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단독] '알츠하이머병' 재판 안 나온 전두환..병원 진단서·소견서 안 내
박진영 입력 2018.08.31. 13:08 수정 2018.08.31. 13:18
朴 '궐석 재판' 나비 효과? /
세 전직 대통령, 잇따라 출석 거부 /
백혜련 의원 "법치주의 무시하는 처사"
“알츠하이머병(노인성 치매)”이라며 재판 출석을 거부한 전두환(87·사진) 전 대통령이 법원에 정작 병원 진단서나 소견서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전 전 대통령이 ‘궐석 재판’이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31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 전 대통령의 병원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해달라”는 백 의원 요구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첫 정식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불출석 사유서나 연기 신청서는 내지 않았다.
다만 아내 이순자 여사는 하루 전 “전 전 대통령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며 출석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 여사는 전 전 대통령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2013년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등 소동을 겪은 뒤 한동안 말을 잃고 기억 상실증을 앓았는데, 그 뒤 대학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증세란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한 상태가 아니란 설명이다.
당시 광주지법은 “진단서 등 피고인이 낸 서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전 전 대통령의 진단서 제출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인 백혜련 의원은 “재판을 하루 앞두고 불출석 사유서도 내지 않고 일방적 성명을 발표하며 무단으로 재판에 나오지 않은 건 국민을 우롱하고 법치주의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 의원은 이어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면서 “전두환씨가 계속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구인장을 발부해 반드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지법은 재판을 오는 10월1일로 연기하고 전 전 대통령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전 전 대통령이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장을 집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정적 나비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전 전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다가 결국 피고인 없는 궐석 재판이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들처럼 건강상 이유를 들어 지난 5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바 있다. 정식 재판이 열린 지 두 번째 기일 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매 기일 출석해야 한다”는 재판장 경고를 받고 입장을 바꿨다.
다만 전 전 대통령과 달리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은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나 연기 신청서는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서나 연기 신청서를 사전에 내지 않고 법정에 안 나가는 경우는 없고, 일반인들은 전 전 대통령처럼 하지 못한다”면서 “박 전 대통령 사례가 일종의 선례가 됐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 1심이 궐석 재판으로 진행되기 전만 해도 법조인 사이에서는 ‘피고인이 재판에 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는 의미다.
형사소송법 276조는 “피고인이 공판 기일(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때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개정하지 못한다”고 못 박고 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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