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민주 '이재명 구하기'..뒷심 붙은 양승조·이광재가 희망
임장혁 입력 2022. 05. 29. 08:00 수정 2022. 05. 29. 09:477개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6.1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히든카드가 있었다면 그건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였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제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저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당이 처한 어려움과 위태로운 지방선거 상황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내 많은 반대를 뚫고 강행한 조기 등판이지만 송영길 전 대표에게 5선을 안긴 계양을을 안전판 삼아 전국을 돌며 지방선거판 전체의 반전을 꾀할 거라는 민주당 안팎의 전망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26일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와 함께 '공항ㆍ철도ㆍ전기ㆍ수도 민영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등꼴을 빼고 일부 민간사업자 배 불리는 민영화, 결코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사진기자단그러나 지난 19일 개시된 공식 선거운동 초반 충청권과 부산ㆍ경남 땅을 밟기도 했던 이 고문의 발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방문을 끝으로 인천에 묶여 있다. 무명에 가까웠던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을 턱밑까지 추격하면서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45.5%, 윤 후보는 44.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S·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5%가 이 후보를, 42.7%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27일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 지도부 전원이 인천 계양을에 총집결해 집중 유세를 벌였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재명 효과’는커녕 ‘이재명 일병 구하기’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격전지 중 이 고문의 출마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여론의 여권 쏠림 현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앙일보·한국갤럽이 지난 24~25일 진행한 조사에서 경기지사에 도전 중인 김동연 민주당 후보는 37.4%의 지지율을 얻어 45%를 기록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 밀렸고,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남춘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7.2%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46.1%)에 뒤쳐지고 있다. 모두 격차가 오차 범위(경기 ±3.1%, 인천 ±3.5%) 밖이다.
인천 계양구을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경인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계양구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이 고문은 본인을 포함한 격전지 후보들의 고전 이유를 낮은 당 지지율에서 찾고 있다. 26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한 그는 “정당 지지율은 일종의 산맥 같은 것”이라며 “높은 산에 올라간 사람하고 낮은 산에서 있는 사람을 비교하는 것도 비슷해서 정당 지지율이 지금 10%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우리 후보들이 사실은 엄청나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구의 한 다선 의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후폭풍에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 지도부 내홍 등 악재가 많은 반면, 여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허니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며 “‘윤석열의 시간’이라 고전할 뿐, 이 고문의 출마나 선거 캠페인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 일각에선 이미 “송영길 전 대표의 갑작스런 서울행과 이 고문의 명분없는 인천행이 해볼만 한 선거를 망쳤다”(친문 재선 의원)는 책임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계양을 유권자들이 송 전 대표가 떠나는 이유도 이 고문이 오게 된 이유도 제대로 납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반 세과시 형태의 선거전을 벌인 게 패착”이라며 “계양을이 흔들리면서 인천 전역이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파란색 민주당 자켓이 아닌 흰 셔츠 차림으로 25일 강원 춘천 중앙로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공교롭게도 격전지 중 후보가 당 지도부나 이 고문과 전략적 거리를 유지해 온 충남과 강원에선 뒷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이광재 전 의원과 양승조 충남지사가 주자다. 강원도발 여론 조사는 진폭이 큰 편이다.
춘천KBS 등 강원도 내 5개 언론사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6~20일 진행한 조사에선 이광재 민주당 후보 33.9%, 김진태 국민의힘 후보 45%로 11.1%포인트 차이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지난 15~17일 일요신문·조원C&I 조사에선 3.7%포인트 차(이광재 43.6%, 김진태 47.3%)의 혼전 양상이었다. 인터넷매체 MS투데이·한국갤럽이 지난 20일 춘천시 한정해 진행한 조사에선 이 후보가 49.4%, 김 후보는 45.2%를 기록했다. 춘천은 김 후보의 연고지다. 충남의 양 후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선거운동 기간을 5일이나 손해봤지만 지난 21~22일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45.1%를 기록해 김 후보(43%)를 오차범위 내(2.1%포인트)에서 앞서는 등 대부분의 조사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지난 23~24일, 경기·인천은 지난 24~25일 조사. 그래픽=전유진 yuki@joongang.co.kr
두 후보 모두 ‘민주당’‘이재명’등의 단어는 잊은 채 자신의 이름 석자와 민생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후보는 2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저 에게 당은 식당ㆍ서당ㆍ경로당”이라며 “거대 담론, 진영 담론에서 빠져 나와 국민의 삶의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도민들이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4년 간 착수해 놓은 충남 발전 프로젝트들을 다음 임기에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의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후보들의 각자 도생을 기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 지지율이 바닥이라 지원 유세도 조심스런 처지”라고 말했다. (※인용된 여론 조사의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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