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말렸는데 '위드코로나'...文정부 비과학에 2100명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2.07.29 00:30
강주안 기자중앙일보 논설위원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이 말하는 과학방역
강주안 논설위원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과학방역’을 내걸고 출범한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이다. 박근혜 정부 때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메르스 사태 대응을 이끈 감염병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쓴소리를 많이 했던 그가 정부 방역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공수교대인 셈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며 하루 확진자 수가 10만 명을 넘어서는 상황. 이른바 과학방역의 실체가 무엇인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6일 정 위원장을 만났다.
문 정부 비과학 방역 자료 밝혀야
“청와대 방역기획관 조사 필요성”
“청와대 방역기획관 조사 필요성”
4차 백신, 사망률 50%가량 줄여
올 11월 감염자 폭증할 가능성도
내년 봄까지 실내 마스크 불가피
원숭이두창은 큰 위협 되지 않아
윤석열 정부의 ‘과학 방역’을 주도하는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26일 “위중증률 등이 오르지 않는 한 과거식 거리두기는 안해도 된다”고 말했다. 강주안 기자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관련 위원회와 비슷해 보인다.
“다르다. 순수 민간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됐다. 보건의료 13명과 경제·사회 등 8명이다. 지난 정부의 각종 위원회엔 정부 인사가 참여했다.”
요양병원 면회 제한 등 조치를 자문위가 결정했나.
“아니다. 우린 권고를 한다. 오후 9시, 10시에 전부 가게 문을 닫고 4명 이상은 안 된다는 식의 일괄적인 거리두기를 하지 말라고 권고한 거다. 대신 고위험군 보호를 강조했다. 요양병원 면회를 제한하고 PCR 검사를 강화하는 조치는 정부가 한 거다.”
거리두기는 안 해도 되나.
“과거식 거리두기는 별 효과가 없다. 대신 의료 시스템을 점검하도록 했다. 응급실 상황판을 새로 만들었다. 예전엔 119가 가도 응급실에 자리가 없었다.”
성급한 ‘위드 코로나’ 부작용
문재인 정부 방역을 많이 비판했다.
“학술적인 판단이 중요한 사안인데 지난 정부는 위원회에 이해관계자가 참가하니 정무적 비중이 커졌다. 일부 위원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다른 목표가 있지 않았을까. 제일 안타까운 게 위드 코로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위드 코로나 선언을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가 말렸다.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올라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백신도 미흡했고 치료제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환자가 폭증하고 대통령이 호주에서 귀국하면서 위드 코로나를 중단했다. 12월 전후 5주 동안 코로나로 2100명이 사망했다. 또 그만큼이 추가로 초과사망을 했다. 비과학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의 대표적 사례다.”
당시 여러 문제가 이어졌다.
“당시 정부는 병실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쳤다. 실상은 입원을 못 해 초과 사망한 환자가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당시 위중증 이행률이 0.15% 정도였다. 환자가 1만 명 발생하면 15명의 중환자가 반드시 생긴다. 계산이 다 된다. 그런데도 준비를 안 했다. 더 화나는 건 화들짝 놀라 병원에 행정명령을 내리니 2주 만에 해결됐다. 할 수 있는데 안 한 거다. 사망한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한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설명을 안 하니 모른다. 추측할 따름인데 이듬해 선거를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위험성을 모를 수도 있지 않나.
“정부는 분명 내가 말한 통계 수치 이상의 자료를 갖고 있다. 그걸 무시한 거다. 분명히 보고는 했을 거다. 회의록 공개가 중요하다. 당시 자문위원회도 열렸을 거다. 지금이라도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백서가 나온다. 메르스 때도 백서가 나왔다. 코로나19는 백서가 10권쯤 나와야 할 사태다. 특히 청와대 방역기획관 쪽과 어떤 얘기가 오갔고 왜 이런 판단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공문이 없다면 그들의 진술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 중심으로 위기관리
과학 방역을 말하지만, 뭐가 다르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근거 중심의 관리다. 위드 코로나를 갈 때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올라가는데 그걸 무시할 만한 자료를 내놓는다면 승복한다. 새 정부의 과학 방역은 근거를 중심으로 위기관리를 하겠다는 거다. 오후 9시까지 열 때와 10시까지 열 때의 차이에 대한 자료가 없다. 4명은 되는데 왜 5명은 안 되는지, 지난 정부에서 자료 생산을 안 했다.”
강한 거리두기를 안 하는 것도 과학인가.
“4차 백신을 맞으면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50%씩 준다. 여기에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를 쓰면 또 50% 안팎의 치명률 감소가 나타난다. 지난 3월의 하루 확진 60만 명대 상황이 와도 사망 숫자가 확 준다는 얘기다. 이런 무기가 있으니 과거식 거리두기는 안 해도 된다. 자문위원 중 일괄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의견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시점에선 마스크 쓰고 손 씻고 불필요한 모임 자제하는 정도의 수칙만 지키면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신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는 안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한 거리두기다. 멀쩡한 사람끼리 거리두기를 하는 건 낮은 확률의 보호인데, 환자가 집에 머무는 건 높은 확률의 거리두기다. 이것 역시 보건 의료 쪽의 모든 위원이 찬성했다.”
일괄적 거리두기를 고려하지 않나.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계속 보고 있다. 이게 올라가면 조치를 해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추세를 봐야 한다. 중환자실 점유율이 80%가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80%가 넘어가면 정체가 생긴다. 사망자가 크게 늘면 비상이다. 치명률 등이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2주 정도 안 꺾이면 조치가 필요하다.”
4차 백신은 맞아야 하나.
“그렇다. 나도 맞을 생각이다. 지난해 11월에 3차 접종을 했는데 올 3월에 확진됐다. 이제 3개월이 지났으니 곧 4차를 맞을 거다.”
예방 효과가 작다는데.
“예방은 20%밖에 안 된다. 하지만 사망률을 절반으로 줄인다.”
새로운 백신 11월쯤 나올 듯
오미크론을 예방하는 새 백신이 나온다는데 조금 더 기다리면 어떨까.
“BA.5를 예방하는 개량 백신을 맞으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1월은 돼야 나오지 않을까. 지금 맞고 4개월쯤 지나 개량 백신을 맞으면 적당하다.”
40대 이하로 확대할 계획은 있나.
“아직 없다. 50세 미만은 걸려도 사망률이 매우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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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오히려 위험하다는 우려도 있다.
“세계적으로 과학자나 의학자들은 백신의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나 득이 훨씬 크다고 공통으로 말한다.”
정말 현 수준의 조치로 괜찮나.
“반론을 펴보겠다. 대다수 사망자가 50살 이상에서 나오는데, 이분들을 집중적으로 보호하면 치명률을 적어도 30%는 줄일 수 있다. 최근의 치명률이 0.06%인데 독감의 치명률을 0.03%로 본다. 집중 보호로 치명률을 낮추면 독감 수준이 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할 때 매년 독감 경보를 내렸다. 사람들은 끄떡도 안 한다. 5월쯤 경보를 해제했는데 관심도 없더라. 취약 계층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
10대 감염자가 부쩍 늘고 있다.
“백신 맞은 비율이 낮으니 감염이 잘 된다. 다행인 것은 중증 비율이 높지 않다.”
학교 수업은 가능한가.
“그렇다고 본다. 학교가 방역을 제일 정확히 한다. 지난해 교육부 자문을 하며 데이터를 보니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 가장 많이 걸린다. 학교를 닫으면 학원에 갈 텐데 그게 더 잘 걸린다.”
현재 어떤 대응에 역점을 두나.
“의료 대응체제다. 임신부들이 출산하러 헤매고 투석환자가 갈 곳이 없는 상황이 재발하면 안 된다. 전국적인 상황판을 만들자고 했다. 임신 상태는 10개월 지속하니 예측이 가능하다.”
앞으로 감염 추세가 어떻게 될까.
“다행인 것은, 그동안 주기를 보면 이번 달쯤 오미크론 다음 변이(파이)가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오미크론이 상당히 안정됐다는 관측이 있다.”
BA.5와 BA2.75가 나왔다. 확진자가 얼마나 늘까.
“그것도 다 오미크론이다. 하루 30만까지 예측이 나오는데 솔직히 그건 자신이 없다. 사람과 바이러스가 어떻게 움직일지…. 올 11월 전후해 큰 파도가 한 번은 온다고 본다. 올 2~4월에 앓은 사람이 6개월 지나면 면역이 떨어진다. 또 4차 백신을 지금 맞은 사람도 4개월 후인 11월쯤에 효력이 떨어진다.”
치명적 변이 출현 가능성 작아
다시 치명적인 변이가 나타날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빠르고 독성은 낮아지는 쪽으로 가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바이러스가 살기 위해서 사람 몸에 들어가는데 사람이 죽으면 바이러스도 죽는다.”
치료제는 변이와 상관없나.
“다행히 변이에도 잘 듣는다. (설명을 위해 빨대를 들고 위쪽을 가리키며) 백신은 여기 변이 부분에 작용하는데 (빨대 아래쪽을 가리키며) 치료제는 이 부분에 작용한다. 변이가 생겨도 치료제는 다 들었다.”
실내 마스크는 언제까지 써야 할까.
“내년 봄까지는 써야 할 거다. 실외 마스크는 과했다.”
이 와중에 원숭이두창까지 퍼진다.
“원숭이두창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본다. 피부에, 얼굴에 나타나기 때문에 모를 수 없다. 밀접 접촉으로 주로 옮는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보건의료 시스템에 들어가 있고, 의사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파하기 때문에 바로 파악된다.”
강주안 논설위원
강주안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 문화부, 사회부, 정치부와 JTBC 사회2부에서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보 주시면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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