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혼여행서 도망간 외국인 신부.. "결혼중개료 일부 돌려줘야"
제주지법 "국제결혼계약은 실제로 가정 꾸려야 완료돼"
한국일보 | 손현성 | 입력 2016.04.11. 04:49
“아내가 사라졌습니다.”
2014년 12월,
네팔인 여성을 신부로 맞은 제주 출신 새 신랑이 서울로 떠난 신혼여행 사흘째 날 경찰서를 찾았다.
신부 N씨는 전날 밤 신랑 B씨가 잠든 사이, 남편의 여행경비와 가방 등을 들고 숙소를 떠났다.
신부는 남편의 휴대폰에 저장된 일주일 전 결혼식 사진까지 다 지웠다.
신부가 섬 총각 B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릴 의사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B씨는 앞서 2014년 3월 제주시의 한 국제결혼중개업소를 찾았다.
이 곳 Y씨의 중개로 네팔로 가서 신부와 결혼하고 한달 뒤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N씨가 연말 한국에 온 뒤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른 뒤 신혼여행 이틀째 밤에 신부가 떠난 것이다.
B씨는 혼인 성사 조건으로 Y씨에게 1,300만원을 줬었다.
자신과 신부의 항공료와 맞선비, 중개수수료 200만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또 B씨는 신부 선물로 70만원짜리 스마트폰과 132만원짜리 화장품 세트 등 850여만원을 썼다.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N씨의 얘기에 그녀가 한국에 오기 전 210여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총 2,300여만원을 썼지만 그에게는 상처만 남았다.
신부를 찾을 길이 없자 B씨는 Y씨를 상대로
“신부의 신상 등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아 혼인의사도 없는 여자를 만나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냈다.
자신이 쓴 돈에 위자료 500만원을 더한 2,800여만원을 달라는 요구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민사2단독 이승훈 판사는 지난달 25일 “Y씨는 B씨에게 39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계약서에 ‘외국인 신부가 한국에 와 신랑에게 인도되면 계약은 종료된다’고 돼 있을지라도
Y씨는 혼인을 성립시켜줄 의무가 있다”며
“이는 실질적인 결혼생활이 시작돼 가정을 이뤄야만 위임계약이 끝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부 아버지 진술을 보면 신부는 결혼이 아닌 돈을 벌 목적으로 입국했다”며
“결혼중개계약은 끝난 게 아니라 중도해지된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Y씨가 결혼 성사를 위해 실제로 쓴 비용을 뺀 39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위자료 등에 대해선 “관련 서류를 제공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중개를 했다고 해서
Y씨가 신부가 달아날 것을 예견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B씨는 사선 변호사를 선임할 여력도 없어 법원에 선임 비용을 지원 받는 ‘소송구조’를 신청해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일부나마 돌려받게 됐지만 그는 억울하다며 항소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mailto: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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