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암호화폐 투자가 위험한 네 가지 이유
기사입력2017.12.24 오후 5:52
② 소수 큰손 투자자 `고래` 출몰 따라 급등락 반복
③ 거래소 안전장치 없어 큰 가격 변동성에 `패닉`
④ 잦은 전산장애·해킹…투자자 불안감 키워
'1만9800弗→1만400弗→1만4400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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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가격이 또다시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정보의 부재와 소수 보유자의 막강한 영향력 등 암호화폐 시장에 내재된 근본적인 불안정성이 가격 등락폭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암호화폐 시장은 고점인지 저점인지 판단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추세조차 판단하는 게 어렵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은 적정 가치를 계산할 수 없어 거품 여부가 판단되지 않고, 파악 불가능한 변수들로 가격이 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별 규제든 새로운 암호화폐의 등장이든, 수요가 꺼지면 언제든지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제도권 금융시장의 크리스마스 전 주중 정규 거래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만 해도 '산타랠리'가 시작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산타랠리는 크리스마스 전후부터 이듬해 1월까지 나타나는 주식 시장 상승장을 말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수가 활성화하고, 연말 성과급이 증권시장으로 몰리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올해는 그 주인공이 주식이 아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2일 폭락세로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6104억3000만달러에서 시작했다가 장중 4261억4000만달러까지 쪼그라들었다. 하루 만에 전체 시장의 3분의 1의 돈이 사라진 셈이다.
이 같은 급등락이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부재다. 투자자들은 명확한 정보를 가지고 어떤 화폐에 투자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기업은 공시를 통해 건실한 기업인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암호화폐에선 개발자가 누구인지조차 익명이다. 24일 기준 시장엔 1378개의 암호화폐가 존재하는데, 매일 수십 개의 화폐가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비트코인 플래티넘' 사건이 대표적이다. 고등학생 A군(18)이 새로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플래티넘 개발자를 자처해 허위 글을 올리면서 투자자를 모으고 시세차익을 챙겼다. 실제 시세차익은 300만원에 불과했지만 후폭풍은 컸다. 이와 유사한 사기극을 누군가가 모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대표는 "신규 암호화폐의 거래소 상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평가 정보와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면서 "아직은 초기지만 투자자들에게 최대한 많이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의 세력에 의해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점도 문제다. 암호화폐 업계에선 대형 투자자를 '고래(Whale)'라고 지칭한다. 산술적으로는 1000명의 고래가 약 100조원어치를 주무른다. 고래는 비트코인 초창기 채굴에 뛰어들었거나 초기 투자에 나선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워낙 많은 물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부만 내다 팔아도 가격이 곤두박질할 위험이 크다. 금융 전문 변호사 게리 로스는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닌 디지털화폐이기 때문에 일부 세력이 담합해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고래들의 계획과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반투자자는 깜깜이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등락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가격 변동폭을 키운다.
주식 시장은 급격한 주가 상승이나 하락이 발생하면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발동된다. 급격한 가격 변동 발생 시 장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키고,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은 멈출 수 없다. 하락폭이 급격히 커지면 투매현상인 패닉 셀(Panic Sell)이 벌어져 대량의 손실을 입는 일이 발생한다. 김진화 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제도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 건전한 시장 질서를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대안적인 장치들을 둘 근거도 없고 그런 것들을 마련할 주체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의 잦은 전산장애와 잇따르는 해킹 발생도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유빗은 지난 19일 해킹 때문에 모든 암호화폐와 현금의 입출금을 정지하고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빗썸 개인정보 유출 사건, 4월에는 야피존(유빗의 전신) 해킹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꾸준히 커지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4일 오후 3시 해외 거래소인 비트파이넥스에서 비트코인이 1만3443달러(약 1452만원)에 거래될 때, 국내 거래소에선 이보다 30~40%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오찬종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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