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50대 아내 냉동보존한 남편.."한가닥 희망, 과학기술 발전 기대"
백영미 입력 2021. 08. 31. 12:28 수정 2021. 08. 31. 12:47
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이어 국내 두 번째 냉동인간 등장
국내 최초 혈액 빼낸 후 동결보존액 치환
"담도암으로 숨진 아내 모습 보존하고파"
"가능할지 모르지만 과학기술 발전 기대"
[서울=뉴시스] 구급대원들이 담도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다 숨진 50대 여성의 시신을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사진= 크리오아시아 제공) 2021.08.3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에서 냉동인간으로 보존되는 두 번째 사례가 나왔다. 온몸에서 혈액을 빼낸 후 동결보존액을 채워넣어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는 기술이 시행된 것은 국내 최초다.
31일 바이오 냉동기술기업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씨는 담도암으로 항암 치료를 받다가 숨진 50대 아내의 모습을 사후에도 보존하고 싶다며 냉동보존 해줄 것을 의뢰했다. 지난해 50대 남성 A씨가 암으로 세상을 등진 80대 어머니를 냉동보존한 사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다.
업체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동결보존액 치환작업을 진행했고 시신을 B 병원 장례식장 안치실 내 영하 30도로 유지되는 특수 냉동고에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 동결보존액 치환작업이란 동결을 원하는 사람이 숨지자마자 온몸에서 혈액을 빼낸 뒤 세포 파괴를 막기 위해 동결보존액을 주입하는 것을 말한다.
업체 관계자는 "국내 첫 번째 냉동보존 신청자는 고인의 장례를 치른 뒤 발인 직전 서비스를 의뢰해 시신의 혈액이 이미 응고된 상태여서 동결보존액 치환작업이 불가능했다"며 "동결보존액 치환이 이뤄진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담도암으로 숨진 50대 여성의 시신을 동결하기 위한 동결보존액 치환 작업에 앞서 혈액을 빼낼 혈관을 찾고 있다. (사진= 크리오아시아 제공) 2021.08.31
업체는 현재 시신을 안치할 직립형 냉동보존 챔버(용기)를 제작 중이다.
다음달 중순께 냉동보존 챔버가 완성되면 액체질소로 냉각한 탱크에 시신을 넣어 영하 196도로 보관할 예정이다.
현재 A씨는 아내의 시신을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시신 동결 서비스 전문업체 크리오루스(KrioRus)로 보낸 뒤
현지에서 액체질소 냉동 보존실에 안치할지, 국내 냉동인간 보존센터에 안치할지 고민 중이다.
A씨는 시신을 국내 보존센터에 안치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는 A씨의 결정 등을 고려해 이르면 올해 말 보존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다.
냉동보존 기간은 100년이다.
업체는 시신 동결 서비스 신청자의 비용부담을 낮추기위해 종신보험 상품 판매 업체와 제휴를 맺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비스 신청자가 장기간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고 향후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아 서비스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현재 시신 동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동결보존액 치환 작업부터 챔버 제작, 장기 보관 비용 등을 포함해 총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시신 동결은 의학이 발달한 미래 냉동 상태의 시신을 다시 소생시켜 병을 치료하거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
간암 선고를 받은 미국 심리학자 베드퍼드가 1967년 75세의 나이로 영하 196도의 질소탱크 속에 들어가면서부터다.
현재로선 미래에 냉동된 시신을 해동해도 고인이 긴 잠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낮지만,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시신을 동결하고 있다.
A씨는 "암으로 아내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힘든 시기 한 가닥 희망이 될 수 있는 냉동보존을 알게 됐고 큰 위안이 됐다"면서 "살아 생전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에 기대를 걸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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