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백세주 신화' 국순당이 어쩌다가..4년 적자에 '관리종목' 지정
이재은 기자 입력 2019.04.09. 15:38
‘백세주’로 유명한 국내 전통주 1위 기업 국순당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한국거래소는 국순당이 지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을 확인하고 관리종목 기업으로 지정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관리종목이란 최소한의 유동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하는 상장법인을 뜻한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반복되면 상장폐지될 수 있다.
지난해 국순당의 매출은 526억7910만원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매출은 8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영업손실은 2015년부터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약 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순당(043650)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국내 전통주 시장을 개척하고 ‘백세주 신화’를 일궈낸 기업이다. 고(故)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는 1991년 찹쌀로 만든 발효술인 ‘백세주’를 개발해 맥주와 소주로 양분된 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전통술 시장을 이끌어온 국순당은 어쩌다가 적자의 늪에 빠졌을까.
2015년 백수오 파동 이후 백세주 이미지 타격, 지난 10년간 약주 시장 감소, 백세주 이후 히트작 부진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백수오 파동·약주 시장 감소에 백세주 타격
먼저 국순당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백세주의 판매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백세주는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면서 국순당의 실적을 견인했다. 소주와 함께 섞어 마시면 ‘오십세주’가 된다는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봤다. 2003년 백세주 단일 품목의 매출만 1300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주류시장의 흐름이 도수가 낮은 술로 바뀌면서 백세주의 인기도 시들해졌다. 소주의 도수가 17도로 낮아지면서 백세주만의 강점이 약해진 것이다. 소주 도수가 높았을 때는 순하게 마시려고 소주와 백세주를 섞어 오십세주를 만들어 마셨는데, 소주 도수가 낮아지니 섞을 필요가 없어졌다.
이어 소주와 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2010년 막걸리 열풍이 불면서 약주를 찾는 소비자가 줄었다. 국세청에 따르면 백세주를 포함한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는 2005년 924억원에서 2015년 409억원으로 55.7% 감소했다. 국순당 매출에서 백세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기준 19.3% 떨어졌다.
국순당은 2015년 ‘백수오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다. 여성에게 좋다고 알려져 홈쇼핑 등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국산 약초 백수오가 대부분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백수오 대신 이엽우피소나 백수오와 이엽우피소를 혼합해 쓴 업체들이 잇따라 발각됐다.
국순당(043650)은 백세주에 백수오 성분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정부 조사를 받았고, 국순당이 보관하던 백수오 원료 일부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국순당은 백세주 제품 전량을 회수했고, 그해 국순당은 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백세주 이후 히트작 부재…막걸리로 위기돌파
백세주를 대체할 신제품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국순당은 2015년부터 백세주의 대안으로 막걸리 제품을 강화했지만, 막걸리 시장은 2011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국내 탁주 소비량은 40만8248kL에서 2017년 32만2547kL으로 줄었다.
다만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프리미엄(고가)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국순당에게 희소식이다. 국순당도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군을 키워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배중호(사진) 국순당 대표는 과거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막걸리는 소비자 가격 대비 원가 비중이 높은 술인데 ‘싸구려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면서 "막걸리도 고급화를 통해 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국순당이 지난해 5월 출시한 ‘1000억 유산균 막걸리’는 3000원이라는 가격에도 월 10만병 이상 팔리는 등의 성과를 냈다. 현재 국순당 매출에서 막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37.5%다.
국순당 측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양호해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국순당 관계자는 "지난해 공장 통폐합, 신제품 개발 등 자구 노력을 해온 결과 적자폭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면서 "조만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순당의 영업손실 규모는 2015년 83억원에서 2016년 55억원, 2017년 36억원, 지난해 27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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