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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점지’해 둔 검찰총장…기자 아파트서 ‘도박’ 들통나 사의

일산백송 2020. 5. 22. 10:41

경향신문

아베가 ‘점지’해 둔 검찰총장…기자 아파트서 ‘도박’ 들통나 사의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입력 : 2020.05.21 14:23 수정 : 2020.05.21 14:23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장이 지난 1일 저녁 산케이신문 기자의 아파트에 들어가고 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다음날 새벽까지 기자들과 도박(내기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의 보도 직후 구로카와 검사장은 도박 사실을 인정하고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슈칸분슌 홈페이지 캡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차기 검찰총장으로 확실시되던 도쿄고검장이 도박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와중에도 보건지침을 무시하고 기자들과 ‘내기 마작’을 즐기다 들통나자 책임을 진 것이다.

여권이 밀어붙인 검찰청법 개정과도 밀접한 인물이어서,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아베 신조 총리는 또 한번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교도통신은 21일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고검 검사장이 사의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은 이날 발매 예정인 최신호에서 구로카와 검사장이 지난 1일 저녁 산케이신문 기자의 아파트에서 새벽까지 내기 마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이와 관련한 법무성 조사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곧바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리 마사코(森雅子) 법무장관은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호 관련 기사 촬영|연합뉴스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구로카와 검사장은 산케이신문 사회부 소속 기자 2명, 아사히신문 전 검찰 담당 기자(현 경영기획실 근무) 등 3명과 함께 다음날 오전 2시까지 마작을 했다. 지난 1~2일은 일본에서 연휴인 ‘골든위크’가 시작된 시점으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자제를 강력하게 요구한 시점이었다.

슈칸분슌은 당시 구로카와 검사장 등이 산케이신문 기자의 아파트를 출입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지난 13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행동이 반복됐다고 보도했다. ‘일회성 도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최근 아베 정권이 밀어붙이다 여론의 반발에 부딪힌 검찰청법 개정안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와 집권 자민당은 최근 검사의 정년을 63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검찰청법 개정안을 추진했는데, 차기 검사총장(한국의 검찰총장)으로 점 찍은 구로카와 검사장의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 아니었냐는 관측을 낳았다. 개정안에는 내각이 결정하면 검사장이나 검사총장 등의 직무정년도 최대 3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는데, 정권의 검찰 장악 의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민당 주도로 지난 8일부터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 심의가 진행되자, ‘검찰청법 개정안에 항의한다’는 해시태그가 트위터 등에서 널리 퍼지는 등 반발 여론도 확산됐고 결국 개정안 추진은 잠정 보류됐다.

 

이런 상황에서 구로카와 검사장의 도박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애초에 아베 총리가 검찰수장으로서 부적격자를 낙점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