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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걸리자 남편 떠났다…서러운 그들, 이혼·별거 15%

일산백송 2017. 11. 7. 09:28

유방암 걸리자 남편 떠났다…서러운 그들, 이혼·별거 15%

중앙일보 2017.11.07 04:00

 

대림성모병원 환자 358명 설문조사

15.3% 이혼·별거 등 가족 해체 겪어

일반 여성 이혼율 4.8%의 약 3배

가족의 심리적·물리적 지원 못 받아

“유방 절제 후 부부 성관계 거부”

건강 문제 국한 말고 사회적 관심 절실

 

아픈 것도 서러운데,유방암 환자 15% 이혼·별거 고통

유방암 환자는 일반 여성에 비해 이혼이나 별거 경험자들이 많다. [중앙포토]

이모(54·여·서울)씨는 지난 5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왼쪽 가슴에 혹이 만져져 병원에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유방암 1기였다. 혹(약 2㎝)이 작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다른 부위에 전이되지 않았다. 이씨는 부분 절제술을 받은 후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기로 결정했다.

대림성모병원 환자 358명 설문조사

15.3% 이혼·별거 등 가족 해체 겪어

일반 여성 이혼율 4.8%의 약 3배

가족의 심리적·물리적 지원 못 받아

“유방 절제 후 부부 성관계 거부”

건강 문제 국한 말고 사회적 관심 절실

 

"집에 와서 유방암 진단 사실을 가족에게 알렸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은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는 눈치였어요. 사실 남편과 저는 데면데면한 사이입니다. 남편은 회사원, 저는 보험설계사 일로 바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지 않았죠.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치료하면 괜찮을 거야’라고 하더군요."

이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갈등은 이때부터 깊어졌다. 가족들은 이씨가 배려해줘야 할 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었고, 이씨는 전처럼 집안일을 했다.

"몸도 많이아프지만 가슴 수술을 했다는 상실감이 컸습니다. 가족들이 곁에서 따뜻한 말과 위로를 해주면 좋을 텐데 저는 늘 혼자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은 저에게 더 무관심했어요. 병간호도 친정 식구가 돌아가면서 해줬죠. 항암 치료를 받을 때는 정말 괴로웠습니다. 체력이 바닥나 남편에게 병원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하더군요. '운동을 가야 한다' '선약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더군요."

이씨는 5월 치료를 시작한 이후 내내 밥·청소·빨래 등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유방암이 발병한 후 시댁과 사이가 멀어졌다.

"시어머니가 환자보다 남편과 손자 걱정을 더 많이 했습니다. 가족 중에 제 편은 없었습니다. '내가 언제 또 아플지 모르는데 이렇게 살 필요가 있나'라는 회의가 밀려왔습니다. 결국 저는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전에도 수차례 이혼을 고민했지만 매번 마음을 고쳐먹었죠. 아프고 나니 제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씨는 8월 이혼했다. 지난달 보험설계사 일을 다시 시작했다.

"좀 더 쉴까도 생각했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걱정에 일하기로 했죠.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가 걱정스럽습니다. 23년의 결혼생활이 점점 메말라 가던 중 유방암이 이혼의 결정적 요인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 가족의 지지 부족, 경제적 부담 등은 유방암 환자를 이혼 위기에 내몬다. [중앙포토]

유방암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은 이혼이나 별거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림성모병원이 9~10월 유방암 환자 3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소속 환자들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15.3%(응답자 353명 중 54명)가 이혼·별거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일반적 이혼율(4.8%)의 약 세 배다(통계청의 2016년 혼인·이혼 자료). 일반적으로 40대 이혼율이 가장 높다. 40~44세가 9.6%, 45~49세가 8.7%다. 40대 여성 유방암 환자 이혼율은 12.5%(응답자 80명 중 10명)에 달한다.

김성원 대림성모병원 원장은 “유방 절제 수술을 하고 나면 부부가 성관계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입장에서도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성욕이 감퇴해 성생활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런 게 쌓이면 이혼·별거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유방암 환자, 일반 여성 이혼율 비교

유방암 환자는 항암·방사선·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54.2%)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유방암 진단 후(21.2%)나 수술 전후(13.6%), 재활 기간(8.2%), 사회복귀 준비 기간(2.8%)에도 힘들어했다. 40~60대 여성은 투병 중에도 가사와 육아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 회복에만 집중하기 힘들다. 주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간병까지 하다 보면 갈등이 깊어진다.

투병 중 가족이 심리적·물리적 지원을 얼마나 할까. 응답자의 33.4%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불만스러운 가족은 누구일까. 시댁이 22%로 가장 많았다. 배우자·자녀(9.8%), 친정(11.2%) 순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는

“가족 해체를 경험한 유방암 환자는

▶신체적인 고통

▶정서 결핍

▶경제적 부담의 삼중고에 시달린다”며

“치료를 포기하거나 자아 상실에 빠지면서 자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여성 암 환자 상담 서비스, 환우회 활동, 사후 지원 등의 사회적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