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심재환 종북 부부” 종편 방송, 위자료?

“이정희·심재환 종북 부부” 종편 방송, 위자료?
‘출연자 막말’ 언론사도 ‘공동 책임’
등록 : 2014.08.28 19:43수정 : 2014.08.29 12:00툴바메뉴

종합편성채널의 무분별한 ‘종북’ 주장 방송에 대해 법원이 최근 방송사의 책임도 함께 물었다. 

<채널에이>의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지난해 2월 ‘5대 종북 부부’를 다뤘다. 

법원 ‘종북 부부’ 방송 채널A에 “명예훼손” 위자료 지급 판결
방송사에 ‘검증 책임’ 판결 잇따라
출연자에 책임 떠밀던 종편에 제동 “방심위 편파 심의도 개선돼야” 

별다른 근거 없이 정치적 반대자를 종북으로 모는 처사에 대해 최근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무분별한 종북몰이가 특히 두드러졌던 곳이 보수 성향의 종합편성채널이다. 

일부 출연자들이 근거없이 특정인을 겨냥해 종북 혹은 종북 성향으로 몰아세웠다. 

하지만 방심위는 이런 행태에 대해 솜방망이 제재에 그쳤다. 

언론계에서 이번 판결이 방심위의 정치·편파 심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3일 시민단체 한국진보연대와 이 단체의 상임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강실 목사가 자신들을 ‘종북’이라 규정한 <채널에이>와 시사평론가 이봉규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1000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적 존재·단체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을 다루는 내용이라 보도의 공익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자료 없이 허위사실로서 원고들의 종북성을 내세워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종합편성채널의 무분별한 ‘종북’ 주장 방송에 대해 법원이 최근 방송사의 책임도 함께 물었다. 

<채널에이>의 <김광현의 탕탕평 평>은 같은 해 5월 ‘종북세력 5인방’을 주제로 방송했다. 

 
이봉규씨는 지난해 2월 <채널에이>의 생방송 시사 대담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5대 종북 부부’란 주제로 발언하면서 

“단체(한국진보연대) 누리집 관리자가 ‘한 목사님이 말씀하시길 김정일 동지는 위대한 민족의 지도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판결에서 주목되는 점은, 사법부가 ‘종북 몰이’에 대해 언론사에 공동 책임을 물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작진은 사전에 출연자 주장의 주된 근거의 진위 여부를 함께 검토·확인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이를 게을리해서 명예훼손 행위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서울고법도 지난 8일, 

1심에 이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를 명확한 근거 없이 ‘종북·주사파’로 표현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이를 보도한 <조선일보>, <뉴데일리> 등에 명예훼손 책임을 지운 바 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이 누군가의 발언을 인용, 전파하는 과정에서 취재 성실의 의무를 지켰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방송은 특정인이 출연해 상대편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일방적이고, 검증 안 된 주장을 방송으로 보도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들은 그동안 “생방송 중 출연자의 돌출 발언을 막기 어렵다. 회사 공식 입장도 아니다”며 

책임을 피해 왔다. 또 방심위는 이런 항변을 수용해 ‘솜방망이 제재’에 그쳐왔다. 

방심위는 지난해 1월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종북 성향’을 갖고 있다는 방송인 정미홍씨의 주장을 내보낸 종편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제이티비시> 3곳에 대해 가장 낮은 수위의 행정 지도인 ‘의견 제시’ 처분을 내렸다. 

당시 <티브이조선> 보도본부 손형기 시사제작팀 부장조차 방심위 회의에 출석해 

“정씨 발언 가운데 사실관계가 틀린 게 많다”는 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박 시장 쪽에 연락하지 않았으며, 취재가 부족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방심위는 같은해 5월 조영환 종북좌익척결단 공동대표 등이 <채널에이>의 시사 프로그램 

<김광현의 탕탕평평>에 출연해 전교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통합진보당 등을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종북세력 5인방’으로 규정한 방송에 대해서도 행정 지도 처분에 그쳤다. 

당시 방심위는 “과도한 제재는 표현의 자유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처분 이유를 밝혔다.
반면, 방심위는 종북이라는 공격을 받은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한 <시비에스>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법정 제재(중징계)를 내렸고,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을 출연시킨 <제이티비시>한테도 마찬가지였다. 

방심위는 지난해 12월 <한국방송>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 인사이드>가 ‘종북 논란 부추기는 언론’이란 제목의 꼭지를 방송한 데 대해 제재(의견 제시) 조처를 내리기도 했다. 

해당 방송은 언론의 무분별한 ‘종북’ 용어 사용이 우리사회 민주적 토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는데, 방심위는 “종북이란 용어를 쓰게 된 배경을 더 짚었어야 한다”고 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최근 판결들과 방심위의 그간 제재를 살펴보면, 

방심위가 법원보다 열악한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 윤여진 사무처장은 “종편은 지금까지 ‘아니면 말고’식의 방송을 해왔고, 

방심위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그동안 ‘외부 출연자 발언이라 책임이 없다’면서 책임을 회피했던 종편 쪽이 얼마나 변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