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이 '간질간질'.. 어떤 음식 피해야 할까?
권대익 입력 2022. 05. 08. 17:40항문 주변이 불쾌하게 가렵거나 타는 듯 화끈거리는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 민망한 부위여서 진료받기를 꺼리고 속 시원히 긁을 수도 없어 혼자 괴로워할 때가 많다. 날씨가 덥고 습해져 땀이 많이 나면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전국 15~69세 남녀 2,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항문 건강이 좋지 않은 470명 가운데 ‘항문가려움증(항문소양증)’으로 고통 받은 사람이 72명(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지 않은 환자가 특정 질환으로 인해 항문가려움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문가려움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치열ㆍ치루 등 치질, 건선ㆍ접촉성피부염ㆍ아토피성피부염, 요충ㆍ칸디다ㆍ
옴ㆍ헤르페스ㆍ콘딜라모(곤지름)ㆍ베체트병 등이 꼽힌다.
결핵 약이나 아스피린, 고혈압 약을 복용해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감과 긴장이 고조될 때도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항문 주위에 묻은 설사·무른 변·대변에 들어 있는 자극적 음식 성분이 피부에 영향을 줘 발생하기도 한다.
윤용식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커피와 차, 콜라, 초콜릿 등에 함유된 크산틴 성분이 항문을 자극한다”며
“일부 유제품과 토마토, 감귤류 등도 항문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항문 주변을 심하게 닦거나, 제대로 씻지 않아 발생하기도 한다.
항문이 가려워 긁다 보면 2차 손상된 항문 피부에서 분비물 등이 나오면서 가려운 증상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항문가려움증을 예방하려면 변비와 설사가 생기지 않도록 평소 음식에 신경을 쓰고,
항문 주위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배변 후, 아침 기상 후, 잠들기 전에 항문 주변을 닦아준 뒤 항문 주변을 잘 건조한다.
수건이나 아주 부드러운 종이로 문지르기보다 부드럽게 두드려 준다는 느낌으로 닦는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땀이 많이 나거나 습한 날씨에는 한 자리에 오래 앉지 말고, 항문 주위가 통풍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변기에는 5분 이상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노영석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휴지를 하얗게 만드는 형광증백제가 든 휴지로 배변 후 항문을 닦다가
항문 주위가 자극돼 항문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쓰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착 달라붙거나 땀 흡수와 통풍이 잘되지 않는 속옷도 피하는 게 좋다.
지웅배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임의로 연고제를 바르면 항문가려움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에 삼가야 한다”며 “항문가려움증을 치료하려면 피부 감염이나 염증, 피부병 등 가려움을 유발하는
질환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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