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정치 이야기

'문재인 정부 심판' 벼르더니… 윤석열 정부 인사도 똑같았다

일산백송 2022. 5. 5. 16:49

'문재인 정부 심판' 벼르더니… 윤석열 정부 인사도 똑같았다

입력 2022.05.05 04:30

“조국의 위선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자신을 이렇게 불렀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수사를 주도하며 ‘공정의 수호자’ 이미지를 굳혔고, 결국 대통령에 올랐다. 도덕성이 국민 눈높이에 미달하는 인사를 고위 공직자로 발탁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가 윤석열 정부에선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배경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기대를 서서히 깨고 있다. 1기 내각을 구성하는 국무총리ㆍ장관 후보자 중 일부는 조국 사태를 연상시키는 ‘부모 찬스’ 의혹에 휩싸였다. 전관예우, 부동산 투기 등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의혹 메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고, 국민의힘은 “위법은 없었다”고 감싸며 국민 공분을 키우는 것 또한 문재인 정부와 판박이다.

여기에 일부 후보자들의 정책 역량에 대한 의구심마저 제기되며 윤 당선인의 핵심 정치적 자본인 ‘공정과 상식’, ‘능력주의’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①아빠 찬스? 공직 찬스? ‘그들이 사는 세상’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국 사태는 자신의 사회ㆍ경제적 자본과 ‘끼리끼리’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자녀에게 계급을 대물림하는 기득권의 속살을 드러냈다. 윤석열 정부 내각을 둘러싼 ‘아빠 찬스’ 논란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지낸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뿐 아니라 부인과 아들ㆍ딸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ㆍ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과 2018년 각각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다.

공직 경력을 활용해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도 예외없이 등장했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2017년부터 4년 4개월간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단 4건의 간담회에 참석해 약 20억 원을 받았다. 2일 인사청문회에서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김앤장 고문료 △사외이사 수입 △연금 등을 언급하며 “(한 후보자) 한 달 총 수령액이 3,627만 원이다. 국회의원인 저조차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합동참모본부 차장 시절 서울 용산 국방부 관사에 살며 아파트 두 채를 임대해 ‘관사 테크’ 의혹을 받고 있다.

②당당한 후보자들, 감싸고 보는 '내로남불' 국민의힘

강선자 일조원갤러리 관장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럼에도 후보자들은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정호영 후보자는 3일 인사청문회에서 “(경북대 의대) 구조 자체가 아빠 찬스를 절대로 쓸 수 없다”며 “도덕적ㆍ윤리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했다. 과거로 돌아가도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지원케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자녀 선택을 중시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일 “자녀가 자신이 교수로 있는 의대에 지원하면 부모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말리는 게 상식적이고, 일부 의대는 회피ㆍ제척 자진신고 제도까지 운영한다”며 “도덕적 문제가 없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황당한 해명도 적지 않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의 해외 도박사이트 운영사 근무 의혹에 대해 “(온라인 포커는) 넓게 보면 게임”이라고 했다. 한덕수 후보자는 2일 청문회에서 "김앤장에서 '로비스트'를 한 것 아니냐"라는 지적에 “공공외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을 했다”고 답했다. “김앤장이 외교부도 아니고, 무슨 공공외교냐”(남인순 민주당 의원)라는 지적에도 이를 입증할 구체적 업무내역은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 정호영 후보자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위법행위는 없었다"는 취지로 감쌌다. 조국 사태 때 문재인 정부가 동원했던 논리다.

한덕수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순수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김앤장 고문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현 정부 인사들도) 공직 경험을 토대로 로펌에 갔다” 등 엄호성 발언이 잇따랐다. 2017년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청문회 당시 ‘월 3,000만 원 로펌 자문료’ 의혹에 대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은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사퇴를 압박한 바 있다.

③부처 현안에 답 못 하는 후보자들… 능력주의 ‘글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대 내각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일보

윤석열 당선인은 내각 인선 원칙으로 '능력'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일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후보자들이 현안 업무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용산 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 가습기 살균제 사태 등 환경부의 주요 현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거나 “파악을 못 했다” 등의 답변을 반복하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인천 검단 ‘왕릉뷰 아파트’ 철거 여부, 관광청 신설 등 현안에 대해 “추후 보고하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정호영 후보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근처에서 삭발ㆍ단식 집회 중인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아느냐’라는 질의에 “모른다”고 했다가,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부터 “장관 후보자라면 알아보려는 마음이 드는 게 통상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53 22 
공유
 
기사저장
 댓글 쓰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