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폭언 일삼던 약혼남 홧김에 살해한 여성, 구속상태에서 아이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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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폭언 일삼던 약혼남 홧김에 살해한 여성, 구속상태에서 아이 출산

피해자 사망한 날 임시사실 알아, 구속상태에서 출산

이정미 기자

발행 2018-06-21 17:13:51

수정 2018-06-21 17:13:51

 

폭행과 폭언을 일삼던 약혼남을 홧김에 살해한 여성이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21일 김모(30)씨의 살인(인정 죄명 상해치사)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3년이 유지됐다.

 

김씨는 피해자가 사망한 날 임신 사실을 알았으며, 구속상태에서 출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하지만 사람의 사망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처벌은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어떻게 보면 피고인 입장에서도 피해자에게 속죄를 한다는 의미에서라도 어느 정도 형은 살아야 한다고 판단된다"며 "수감 중 태어난 아이 양육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런 점 때문에 형량을 가볍게 변경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오전 2시께 서울 은평구 소재 자신의 집에서 약혼자 A씨(당시 41세) 가슴을 흉기로 1차례 찔러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와 2009년께부터 사실혼 관계이자 결혼을 3개월 앞둔 A씨는 평소 술을 마시고 연락이 되지 않거나 귀가가 늦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약속과 달리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고, 컵라면을 먹는 김씨에게 "그렇게 처먹으니까 돼지가 되는 거다. X돼지야"라는 등 폭언을 퍼부었다.

 

이에 화가 난 김씨가 A씨를 향해 빨래건조대를 넘어뜨리자, A씨는 김씨의 뺨을 수차례 때렸고, 김씨는 격분해 주방 식탁에 있던 부엌칼을 집어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A씨는 "찔러봐, 쫄리냐, 그래서 네가 X신이야"라며 김씨에게 폭언을 지속했고, 결국 분노에 못 이긴 김 씨는 A씨를 홧김에 찌르고 말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같은 날 오전 3시40분께 사망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마무리된 1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검찰은 김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배심원 9명 중 6명이 예비적 공소사실인 상해치사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은

▲김씨가 A씨를 찌른 횟수가 1회에 불과한 점

▲A씨에 대한 추가적 공격행위가 없었던 점

▲김씨가 사건 직후 119 신고를 한 점 등을 종합해

살인 고의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정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