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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 소주병 던진 40대 “인혁당 피해자에 사죄 안해서”

일산백송 2022. 3. 24. 20:13

박근혜에 소주병 던진 40대 “인혁당 피해자에 사죄 안해서”

백경열 기자
입력 : 2022.03.24 14:07 수정 : 2022.03.24 16:47

 

“박씨 해치기 위해 던져,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대구 자택에 입주한 24일 박씨를 향해 소주병을 던진 40대 남성은 박씨의 과거 발언을 문제삼아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대구 달성 자택에서 소주병을 던진 이모씨(48)는 경향신문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범행 직후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체포돼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씨는 “먹다 만 소주병을 들고와서 박씨를 향해 던졌다”면서 “(박씨를) 해치기 위해서 던졌는데, 그렇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24일 박근혜씨가 대구 달성 자신의 사저 앞에서 입장을 밝히던 중 박씨를 향해 소주병을 던진 이모씨(48)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독자 제공

그는 “박씨는 인민혁명당 관련 재판이 2개라느니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도 하지 않았다”면서 “여기(달성)에 살려고 온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씨의 이같은 발언은 과거 박씨가 유신시절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에게 사죄하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이씨는 ‘HR_인민혁명당(kus.ne.kr) 가입해주세요. 사법살인진실규명연대’라는 글귀가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이 카페는 지난 2월19일 개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카페 소개글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숫한(숱한) 사법살인을 당한 분들을 찾고 그 진상을 규명하는 시민단체’라고 돼 있었다. 카페 회원은 60명가량 된다고 이씨는 소개했다.

 

박근혜씨는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후보이던 2012년 9월10일 인혁당 사건을 두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또 어떤 앞으로의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답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박씨는 당시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뒤, “똑같은 대법원에서 (판결이)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에…”라면서 피해 유족에 대한 추가적 사과나 새롭게 변화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씨의 발언이 삼권분립 등 헌정절차가 정지된 유신 때 이뤄진 유죄 판결과 민주화 이후 사법부가 무죄로 교정한 판결의 효력을 동일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미 역사적, 사법적으로 판단이 내려진 사안까지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인혁당 사건은 1974년 중앙정보부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도예종씨 등을 구속기소한 ‘인혁당재건위 사건’이다. 이듬해 4월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지 18시간 만에 형이 집행되면서 유신시절 대표적인 ‘사법살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2년 9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에 대해 중앙정보부가 고문 등을 통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05년 12월 법원이 이 사건의 재심을 수용했다. 2007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미 형이 집행된 피고인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