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이남자’(20·30세대 남성)를 바라보지 않고 있다. 지난 3·9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봉급 200만원으로 인상 등 공약들로 이남자를 집중 공략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대선이 0.73%포인트 신승으로 끝나면서 이남자 전략 효과에 물음표가 붙은 데다, 젠더 갈라치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성비위 문제로 여성 표심이 민주당을 이탈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남자 공략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걸로 해석된다. .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기간 이남자 공략과 서진정책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두 전략 중 서진정책은 여권 인사들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 총출동 등으로 더욱 강화됐다. 반면 이남자 공략은 자취를 감췄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지난 1월7일에는 ‘여성가족부 폐지’, 9일에는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고 각각 한 줄 짜리 공약을 적었다.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벌이다 극적으로 화해한 시점이다. 이 대표의 이남자 공략 전략을 적극 수용한 모양새였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1월12일에는 게임 대회인 2022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했고,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에선 이남자 공략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남자를 주요 지지층으로 하는 이준석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19일부터 22일 오후 10시 현재까지 SNS에 34건의 글을 올렸다. 이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저격하거나 이 위원장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맞서는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글은 14개다. 광주 혹은 호남을 언급한 글은 7개다. 34건의 글 중 이남자를 따로 언급한 글은 없다. 민주당의 장수격인 이재명 위원장을 공격하거나 호남 우대 정책인 서진정책을 강조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는 이남자 전략에 대한 당내 부정적 시선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국민의힘은 승리를 낙관해왔다. 특히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내부 대선 전망 보고서에서 10%포인트 정도의 격차로 승리할 걸로 전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과는 역대 최소인 0.73%포인트 차이였다. 이를 두고 여의도연구원 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막판 ‘이여자’(20·30세대 여성)들이 국민의힘의 이남자 전략에 반발해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했다는 분석도 있다. 소위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후보 지지 집단도 이남자 전략의 역효과란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민주당 소속이었던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 등이 터지면서 여성 표심이 민주당을 이탈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남자 전략은 여성 표심을 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선 결과를 보면 이남자를 집중 공략하는 게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남성과 여성을 굳이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