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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 '금단의 땅' 국민의 품으로..용산 부지의 역사

일산백송 2022. 3. 20. 20:02

서울 한복판 '금단의 땅' 국민의 품으로..용산 부지의 역사

13세기 '일본정벌' 몽골군 주둔
19세기 '임오군란' 청나라군
일본군 주둔 이어 미군기지로
尹 "대통령 집무실+시민공원 조속 변신"
아시아경제|김동표|입력2022.03.20 13:10|수정2022.03.20 13:3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한 조감도./윤동주 기자 doso7@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 미군 기지가 있던 해당 부지는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 그러나 시민들에게는 100년 넘게 접근이 제한됐던 금단의 땅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용산에 집무실을 놓고 그 주변으로 공원을 조성해 시민들과 접점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20일 서울시 서울기록원에 따르면, 용산은 조선의 수도인 한성과 전국을 이어주는 주요 결절점으로서 사람이 모이는 곳이자 물류의 중심지였으며, 전쟁 때는 전략 요충지였다. 고려시대에는 몽골군이 잠시 머물기도 했다. 몽골군(원나라)이 일본 정벌을 위한 병참 기지를 용산에 설치했다.

경강부임진도 (19세기 전반) <출처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

조선시대에는 삶의 터전으로 기능해왔다. 조선시대에 기록된 옛 지도(경감부임진도)를 보면, 인왕산 무악재에서 뻗은 산자락 끝에서 용산의 지명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한강과 남산, 그리고 만초천과 같은 자연경관에 둘러싸인 용산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아왔다.

20세기를 앞두고 용산은 외세의 군사기지로 변모했다. 1882년 임오군란이 계기였다. 조선 정부는 1881년에 창설한 별기군에게 특혜를 주는데 반해 구식군대를 푸대접했다. 멸시를 받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청나라가 진압을 명분으로 조선에 군대를 파견하고, 병력을 서울 남산 아래에 주둔시켰다.

이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은 청나라 주둔지에 그대로 눌러앉았다. 일본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위해 조선 땅에 군부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한일의정서(1904년)를 체결했다. 이후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한 일본은 을사늑약을 체결하고, 용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영구병영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광복 이후에도 용산 기지는 한반도내 외세의 땅으로 남았다. 조선 총독은 1945년 9월 9일, 미군 제24군단에 정식으로 항복했다. 제17방면군사령부가 용산을 떠나면서 일본군의 용산기지 역사는 마무리된다. 대신 용산기지를 접수한 미군은 이곳을 '캠프 서빙고 (Camp Seobinggo)'라 명명했다. 주둔군이 일본군에서 미군으로 바뀐 것일 뿐이었다.

미7사단 포병대(현 용산기지 캠프 코이너)일대 <출처:1948년 미국 국립문서보관청(NARA) 소장>

냉전이 심화하면서 군사 기지로서의 색채는 더욱 짙어졌다. 1957년, 일본 도쿄에 주둔했던 유엔군사령부(UNC)가 용산기지로 이동해 주한미군사령부(USFK)를 창설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용산기지는 한미 군사동맹의 상징적인 장소로 변모했다.

2003년 한미 양국은 정상의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을 용산에서 평택으로 이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이후 용산은 토지정화 작업 등을 거쳐 국립공원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그러나 그간 용산기지의 공원화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미군기지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용산공원 종합기본계획을 정부가 처음 수립한 게 2011년이다. 공원 계획은 수시로 변경됐고 개원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군 부대 이전 사업 지연,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비용 부담 등 문제가 산적하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용산공원의 개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5월 10일부터 새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핵심 취지는 청와대로 상징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해체, 대국민 소통강화다. 집무실을 공원 한복판에 두고 시민들과 수시로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윤 당선인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원 공간을 조속히 조성하여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용산구 한강로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언론에 '용산공원'이 언급된게 10년이 넘었는데 공원으로 개방된 부지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용산구민들에게 용산공원은 사실상 희망고문과도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호 등으로 인해 개발제한 규제조치가 내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지만, 대통령 당선인이 공원을 신속하게 조성하겠다고 직접 공언한만큼 이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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