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교촌치킨 회장 6촌 폭행사건, 심각한 후폭풍 불러
안소영 기자 입력 2018.10.28. 17:36 수정 2018.10.28. 18:01
치킨 프랜차이즈 1위 업체, 잘나가던 교촌치킨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교촌치킨 권원강 회장의 6촌 권모(신사업본부장·상무·39)씨의 폭행 영상이 공개되며 오너 일가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교촌치킨이 과거 점주들과의 상생,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해와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권 회장의 6촌 권씨가 2015년 3월 25일 저녁 9시쯤 대구 수성구 교촌치킨 직영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서 자신을 말리려는 직원의 얼굴을 밀치고 있다./ CCTV 캡처
권원강 회장은 동영상 공개 이후 폭행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폭행 당사자는 퇴사를 선택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교촌치킨에 대한 불매 움직임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치킨 사건의 발단부터 불매운동 조짐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리해봤습니다.
# 2015년 3월: 권원강 회장의 6촌 권씨의 직원 폭행
2015년 3월 25일 오후 9시쯤. 권원강 회장의 6촌인 권모씨는 대구시 수성구에 있는 교촌치킨의 한식
레스토랑 ‘담김쌈’ 주방에서 직원들을 폭행합니다.
당시 찍힌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권씨(당시 사업부장)가 직원들 목을 조르고,
얼굴에 간장이 담긴 빨간색 소스 통을 집어 던지는 등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영상 속 직원들은 그의 폭행에도 고개를 숙인 채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권씨는 교촌치킨의 가맹점이 몇 개 되지 않았을 때부터 일해온 핵심 인력이자,
권력의 핵심이었습니다. 권씨는 2012년에는 계열사인 소스업체 에스알푸드에서 사내이사와 등기임원을 지냈고, 2013년에는 교촌에프앤비 개발본주 실장에 이어 비서실장을 맡으며 권 회장을 보좌했습니다. ▶관련기사
# 2015년 4월: 교촌치킨, 권씨 해고 처리
권씨의 폭행 사건은 사내에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되자, 실세였던 그도 잠시 교촌에프앤비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촌에프앤비는 폭행 문제로 권씨를 인사조치했고, 그는 2015년 4월 퇴사 처리됐습니다.
# 2016년 : 권씨 복귀 후 상무까지 승진, 인사 보복설도
하지만 권씨는 퇴사 이듬해인 2016년에 복귀했습니다.
교촌치킨 측은 "권씨가 오랜 시간 회사에 몸담으며 기여해왔고, 피해 직원들에게 직접 사과하며 당시 사태를 원만히 해결했고, 사건 후 퇴직해 ‘자숙의 기간’을 가진 점을 참작해 복직을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권씨의 복귀를 지켜봤던 직원들의 설명은 사측과 다릅니다. 권씨는 재입사 이후 상무까지 승진했을 뿐 아니라, 폭행 사건을 조사했던 담당자들에게 보복 인사도 했다는 겁니다. 내부 관계자들은 권씨의 괴롭힘에 상당수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고 일부는 회사를 떠났다고 증언합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권씨가 복직한 후 권원강 회장이 회사의 연말인사를 그에게 맡겼다"며 "권씨는 과거 직원폭행 사건을 조사했던 인사 담당자를 보직과 관련없는 곳으로 발령해 퇴사시키는 등 보복 조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10월 25일: 폭행 영상공개, 교촌치킨 사과문·권씨 퇴사 처리
권씨의 폭행 사건은 묻히는 것처럼 보였지만, 3년이 지나 드러났습니다.
지난 25일 조선비즈 단독보도를 통해 폭행 영상이 공개됐기 때문이죠. 보도 직후 거의 모든 매체가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많은 국민이 ‘갑질’에 분노하자 교촌치킨은 사과에 나섭니다.
권 회장은 영상공개 당일 오후 사과문을 통해 "폭행 피해 직원분들과 고객 여러분, 전국 가맹점주분들께 사과드린다. 폭행 사건의 전말과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사건들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경비원 폭행, 가족 위장취업, 치즈 불공정 거래 등 갑질사태가 불거지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조선DB
교촌치킨은 권씨의 사표도 수리했다고 알렸습니다. 권씨는 폭행 영상이 보도된 당일 오후 사표를 냈고, 회사는 이를 바로 수리했습니다. 교촌치킨 측은 권 본부장이 징계 조치 이전에 사의를 밝혀 퇴사하게 됐지만, 실태 점검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기사1▶관련기사2
#2018년 10월 25일 이후: 교촌치킨 불매운동 조짐
권 회장의 사과와 권씨의 퇴사가 있었지만, 교촌치킨을 향한 비판은 여전합니다.
오너일가가 일탈행위를 저지르고 사퇴를 선택하는 것은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주영 숭실대학교 교수는 "프랜차이즈 오너가 중에서는 조그만 가게로 시작해 사업을 키운 경우가 많은데, 일부가 부(富)에 치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이나 윤리 등을 무시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보도 직후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조짐이 있어 가맹점주 피해 보상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교촌치킨 공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미디어)에는 폭행 당사자인 권씨와 그를 방치한 본사에 대한 비판과 ‘불매운동을 하자’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교촌치킨의 갑질을 비판하는 글이 28일 현재까지 18개가 올라왔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것을 체감하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다며 한숨만 쉬고 있습니다.
한 가맹점주는 "직원들을 폭행한 권 상무 때문에 매장에 파리 한 마리도 없다.
본사 때문에 왜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교촌치킨, 제 1호 호식이법 대상?...상장도 불발되나
불매운동 목소리가 나오자, 전국에 약 1000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교촌치킨이 제1호 호식이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상자가 될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호식이법은 오너리스크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주자는 목적으로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호식이법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며, 프랜차이즈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위로 가맹점주가 매출 피해를 볼 경우 가맹본부가 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너가 사고를 치면 기업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결국 가맹점주 같은 약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기업과 창립자(오너), 기업가가 분리되고, 기업오너들의 사회적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폭행으로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상장(IPO)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시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을 엄격한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추진 중인 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앞서 상장한 MP그룹 역시 갑질 사건 이후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너가 반복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투자 결정시 기업의 윤리적인 부분까지 살피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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