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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이야기

개 구조하려 출동했다가.. 새댁·예비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일산백송 2018. 3. 30. 22:52

세계일보

개 구조하려 출동했다가.. 새댁·예비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

김정모 입력 2018.03.30. 19:14 수정 2018.03.30. 21:53

 

25t트럭이 주차 중인 소방차 추돌/포획장비 챙기던 3명 車에 치여 숨져

 

“개 한 마리 구하려다 꽃다운 우리 딸이 이리 됐단 말입니까. 갓길도 없는 6차선 국도로 트럭들이 쏜살같이 달리는데 대형 소방차를 정차시키는 현장대응이 말이 됩니까?”

개를 포획하기 위해 현장 출동했다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예비소방관 문모(23·여)씨의 어머니는 “믿기지도 않은 일이 벌어졌다”며 오열했다. 빈소가 마련된 충남 아산시 온양장례식장은 유가족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경남 창원에서 한달음에 온 예비소방관 김모(30·여)씨의 어머니는 빈소 앞에 주저앉아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소방관 될 일만 남았는데, 이렇게 억울하게 죽을 수가 있냐”면서 손바닥으로 연신 바닥을 내리쳤다.

 

30일 오전 9시 46분쯤 충남 아산시 둔포면 신남리 43번 국도에서 25t 트럭이 소방펌프차를 추돌했다. 이 사고로 소방활동을 벌이던 김모(29·여) 소방교와 예비소방관 문씨와 김씨 등 3명이 25t 트럭에 80여m나 밀린 소방차에 치어 숨졌다. 트럭 운전자 허모(62)씨와 소방차 운전자도 다쳤다.

 

유가족들은 “사람이 중요하지 개가 중요하냐”며 “현장대응 매뉴얼이 바람직한 것이었는지, 여성소방관 3명만 출동시킨 사유 등에 대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달라”고 소방 지휘부에 요구했다.

 

숨진 김 소방교는 지난해 말 동료소방관과 결혼한 신혼 4개월 차 새댁이었다. 천안서북소방서에 근무하는 남편은 넋을 잃었고 동료소방관들은 안타까운 죽음에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두 명의 교육생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난해 소방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제80기), 지난해 12월 26일 충청소방학교에 입교했다. 총 16주간의 교육 중 소방학교에서 12주간 교육을 마치고 4주간의 현장실습 중이었다. 이들은 2주 뒤인 다음달 13일에 정식 소방관으로 임용될 예정이었다.

 

빈소를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유족의 뜻에 따라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장례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연이은 사고로 희생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 국민께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방청은 김 소방교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기로 결정했다. 숨진 2명의 교육생 관련 지원 문제는 현재 협의 중이다.

 

사고가 발생한 43번 국도의 세종∼평택 구간은 과속하는 대형 화물차로 인한 사고가 잦아 ‘죽음의 도로’로도 불린다. 경찰은 운전자 허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허씨가 사고 당시 다른 곳을 주시하면서 잠시 한눈팔았다고 진술했다”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그대로 소방차를 밀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주운전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과속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트럭의 운행기록계 분석을 의뢰했다.

 

아산=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