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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은 제자가 했는데 저자에 교수 이름만?..명의의 민낯
전형우 기자 입력 2018.02.11. 21:15
<앵커>
우리 사회 을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오늘(11일)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의 지시로 의학 교과서 원서를 써주고도 공동저자로 이름도 올리지 못한 한 의사 이야기입니다. 억울한 사연을 학교에 알려봤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형우 기자입니다.
<기자>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 시험을 위한 필독서로 여겨지는 교과서입니다.
미국에서 출간한 건데 손 성형에 대한 19페이지를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가 집필해 의료계에서는 화제가 됐습니다.
저자인 A 교수는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명의'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성형외과 교수 : 암의 치료를 좀 더 완전하게 하고….]
그런데 A 교수가 집필한 부분이 사실은 제자가 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2009년 당시 대학원생이던 B 씨는 스승인 A 교수가 간략한 목차만 적어주고 책을 쓰라고 지시했다고 말합니다.
교수 임용을 앞둔 터라 순순히 따랐습니다.
[대리 집필 의사 : 당연히 제 이름이 저자에 포함되지 않겠느냐 생각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B 씨는 원고를 완성하는데 1년 넘게 걸렸다고 말합니다.
[대리 집필 의사 : 잠도 안 자면서 항상 수술 늦게 끝나고 퇴근도 안 하고 남아서 밤늦게까지. 주말에도 작업을 하고….]
2013년 출간된 교과서에서 손 성형 부분을 보면 B 씨가 쓴 초안과 순서는 물론 문장까지 같습니다.
그런데 집필진에는 A 교수만이 올려졌습니다.
지난해 개정판도 마찬가지, B 씨는 억울한 마음에 자신이 대리 집필했다고 대학에 알렸지만 돌아온 건 스승의 협박이었다고 말합니다.
[대리 집필 의사 : (A 교수가) '앞으로 크게 다친다'는 말을… 뺨을 잡고 두 손으로 제 얼굴을 막 흔들었습니다.]
대학 윤리위원회에 제소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학교 측은 결과를 내지 않았습니다.
A 교수는 B 씨의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핵심 부분은 혼자 썼다고 주장합니다.
[성형외과 교수 :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어떻게 무슨 전임의가 책을 쓸 수 있는 실력이 있어요.]
경찰은 저작권법 위반과 폭행 혐의로 고소된 A 교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정용화, VJ : 노재민)
전형우 기자dennoc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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