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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2년 전엔 “빚 때문에 월북”…이번엔 “월북 의도 못 찾아”

일산백송 2022. 6. 22. 19:12

해경, 2년 전엔 “빚 때문에 월북”…이번엔 “월북 의도 못 찾아”

입력 : 2022.06.16 16:48 수정 : 2022.06.16 21:17
박준철 기자

해경, 판단 바꾼 근거 제시 않고 “지리적 한계” 수사 종결 

국방부와 “유족에 위로” 사과…새 증거 없이 결과만 달라져 

정부 항소 취하 따라 유족이 요청한 정보도 공개될 예정

해경·국방부 보고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 사진)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인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각각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와 해양경찰이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해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해경은 2년 전에는 “이 공무원이 도박과 채무 등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방부와 인천해양경찰서는 16일 인천해양서에서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8급)에 대한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씨는 2020년 9월21일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499t급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 탑승했다가 실종된 뒤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다. 다음날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국방부는 실종 사흘 만인 9월24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같은 날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양서장은 “당시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이씨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윤 과장은 “(과거)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며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해경은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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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1년9개월에 걸쳐 국제사법공조 등을 통해 수사한 결과, 이씨가 북한 해역까지 이동한 경위와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대한 인천해양서 수사과장은 “사건 발생 장소가 북한 해역이라는 지리적 한계가 있고, 피의자인 북한 군인이 특정되지 않는 등 북한 군인의 살인죄에 대해 수사를 할 수 없었다”며 “이씨의 월북 의도에 대해서도 수사했지만,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경 수사 결과는 2년 전 국방부의 신뢰할 만한 자료와 북한군에 피살된 이씨가 3억원이 넘는 도박빚 등으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이 아닌,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자진 월북한 것 같다고 발표한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

2년 전 해경은 이씨가 실종 당시 지인 34명에게 “꽃게를 사주겠다”며 730만원을 받아 도박으로 탕진했고,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실종 전날에도 도박을 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당시 이씨의 월북 증거로 이씨가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었던 점, 이씨의 이름·나이 등 신상 정보를 북측에서 파악하고 있었던 사실,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경은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의 당시 소연평도 조석, 조류 등 표류예측 분석결과를 보면 단순 표류가 아닌 월북으로 판단된다며 그래픽 등 증거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해경은 이날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이를 뒷받침할 만한 아무런 새로운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해경은 이씨에 대한 수사가 종결됨에 따라 이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고, 법원 결정에 따라 관련 정보도 공개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공개할 정보는 어업지도선에 탄 동료들의 진술서와 해경의 초동수사 자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