, 바다 한복판에 있는 듯한 뷰까지 매우 만족스러웠다. 닛코 호텔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괌 맛집으로 이곳을 방문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정도다. 그래서인지 한국인 손님들이 많았다.

​이밖에 헬스장, 야외 바비큐장, 산책로 등 기본에 충실한 부대 시설이 갖춰져 있다. 헬스장은 닛코 호텔쪽에 있지만 더 츠바키 타워 소유 시설이라 츠바키 고객은 무료로, 닛코 고객은 룸 레벨에 따라 일부는 유료로 이용해야 한다. 바비큐장은 일시 운영 중단 중이나, 머지않아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가성비가 강점이라 호텔 안에만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을 수준의 아기자기한 부대시설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다. 합리적 가격으로 최상의 입지를 갖춘 숙소를 찾는 여행객에게 추천할 만하다.

​괌= 강예신 여행+ 기자

취재 협조= 더 츠바키 타워, 호텔 닛코 괌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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