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이야기

"시급 1만5000원 줘도 일한다는 사람 없어 단축 영업"

일산백송 2021. 6. 4. 18:21

"시급 1만5000원 줘도 일한다는 사람 없어 단축 영업"

조재길 입력 2021. 06. 04. 17:13 수정 2021. 06. 04. 17:47 

 

美 식당·마트 구인난 '극심'
일손 없어 영업 단축하거나
아예 매장 문 닫는 곳도 속출
일자리 빠르게 늘어가는데
추가 실업급여 탓에 취업 안해
Fed "인력난으로 자동화 가속"

미국 오하이오주 메이필드 하이츠의 한 대형마트. AP연합뉴스


“지역 내 10개 편의점이 시급 인력을 구하지 못해 매일 4시간씩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12개 식당이 100여 명의 종업원을 채용하기 위해 합동 취업 설명회를 열었지만 겨우 12명만 참석했다.”(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한 업체가 비숙련 초급 근로자에게 최저시급(7.25달러)보다 두 배가량 많은 14달러를 제시했지만 20여 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었다.”(텍사스주 댈러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2일 공개한 베이지북 내용 중 일부다. 베이지북은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현재의 경기상황을 기술한 종합 보고서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한다.

 ○개장 미루고 영업 단축

미국 내 구인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코로나19 백신 공급과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경기가 갑자기 살아나자 사람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다. 식당, 편의점, 식료품점 등 소비자 접촉이 많은 분야에선 ‘입사 보너스’를 줘도 빈자리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수제 햄버거 체인점인 쉐이크쉑은 올해 40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이지만 인력 부족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랜디 가루티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신규 인력을 뽑는 게 내년까지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등 신규 점포 다섯 곳에서 수백 명의 종업원을 채용할 예정이던 유기농 식품점 어스페어도 인력난에 부닥치자 장기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22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탈리아 식당 파졸리의 칼 하워드 CEO는 “조지아주 매장은 종업원을 구할 수 없어 개장을 몇 주 미뤄야 했다”며 “지금 있는 직원들도 계속 붙잡아두기 위해 시급을 올려주다 보니 점포당 연간 평균 10만달러씩 비용이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3월 일자리 통계(JOLTS)를 보면

식당, 호텔에서 99만3000명, 식료품점에서 87만8000명의 인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채용 공고는 총 812만 건이다.

2000년 통계 작성 후 최대다. 종업원을 확보하지 못한 식당, 마트 등은 점포를 폐쇄하거나 영업시간 단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WSJ는 전했다.

 ○서비스업 경기 빠르게 개선

인력수급 불일치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추가 실업급여가 꼽힌다. 미 정부는 현재 실직자를 대상으로 기존 실업수당 외에 ‘코로나19 수당’(주당 300달러)을 얹어주고 있다. 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탈 때 돈을 더 버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오는 9월 초까지 지속된다.

감염 우려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미루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일자리가 쏟아지는 분야가 대면 접촉이 활발한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이다. 남미 등 제3세계 국가의 저소득 근로자 유입이 급감한 점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공급관리협회(ISM)가 3일 공개한 5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64.0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PMI는 50에서 높아질수록 낙관적 전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다만 기업활동지수가 전달의 62.7에서 66.2로 뛴 데 비해 고용지수는 58.8에서 55.5로 추락했다.

신규 채용이 경기 회복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ISM의 앤서니 니베스 책임자는 “기업들의 인력 및 부품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Fed는 베이지북에서 “지금 같은 인력난이 이어질 경우 자동화 도입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