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욱일기 퍼레이드.. "식민 통치로 문명 전파" 망언도 [르포]
강구열 입력 2022. 08. 15. 22:01 수정 2022. 08. 15. 22:2297세 노인, 침탈 역사 자랑하듯
"韓뿐 아니라 대만도 우리가 지배"
"日 전범국 아니다" 현수막 내걸려
기시다 총리, 참배 대신 공물료 납부
극우 다카이치 경제안보상 참배
韓 "깊은 실망.. 과거사 직시해야"
中 "침략 반성 없어 단호히 반대"
“한국과 북만주뿐만 아니라 대만도 우리나라(일본)의 식민지였다!”
태평양전쟁 종전 77주년인 15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는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15일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극우단체 회원들이 욱일승천기를 들고 있다. EPA연합뉴스일본제국 육군 군복을 차려입은 97세의 노인은 1945년 1월 태평양에서 북상하는 미군을 저지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되었고 중학생까지 동원했다는 참혹한 전쟁의 역사를 자랑인 양 늘어놓았다. 주위에 몰려 있던 시민 20여명이 사진을 찍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노인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패전과 함께 꺾여버린 일본제국주의 야욕에 대한 그리움이 일본 사회에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15일 옛 일본제국 육군 차림을 우익 성향의 시민이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야스쿠니신사로 이어지는 길가에 늘어선 우익들은 나루히토(德仁) 일왕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직접 참배를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일본은 침략·전범 국가가 아니다’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일제의 한반도 강제 점령이 ‘식민통치’로서 당시의 국제 정세상 자연스러웠고, 이를 통해 한반도에 문명이 자리 잡았다는 망언을 적은 유인물도 나눠주고 있었다.
제국주의 재현 행진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하는 제복 차림의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15일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변형된 욱일기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
지난 13일에는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이 지난해 10월 발족한 기시다 내각의 각료로는 처음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아베 전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이날 참배했다.
15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려는 시민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우리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납부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니시무라 경산상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관련해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대외 침략 전쟁을 일으킨 정신적 도구이자 상징으로,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 14명이 합사돼 있다”며 “일본 정계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침략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잘못된 태도를 다시 한 번 반영하는 것으로, 중국 측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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