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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 비극' 막을 수 있었다..복지부, 치료명령제 '말뿐'
민정혜 기자 입력 2019.01.03. 06:01
법 개정안 국회서 통과 안돼..인력 충원도 안해
환자동의 필요..중증 질환자 추적관리 30% 불과
2일 서울 종로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2019.1.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진료 중이던 의사를 흉기로 살해한 박모씨(30)가
조울증 환자였던 것으로 알려져 허술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건이 조울증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박씨가 퇴원 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철저한 추적관리를 통해
치료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 7월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관이 사망한 사건의 후속조치였다.
개선안은 환자 동의가 없더라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추적관리를 하고,
필요한 경우 외래치료를 강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제도 개선에 필요한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 추적관리 30%에 불과
박씨는 2015년 심한 조울증을 앓아 1년 반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후 박씨는 외래진료를 받지 않은 채 지내다 사건 당일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가 앞서 발표한 개선안이 실행됐다면 박씨같은 환자는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았을 수 있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한 행동을 한 적이 있거나, 치료를 중단했을 때 재발 위험이 큰 환자에 한해
동의 없이 관련 정보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 추적관리를 하겠다는 것이 개선안의 골자였다.
지금은 정신의료기관이 '환자의 동의'가 있어야 환자 인적 사항과 진단명, 치료 경과 등을 담은 정보를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에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많은 환자가 자신의 병력 정보가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통보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중증 정신질환자의 정신보건시설이나 지역사회 재활기관 등록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복지부의 계획대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2건 모두 보건복지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보호자 동의 없는 외래치료명령 도입 필요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1년간 외래진료를 의무화하는 외래치료명령제도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외래치료명령제는 정신의료기관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1년간 중증 정신질환자가 외래 치료를 받도록
시군구청장에게 청구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외래치료명령제는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외래치료명령 대상자를 관리할 인력이
부족해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2016년 정신의료기관을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는 5만4152명인데, 1개월 이내 정신과 외래진료를
방문한 환자는 63.3%인 3만4304명이다. 나머지는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정신의료기관 유형별로 살펴보면,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1개월 이내 외래방문율이 74.3%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반면, 일반병원 정신과에서 퇴원한 환자의 1개월 이내 외래방문율은 49.9%로 가장 낮았다.
복지부는 외래치료명령제 활성화를 위해 대상자를 관리할 인력을 충원하고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관련법은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도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호자 동의 없이도 외래치료명령을 내릴 수 있고,
외래치료명령 청구 권한을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1월 중 발의할 계획이다.
외래치료명령 청구 권한이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부여되면 정신의료기관에서 진료받지 않은
중증 정신질환자도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법 심사 과정에서 복지부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필요한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해 법 개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m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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