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 왕년의 사장님들도 경비 서고 택배 옮겨
[2022 다시 쓰는 젠더 리포트]
노인남성 56% “먹고살려고 일해”
25년간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은퇴한 이모(69)씨는 아내가 자기 몰래 청소부로 일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평생 살림하고 아이들 길러준 아내에게 돈까지 벌어오게 할 순 없었다”고 했다.
‘가정의 생계 부양은 남성 몫’이라고 여기는 60대 이상 남성들은 소득이나 계층에 관계 없이 은퇴 후에도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지니고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 고령자 가운데 장래에 일하길 원하는 남성은 전체의 77.4%로, 여성(59.6%)보다 많았다.
하지만 재취업 자리는 한정적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실태조사 보고서’(2020)를 보면 현재 경제활동을 한다는 노인 남성의 24%는 ‘경비·수위·청소’ 업무에 종사했다.
경비원은 노인 일자리 중에서도 나은 축에 속한다.
택배를 포함한 ‘운송·건설 관련’ 일을 하는 경우가 28.3%, 폐휴지 줍기를 포함한 ‘공공환경 관련’ 업무를 하는 남성들도 8.9%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재취업 남성 노인의 절반 이상(56.5%)은 생계 부양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까지 의류 공장을 운영한 윤모(70)씨는 “자식들은 사정이 어려워 용돈을 주지 못하고 아내는 계속해서 생활비를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모아둔 돈이 없으니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까지 일해야 한다”고 했다. 택배 회사 대표 배기근(74)씨는 “직원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자식에게 손 안 벌리고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일하는 경우”라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윤경 연구위원은 “은퇴 연령이 낮은 대기업 남성들도 연금 수령 전까지 10년 정도 공백이 생겨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김연주 사회정책부 차장, 변희원 산업부 차장, 김경필 정치부 기자, 유종헌·유재인·윤상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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